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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04~05 가을 겨울 서울컬렉션
로맨티스트 들이여~ 부드러움을 입어라
니트 실크 등의 소재로 부드러운 남성상 강조, 여성복과 경계 허문 메트로섹슈얼 바람


올 가을에는 남성들도 분홍, 연두 같은 달콤한 색상의 니트 하나씩은 갖춰야겠다. 그게 아니면 알록달록한 원색의 목도리라도. ‘서울컬렉션위크’와 ‘스파서울컬렉션’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남성복 디자이너들. 그들이 선보인 남성복은 여성들도 반할 만한 여성복과의 경계를 허문 장르 파괴의 패션을 선보였다. 부드러운 남성을 표현하는 트렌드, 메트로섹슈얼의 바람은 계속된다.


- 복고적 로맨티시즘과 레이어드 스타일

남성복은 딱딱한 외관을 한 수트 대신 부드러운 니트류가 많이 등장해 남성성 가운데 드러나는 여성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성향은 여성복 패션쇼에 한 두 명의 남자 모델이 등장하거나 남성복 패션쇼에도 여성 모델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소재에서는 여성복에서나 볼 수 있는 실크와 니트, 벨벳이 두드러지게 많이 사용되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에 울, 가죽 같은 겨울 소재들이 함께 쓰였는데, 블랙&화이트의 무게감과 함께 분홍, 연두, 하늘색 같은 부드러운 컬러의 소재가 등장해 가볍고 부드러운 멋을 더했다.

더욱이 레이스나 프릴 등의 장식이 로맨티스트들을 자극했다. 남성복은 특히 잡화의 구성이 돋보였다. 길게 늘어지는 머플러나 목도리를 여러 겹 목에 감아 복고적인 감성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돋보이는 무대를 선보인 남성복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살펴본다.

파리에서도 활동 중인 우영미는 남성 수트를 중심으로 클래식 정장에 강한 디자이너이지만 이번에는 부드러움으로 변신했다. ‘COOL JAZZ’를 테마로 세련됐지만 미묘한 분위기를 내는 색과 소재, 치밀하지만 흐트러진 듯한 레이어링으로 서정적인 감성을 풀어냈다. 또 두 가지 색을 띄는 이중조직의 소재와 정교하면서 엉성하고 거친 듯 하면서도 세밀한 소재가 섞여서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의 긴장감, 시각적 변화를 표현한 미묘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실크로 목, 어깨, 허리 라인을 이어 붙인 니트 상의와 재킷, 코트류. 신체의 굴곡이 비쳐지는 얇은 옷감의 표면은 미묘한 색감이 뒤섞여 레이어드 스타일로 연출됐다.

이국적인 메트로섹슈얼의 장을 열었던 김서룡은 이번에는 1960~70년대의 뮤지션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복고적인 로맨티시즘을 표현했다. 따로 맞춰 입을 수 있는 복고풍의 재킷과 바지, 빵모자, 목도리가 어우러졌고 여성복에서나 볼 수 있는 니트 소재 나팔바지와 빨강과 파랑 같은 원색적인 카디건이 코디돼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살렸다.

짧고 몸에 잘 맞게 디자인된 재킷과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넓은 깃에 허리를 여민 코트, 넓은 간격의 줄무늬나 체크무늬가 향수를 자극했다. 파스텔 톤의 풍부한 색감과 함께 금빛이 나는 모래 색에서부터 짙은 초콜릿색까지 갈색 계열을 폭넓게 응용해 편안하면서 세련된 복고풍을 마무리했다. 옷과 함께 코디된 소품들도 로맨틱 남(男)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또 다른 메트로섹슈얼리스트 한승수는 ‘시티 보헤미안의 방황’을 주제로 도심 속의 세련된 집시룩을 발표했다. 힘찬 재즈댄스로 문을 연 이번 시즌 그의 컬렉션에서 한승수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소재. 울과 가죽, 스웨이드 등을 물세탁을 통해 색다른 소재로의 변모를 꾀했다. 물세탁으로 가죽은 광택을 없앴고 스웨이드는 다양한 질감으로 방랑자의 감성을 표현했다. 특히 워싱된 울은 스웨이드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자주 등장한 등에 맨 가죽 가방은 망토나 코트로 변신하는 실험성도 돋보였다. 길게 늘어트린 러플이 로맨틱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꽃으로 ‘메트로섹슈얼’을 선보였던 한승수는 ‘자유로운 방랑자의 이미지’를 선보여 인상적인 무대를 남겼다.

편안한 웰빙 스타일을 선보인 김수연의 무대는 이전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로맨틱 무드가 이어졌다. 1년 반의 공백이 주는 휴식의 여유일까? 화사한 꽃무늬 셔츠가 휴양지의 햇살을 연상시켰다. 체크, 페이즐리, 동물무늬가 핸드 페인팅의 느낌처럼 자유롭고 활기가 넘쳐났다. 전체적으로 길고 가냘픈 외모로 도시적인 젊은 남성상을 표현했는데, 여학생 복장에서 볼 수 있는 세일러 칼라로 변형하거나 중절모 비즈 장식, 깃이나 소매 부분에 털 장식을 귀엽게 덧대고 프릴 장식까지 부티 나는 소년의 이미지를 완성해 냈다.

