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옷처럼 입는 언더웨어의 화려한 변신노출에 대한 자신감과 섹시미의 표출

[패션] 패션 언더웨어
겉옷처럼 입는 언더웨어의 화려한 변신
노출에 대한 자신감과 섹시미의 표출


속옷의 작은 부분이라도 보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시대는 갔다. 골반 뼈가 드러날 정도로 허리선이 낮은 로 라이즈 팬츠 위로 T팬티 끈이 보이고 색색의 브래지어 어깨 끈이 노출되는 것은 예사다. 어설프게 가리느니 차라리 ‘볼 테면 봐라’ 식의 자신감이 더욱 섹시하다. 건강한 육체의 전성시대에 호사를 누리고 있는 언더웨어의 바깥나들이.

- 일상복을 넘보는 언더웨어노출, 멀티웨어 전성시대

탱크 톱, 미니스커트, 핫팬츠의 유행, 올 여름에도 계속되는 노출 패션. 노출 패션을 센스 있게 코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속옷이다. 끈 달린 상의를 입기 위해 브래지어 끈을 투명한 끈으로 교체하거나 비즈, 진주, 메탈 소재 액세서리가 유행했는데 이제는 아예 속옷을 당당히 노출하는 언더웨어노출이 대세다.

지금까지 패션은 여성의 언더웨어를 신체를 구속하는 도구라고 서술해 왔다. 코르셋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여성들의 ‘fasciae’라는 천 조각을 가슴에 동여매던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는 매우 타이트하게 붙는 견고한 바디로 된 드레스로 대체되었다. 16세기에 출현한 코르셋은 17,18세기에는 귀족층을 위한 견고한 소재가 개발됐고 평민계층에서는 캐미솔 혹은 베스트가 사용됐다.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들의 갈망은 코르셋에 자수와 리본, 레이스 장식을 더했고 19세기의 코르셋은 척추를 상하게 한다는 의사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패션 아이템으로 애용되었다. 더 가느다란 허리선을 만들기 위해 갈비뼈를 뽑고 코르셋으로 지탱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19세기 전후반의 언더웨어는 산업화와 대량생산에 의해 점차 대중화의 길을 걷는다. 여성들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후 여성해방운동의 발전과 함께 보다 입기 편한 복장을 원함에 따라 코르셋을 벗었고 거들과 서스펜더 벨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1912년에는 최초의 브래지어가 탄생한다. 초기 브래지어는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형태의 디자인이었으나 문제는 개선됐고 1930년대에는 패션의 기본적인 아이템으로 당당히 자리 매김하게 된다.

속옷의 새로운 트렌드는 언더웨어와 일상복의 파괴가 주요 코드다. 몸매를 보정해 겉옷의 라인을 살리던 역할을 해 온 언더웨어가 노출 수위가 점점 높아지더니 아예 겉옷의 자리까지 차지했다.

속옷 노출의 선두주자로 기존 언더웨어의 인식을 깬 ‘CK언더웨어’가 패션 리더들을 사로잡았고 보편적인 패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로운 언더웨어는 단추를 여러 개 푼 셔츠 안에, 다리를 길게 강조하는 청바지 골반선 위로, 심지어 원피스나 드레스로도 활용된다. 일상복 어디든 코디할 수 있으며 그대로 해변으로, 수영장으로, 뜨거운 햇볕 아래 휴가지 패션에도 어색하지 않다.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가 무너지고 스포츠룩이 거리를 점령하더니 이제는 언더웨어까지 일상복의 자리를 넘나들고 있다. 바야흐로 ‘멀티웨어’의 전성시대다.

크리스챤 디올의 2004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속옷을 겉옷 위에 입는 파격을 보였고 디올의 수석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의 컬렉션은 아예 고풍스러운 ‘속옷 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걸리쉬 패션을 앞세우는 블루마린, 안나수이, 안나 몰리나리, D&G 같은 디자이너들의 무대는 보여주는 속옷, 란제리룩이 필수 요소였다. 이들 컬렉션에서 발표된 작품들은 하늘하늘한 레이스 달린 짧은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요정으로, 발랄한 핫팬츠 차림에 여성스러움을 더하는 키포인트로, 구릿빛 건강한 섹시함을 강조하는 서핑룩의 노출을 주도하는 아이템으로 언더웨어를 택했다.

