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T팬티 도전기


고백합니다. ‘매끈한 뒤태를 위해 T팬티를 입어라!’고 외친 것도, ‘다리가 길어 보이는 로우라이즈 진을 위해 9센티미터 하이힐을 신어라!’는 주장도 거짓이었습니다. 자신은T팬티를 향해 ‘아아, 엉덩이를 둘로 쪼개는 고문이라니, 도대체 저걸 어떻게 입어?’, ‘2센티미터 납작 굽을 신고도 발목을 접질리는 판국에 9센티미터 힐이라니, 그것도 송곳처럼 뾰족한 힐! 오너드라이버도 아닌 주제에 어림없지…’라는 보수파가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칼럼니스트’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다른 전문가 칼럼을 기웃거리며 ‘흠, 그렇군.’하며 살짝 인용의 글을 옮기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정말 그럴까?’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번 용기를 내 보기로 했습니다. 단골 생활용품 속옷 코너, 여러 가지 디자인의 T팬티를 만지작거렸습니다. T팬티란 것이 매우 타이트한 디자인이라 한 치수 큰 걸 골라야 한답니다. 그래도 의심스러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는데…

이런, 카운터를 지키는 점원이 남성이군요. 붉어진 얼굴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도와 드릴까요?”라며 여자직원이 다가왔습니다. 구원요청에 당도한 흑기사를 만난 듯 “저, 이거 한 치수 크게 입는 것 맞죠?” “네, 사이즈 어떻게 입으세요?”… 가격까지 저렴한 기분 좋은 쇼핑. 그렇다면 착용소감이 어떠했느냐, 확실히 불편하기는 하더군요. 정말 뭔가가 딱 끼어 있는 듯한 불쾌감. 치질 등 항문질환자라면 절대 피해야 할 속옷임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타이트한 트레이닝팬츠를 입고도 엉덩이라인이 그대로 살아나는 기분은 그만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봄바람 난 처자처럼 신나게 돌아 다녔죠. 여기서 팁 하나, 박음질 부분이 두꺼울 수밖에 없는 면 소재 말고 부드러운 실크 소재를 택하세요. 아니면 면 소재 중에서도 부드러운 실켓소재가 착용의 불쾌감을 덜어줄 것입니다. 하이힐에 대한 도전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또 얼마간의 고민이 따를 테죠. T팬티에 이은 패션도전기, 기대해 주세요!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5-24 15:33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