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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신비롭고 환상적인 과일나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벌레들과 소년의 우정과 모험


엽기적이지만 귀엽고, 무섭지만 동시에 사랑스러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를 한 화면에 담아낼 줄 아는 감독이 바로 팀 버튼이다. <비틀주스>, <화성침공>등에서 보여지는 등장 인물과 설정은 잔인하고 기괴하다. 그러나 그 내면에서는 인간에 대한 그만의 깊은 애정을 읽을 수 있다. 이런 특징은 그가 제작을 맡은 1996년작 영화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에서도 나타난다.

로알드 달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 역시 벌레들과 소년의 우정이라는, 별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던 소년 제임스. 뉴욕으로 이사를 갈 준비를 하며 들떠 있던 이들 가족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친다. 제임스의 부모가 동물원을 탈출한 코뿔소에게 받쳐 죽은 것. 고아가 된 제임스는 두 이모, 스파이커와 스폰지에게 맡겨진다.

성격 고약한 이모들은 제임스에게 온갖 집안일을 시키며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낯선 남자로부터 반딧불처럼 움직이는 이상한 마법의 약을 받은 제임스. 실수로 죽은 복숭아나무 아래에 약을 쏟아 버리고, 복숭아나무에는 집보다 큰 거대한 복숭아가 열린다. 이모들이 이 복숭아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돈을 벌기에 정신이 없을 때, 마지막 남은 마법의 약을 먹은 제임스는 몰래 복숭아를 파 먹다가 복숭아 속으로 들어 가게 된다. 그곳에는 마법의 약 때문에 몸이 커진 배짱이 할아버지, 지네 아저씨, 지렁이 아저씨, 무당벌레 아줌마, 반딧불 부인, 거미 누나가 있었다. 제임스는 곤충 친구들과 함께 복숭아를 타고 바다를 건너 뉴욕으로 향하게 된다. 이들 앞에는 흥미진진한 모험들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 또 다른 세상 열어준 복숭아



제임스가 복숭아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영화는 실사가 아닌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바뀐다. 캐릭터 인형처럼 귀여운 곤충들의 모습, 새들이 거미줄에 복숭아를 매달고 바다를 건너는 장면은 신비스럽고도 환상적이다. 어린이 취향의 깜찍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크리스마스 악몽>과 같은 신랄한 풍자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지나치게 달콤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제임스…>는 기대했던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우리나라에는 극장 개봉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전반의 따뜻한 분위기 때문인지, 그러한 단점은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굶주린 제임스가 몰래 파먹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복숭아는 그야말로 신비한 맛이었을 것이다. 복숭아는 또 다른 세상을 열어 주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동양에서 복숭아는 신선과 선녀들이 즐겨 먹는다는 불로 장생의 영약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숭아나무에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겨져 예로부터 제사상에는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복숭아는 그리스 - 로마 신화 속에서 미의 여신 비너스를 상징하는 과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서양에서는 미인을 흔히 복숭아에 비유한다.

한방에서도 복숭아는 여성에게 특히 좋은 과일이다. 복숭아씨는 ‘도인(挑仁)’이라고 하여 폐질환과 생리불순 및 생리통에 이용한다. 말린 복숭아 꽃은 이뇨, 준하제, 변비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생선으로 인한 식중독에 신선한 복숭아를 껍질째 먹으면 해독된다고 하며, 담배의 니코틴 제거에도 효능이 있다. 다만 장어와 복숭아는 그 성질이 서로 상극이기 때문에 장어를 먹은 후 복숭아를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 잼·파이 등 다양한 요리에 이용

복숭아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이미 고대에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과 페르시아 등지에 전해졌다고 한다. 복숭아의 학명은 ‘ Prunus persica'인데 이것은 복숭아가 널리 알려진 곳이 바로 지금의 페르시아 지역인데서 유래한다. 오리엔트 일대에 퍼져 나간 복숭아는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으로 다시 그리스, 로마로 전해진다. 이후 지중해 연안을 거쳐 서유럽, 17세기에는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소개되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나는 복숭아는 과육이 하얀 데 비해, 서양의 복숭아는 거의 황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복숭아를 먹을 때 특별히 가공을 하지 않지만 서양에는 복숭아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이 있다. 간단하게 주스나 잼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살짝 졸여 파이나 케이크에 넣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요리는 아이스크림을 이용한 피치멜바이다. 이 피치멜바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20세기 초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로 꼽혔던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오페라 가수인 넬리 멜바의 열렬한 팬이었다. 어느 날 멜바가 런던의 사보이 호텔에 머무르고 있을 때, 에스코피에는 그녀의 공연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특별한 디저트를 준비한다. 얼음으로 백조를 조각하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과 복숭아를 얹어 솜사탕으로 덮은 것이었다. 이에 감동한 멜바가 요리의 이름을 묻자 에스코피에는 “ 피치멜바라고 부르면 영광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4-06-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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