언더웨어 패션의 유행에 따라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의 란제리 라인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최고급 소재로 무장한 럭셔리 언더웨어, ‘크리스챤 디올 란제리’가 한국에 발을 디뎠고 돌체&가바나의 영브랜드, ‘D&G’도 귀여운 섹시함으로 란제리 패션을 주도한다. 여러 가지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선택의 재미를 주는 언더웨어멀티숍도 인기다. ‘르바디(Le BODY)’는 빅토리아시크릿, 씩스티에잇, 스키니 등을 명품 란제리·바디웨어 멀티 브랜드 샵 체인. 블루마린, 모르간 같은 개성 있는 유럽 베스트 브랜드를 모은 ‘비바치타(Vivacita)’는 활동적인 여성에게 특히 인기다. 또 일본 럭셔리 란제리 멀티 샵 ‘제이팡(Jpang)’, 다양한 컬러, 사이즈에 가격까지 저렴한 ‘에메필(Aimerfeel)’, 100% 무봉제, 심리스를 활용해 웰빙스타일을 추구하는 ‘이온(EEON)’, 핑크 톤의 걸리쉬 분위기를 강조한 국내 브랜드 ‘예스(Yes)’?성업 중이다.

속옷 메이커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한 언더웨어를 만날 수 있다. 여성복 ‘에고이스트’는 아예 속옷 라인으로 매장 한 칸을 장식했다. 브래지어 팬티 뿐 아니라 평소에 란제리룩 연출에 좋은 슬립 톱을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도 지난해 여름 출시한 란제리 슬립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봄 속옷라인을 내놓았다. 귀여운 편안함이 컨셉.

- 다양한 언더웨어 큐트, 섹시, 럭셔리, 스포티하게

겉옷의 자리를 넘보는 언더웨어. 올해 언더웨어의 특징은 다양한 색감이 섞여 화려함으로 부각된다. 장식도 많아져 ‘속에 입는 옷’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상의로 입을 수 있는 슬리브리스, 탱크탑 등은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더 반가운 것은 겉옷보다 싼 가격. 겉옷에 비해 평균 3분의2 정도의 가격이다. 공주풍의 레이스, 리본 장식과 꽃 프린트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주며 귀여운 하트나 도트, 과일, 캐릭터 동물무늬는 귀여운 컨셉을 연출할 수 있다. 보다 럭셔리한 고급품들은 보석장식과 호피무늬, 로고디자인에 가터벨트가 가미돼 섹시한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언더웨어와 함께 스포츠 라인으로 활용 가능한 언더웨어도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요가나 피트니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속옷 매장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속옷 매장의 실내복, ‘이지웨어’들은 땀 흡수도 잘되고 활동하기에 편해 운동복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또 운동복과 함께 입을 수 있는 고기능성 스포츠언더웨어를 고르기 위해 속옷매장을 찾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늘고 있다. 가슴 부분이 두 겹으로 처리된 스포츠 브래지어, 탱크톱 등과 함께 스포츠웨어의 영향을 받은 고기능성 속옷, 봉제선 없이 인체공학적 피팅감으로 착용감을 높이거나(CK언더웨어), 지방세포 분해 효소를 첨가해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는(BVD뉴욕) 언더웨어까지 나와 있다.

- 보여주는 속옷, 어떻게 입을까

목선이 깊고 넓게 파인 겉옷에는 차라리 화려한 브래지어를 코디해 보자. 상의의 무늬나 색상이 강하다면 단색의 원색 브래지어를 입어 레이어드룩처럼 연출한다. 목뒤로 묶는 홀터넥 브래지어 디자인도 속옷의 개념을 깬다. 시원한 그물망 니트 안에는 화려한 브래지어를 입어 과감한 멋을 내 보자. 아무래도 ‘브래지어는 속옷’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브래지어 몰이 부착돼 있는 슬립 톱을 권한다.

어깨 끈이 없이 가슴과 허리를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뷔스띠에 스타일도 패셔너블하다. 허리선이 낮은 골반바지나 미니스커트, 핫팬츠 안에 입은 흰색 팬티는 NG! 어중간한 색깔의 살색 팬티도 잘못 입은 속옷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허리 부분에 반짝이는 금속장식이 부착된 끈 팬티나 귀여운 레이스나 리본이 달린 팬티가 ‘보여주기 좋은 속옷’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벌써부터 바캉스가 그리운 사람이라면 컬러풀한 언더웨어로 해변분위기를 내보자. 언더웨어 멀티 샵에서는 수영복과 겸용으로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색상의 언더웨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아름다운 란제리는 완벽한 의상을 위한 기본적 요소”라고 말했다. 겉옷의 실루엣을 보정하던 속옷. 이제 아름다운 언더웨어 하나로도 ‘완벽한 의상’ 그 자체를 연출할 수 있는 시대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6-10 11:17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