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엿보기] 데킬라에 대한 두 가지 생각



- 여자: 데킬라를 마시는 방법을 처음으로 생각해 낸 사람은 몹시도 외로운 사람이었을 거예요. 그 여자, 하루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너무 슬픈 나머지 바에 들어가 술을 마셨어요.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여잔 어느새 취했고, 애인과의 키스가 생각난 거죠. 여자는 그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손등에 하염없이 키스를 퍼부었죠. 여자의 표정은 어찌보면 황홀해 보이기까지 했어요. 이 모습을 본 바텐더는 여자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안주를 갖다 주었지만, 여자는 계속 술만 마시는 거예요.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말이죠. 바텐더는 여자가 가엾어 보였는지, 레몬을 잘게 썰어 접시에 갖다 주었죠. 손등을 닦으라는 의미인 줄 알고 여자는 레몬 즙으로 손등을 문지르고, 다시 그 손등에 입맞춤을 한 거죠. 마침 그 술집엔 실연당한 사람들이 많았고, 모두 그 여자가 마시는 술과 레몬을 주문한 거예요. 바텐더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혼자 오는 손님들에겐 데킬라와 레몬 안주를 내놓곤 했죠. 그 술집은 금세 유명해졌죠. 솔로들로 북적거리는 그 바는 데킬라 마니아들만 모이는 곳이 되었고, “따로 또 같이” 를 만든 최초의 클럽이 된 거예요.


- 남자: 그 남자는 몹시도 심심한 사람이었어요. 하루는 너무 심심해서 술이라도 마실까 생각 중에, 배부르지 않은 안주를 찾자고 생각했죠. 실험정신이 강한 남자는 집안에 있는 가루란 가루는 모두 가져와 실험을 했더랬죠. 그 결과 커피와 소금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거예요. 하지만 남잔 금세 실증이 났어요. 하루는 여자 친구에게 게임을 하자고 권했죠. 지는 사람은 이기는 사람이 시키는 것을 다 들어주는 거였어요. 평소 너무 심심한 이 남자, 게임의 왕이었어요. 남자는 여자 친구의 가슴에 소금과 커피를 뿌리고 그곳을 핥은 후 술을 마시기 시작한 거예요. 문제는 바로 그때, 여자친구가 오르가즘을 느꼈다는 거죠.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이 방식이 유행처럼 쫙 퍼졌지만, 때와 장소의 구애를 받았어요. 퇴폐적인 음주문화를 선도한다고 데킬라에 금주령이 내려졌고, 숨어서 마시는 일이 많아졌어요. 데킬라를 만드는 회사에선 데킬라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건전한 방법을 고안해 낸 거죠. 바로 여기, 손등에 뿌리는 방법 말이예요.

건조하고 무더운 멕시코에서 소금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귀한 소금을 매번 안주삼아 먹는 것은 노동자들에겐 사치였다. 그들은 손등에 고여든 자신의 땀을 안주삼아 핥고 데킬라를 마시곤 했다. 이렇게 데킬라의 유래는 ‘부재’ 에서 시작된다.

믿거나 말거나 그들의 상상에서 나온 말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여자는 사랑을 잃은 후에 술을 마시고, 남자는 사랑을 얻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거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데킬라를 마시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애정이 몹시도 그리운 사람이라는 거다.

입력시간 : 2004-06-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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