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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여성이야기] 레이첼카슨
재앙 부를 인간의 오만에 경종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가 가져올 '죽음의 침묵' 경고


봄이다. 자연은 겨우내 회색의 풍경을 벗고 신록으로 넘실댄다. 날씨가 좋은 주말엔 산으로 들로 자연을 만끽하러 나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숲길을 걸으며 새소리를 듣고 파닥거리며 날아가는 나비를 보고,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나온 다람쥐를 보고 환호성을 올린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이런 모습 속에서 조화와 안정감을 되찾는다. 그리고 자연의 축복에 감사한다. 자연은 보호하고 가꾸어야 할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런데 이런 자연 보호에 대한 생각이 당연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된 것은 50년이 되지 않는다. 19세기부터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과학은 그 이전까지 자연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왔던 인간을 어느 정도 해방시켰다. 오만해진 인간은 이제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물질적 풍요를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죽이고 살리는 것을 마치 인간의 특권인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때 한권의 책이 출판되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으로 다가올 무서운 현실과 미래에 대한 책이었다. 그 책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환경운동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 침묵의 봄’이란 책이었다. 저자는 레이첼 카슨이었다.






- 생명이 죽어가는 '침묵의 봄'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 구절은 레이첼 카슨이 쓴 ‘ 침묵의 봄’의 1장 ‘ 내일을 위한 우화’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이다. 봄이 되었는데 가축들은 이름 모를 병으로 죽어가며 사람들도 시름시름 앓는다. 숲 속의 새들은 모두 죽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 정적만이 감도는 봄 날. 이 침묵의 봄은 며칠 전에 뿌린 살충제 때문이었다.

약동하는 봄이 왔건만 생명이 모두 죽어가는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은 그녀의 저서 ‘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 그리고 자연에 대한 무절제한 정복욕으로 일어난 폐해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통계수치, 실제의 사례들을 모두 종합하여 낱낱이 밝혀 놓았다. 1962년의 일이었다. 더 많은 농작물을 얻기 위해 뿌린 살충제는 벌레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벌레들의 천적인 새들만 죽였다. 벌레들은 오히려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 매번 더 독한 살충제가 아니면 안되었다. 그런 중에 가축들이 죽어갔고 산과 들. 냇물이 오염되었다.

인간 또한 이런 살충제의 독성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갓난아이가 이유도 없이 죽어가고 어른들은 시름시름 앓게 시작했다. 여태껏 당연한 듯이 뿌려왔던 살충제는 벌레를 잡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 인간을 겨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을 어느 정도는 버리게 되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환경에 대한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글을 잘 쓰는 해양학자

레이첼 카슨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벗삼아 자랐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숲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의 어머니 마리아는 환경과 인간의 어울림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었다. 마리아는 레이첼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조화하는 인간의 자세를 가르쳐주었다.



자연속에서 자유롭고 활기찬 어린 시절을 보낸 레이첼은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그녀는 1925년 펜실베이니아 여자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단 한번의 실험이 모든 것을 뒤바꾸어 놓았다. 그녀는 생물학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벗삼아온 그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이끌림이었다. 레이첼은 전과하여 생물학을 공부하고 이후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해양학 석사 학위를 받는다.

레이첼은 이제 자연과 바다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글쟁이, 혹은 글을 잘 쓰는 생물학자가 되었다. 대학 강의 외에 라디오 방송국에 바다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방송은 레이첼 카슨의 글로 인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 레이첼은 수산국 직원이 되어 바다에 대해 조사하고 글을 쓰는 일을 맡게 되었다.

- 지구의 대변자

수산국 직원으로 있으면서 그녀가 쓴 바다 생태계에 대한 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사실에 입각한 재미 있고 매혹적인 글은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어 전업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때 쓰여진 책이 ‘ 해풍 아래(Under the Sea-Wind)’,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 ‘바닷가(The Edge of the Sea)’였다.

이 즈음 레이첼 카슨은 친구 허킨스로부터 한 장의 편지를 받는다. 메사추세츠 주 정부가 모기 박멸을 위해 DDT를 살포했는데 모기는 악착스러워졌고 오히려 근처의 생물들이 다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레이첼은 곧 살충제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1957년에 시작한 조사는 1962년까지 계속되었다. 정부와 기업, 농민들까지 걸린 살충제 문제를 섣불리 건드릴 수 없기에 만전을 기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살충제가 인간과 자연에 도움은 커녕 인간과 자연을 죽이는 물질임을 발표할 수 있는 확고한 증거들이 확보되었다. 레이첼은 1962년 “침묵의 봄”을 출간한다.



이 책에 대한 살충제 관련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레이첼의 의견을 미친 노처녀의 히스테리라고 몰아가는 살충제 제조 기업도 있었다. 정부에서도 기업에서도 레이첼을 궁지로 몰아 갔지만 레이첼은 꿋꿋했다. 자신의 조사와 연구가 전혀 틀리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신문 반박과 티비 토론이 열렸다. 그러나 모두 그녀의 주장에 무릎을 끓지 않을 수 없었다. 명백히 살충제는 인간과 자연에게 치명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카슨은 자연과 인간, 즉 지구의 고통을 말해준 대변자였다.

- 레이첼 카슨과 환경보호

'침묵의 봄'이 남긴 여파는 컸다. 세계 곳곳에서 살충제 사용 금지법이 실시되었다. 미국 대통령 자문회의는 레이첼의 주장을 하나 하나 조사했고 결국 그녀의 모든 주장이 올바르다는 것을 시인하였다. 미국의 한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순례를 건의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됐다.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본부’가 만들어졌고 레이첼이 거닐던 숲은 ‘ 레이첼 카슨 국립 야생 생물 보호 지역’으로 명명되었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 그녀의 소리를 듣고 깨어난 세계의 시민들이 환경 운동을 벌일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는 헌사를 바쳤다. 그녀가 처음 ‘ 침묵의 봄’을 발표할 당시에는 반대 입장이었던 타임지는 레이첼 카슨을 지난 100년 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카슨 이후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지배가 아니라 보호, 혹은 조화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김정미 방송ㆍ시나리오 작가 limpid7@msn.com


입력시간 : 2004-05-0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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