신인디자犬?홍승완은 섬세한 레이스와 프릴 장식으로 가녀린 소녀의 감성을 남성복에 대입했다. 스포티하고 캐주얼했던 이전과 달리 로맨틱한 고전미를 더해 구슬, 레이스, 자수 등의 섬세한 장식으로 로맨틱한 계절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그는 클래식 수트를 다양하게 실험하는 장기도 보였다. 셔츠 아래로 러플을 달아 재킷 아래로 보이게 하거나 주름이 겹쳐진 칼라의 셔츠 넓은 소매, 코트 길이만큼이나 긴 넥타이, 다양한 핑크와 노랑의 무리는 로맨틱 분위기를 압도했다.

- 섬세하고 파격적인 남성미 표현

신 로맨티스트의 클래식 스타일로는 장광효와 정욱준 컬렉션을 살펴보면 된다. 아예 ‘메트로섹슈얼’을 테마로 삼은 장광효는 1940~50년대의 클래식 수트를 중심으로 남성복에서 느껴지는 성적인 매력을 뽑아냈다. 몸에 감기는 듯한 통이 좁은 정장 바지와 화려하고 강렬한 색의 타이, 고급스러운 광택이 흐르는 수트를 발표했다. 고급 정장이나 연미복 재킷에 헤진 청바지, 작업복 바지를 매치시키거나 수트 차림에 소매는 점퍼 모양이 되는 믹스&매치의 실험도 곁들였다. 그는 또 망사 스타킹이나 스커트, 비즈 장식된 부츠를 남성복에 과감히 선택해 섬세하면서도 파격적인 남성미를 표현하기도 했다.

작품성과 함께 대중 인기도 높은 정욱준. 클럽모나코, 닉스의 디자이너였던 경력은 그의 모더니스트로의 장점을 설명해 준다. 이번에는 영화 ‘고스포드 파크(Gosford Park)’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해 1930년대 귀족들의 클래식 복장을 모던 럭셔리룩으로 완성했다. 트렌치 코트나 재킷 위에 길이가 짧은 가죽 재킷을 덧입은 ‘정욱준식 레이어드 룩’은 클래식과 모던이 결합된 착장. 트렌치 코트와 턱시도에 날개처럼 세워져 있는 ‘윙칼라’와 깊게 드러난 V네크라인에 두른 스카프도 특징적이었다. 검은색 실크 소재 트렌치 코트와 ‘루이까또즈 바이 정욱준’의 커다란 여행용 가방도 럭셔리 아이템으로 추천할 만하다.

- 헤비메탈 분위기로 터프함 강조

터프한 남성미에 집중한 디자이너들도 있었다. 모호한 남성성에 대한 도전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은 개성 있는 신인디자이너인 최범석과 이주영. 최범석은 ‘I hate politics’를 주제로 정치적인 혼돈을 의상으로 표현했다. 주제와 동일한 프린트를 구호처럼 티셔츠에 새기거나 역사적으로 이름을 날린 혁명가와 정치가의 얼굴을 모티브로 사용하기도 했다. 어깨 견장, 더블 버튼, 카고 팬츠 등 제복을 연상시키는 밀리터리룩과 함께 터프한 이미지로의 변신을 위해 티셔츠와 청바지에 가죽 조각을 덧대기도 했다. 밀리터리룩의 무채색 행렬 속에서도 비비드 컬러의 톡톡 튀는 색 매치도 눈에 띄었다.

디자이너 2세 가운데 눈에 띄는 디자이너 이주영. 설윤형의 딸이면서 ‘나비효과’의 보컬 김바다의 아내로 이미 ‘설윤형’ 브랜드의 변신의 주체로 주목받은 그녀는 이번에 남성복으로 독립된 패션쇼를 열었다. 중세 고딕풍의 가죽과 벨벳, 모피류의 어둡고 무거운 레이어드룩이 이어졌다. 세로무늬로 연상되는 다양한 프린트 소재가 자유로운 절개선으로 연결돼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또 여러 가지 천을 이어 붙인 패치워크 소재로 동양적인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특히 여러 개의 주머니가 달린 사선으로 매는 가방과 벨트, 커다란 크기의 십자가 목걸이로 헤비메탈 분위기를 냈다.

- 남성모델도 부드러운 이미지에 초점

남성복의 로맨틱, 메트로섹슈얼의 경향은 모델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었다. 강인한 남성미를 강조했던 마초스타일의 모델은 사라지고, 늘씬한 남성모델을 선호했다. 가슴을 드러낸 V네크라인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희고 연약한 피부가 남성상의 변화를 읽게 했다. 게다가 몇몇 컬렉션에서는 부드럽게 컬을 한 헤어스타일과 파스텔 톤 아이섀도, 립글로스를 바른 투명 메이크업을 한 그들에게서 향긋함이 묻어날 정도였다.

남성복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관객들에게 강렬한 구매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김서룡옴므의 디자이너 김서룡씨에게 여성복을 만들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물론 손님 중에 여성 고객도 있다. 그러나 여성복을 따로 만들 계획은 없다. 감성이 맞는다면 남성복, 여성복을 구분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라고 답한다. 이제 남성이면서 여성적이고, 여성이면서 남성적인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시대다. 자유롭고 낭만적인 패션의 기준은 성별을 넘어선지 오래다.

사진제공 : modanews Co.,Ltd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입력시간 : 2004-05-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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