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패션'은 소중하니까요


젊은 날 1억 모으기,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를 쓴 저자는 말합니다. 자신은 ‘쇼핑 퀸’이었다고. 현금이 없으면 할부로 사고, 사고 또 사는 쇼핑중독자였던 그녀가 목숨을 걸고 돈을 모은 흥미로운 얘기가 펼쳐지는데요, 패션지상주의 시대에 친구들 옷을 얻어다 입는 철저한 알뜰정신은 치사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패션은 남들과 더불어 사는 시대에 그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함께 걸어가기 위해 몸에 두르는 ‘동질감’의 표현과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패션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입니다.

최대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알뜰하게 ‘품위유지비’를 지출하는 방법, 살짝 귀띔해 드리죠. 바로 ‘중고품 사랑’입니다. 유행이란 돌고 도는 것이고, 요즘 같은 시기에 남들이 사용하던 중고품도 흠이 되지 않습니다. 자주 애용하는 중고품 경매 사이트는 쇼핑의 즐거움도 주고 보는 눈도 높여줍니다.

지난해 여름 경매로 단돈 1만2,000원 주고 산 플라스틱 조리는 아직도 여름에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입니다. 물건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도 높지만 ‘중고품’이기 때문에 충동구매를 자재할 수 있죠. 수량이 1개 정도이기 때문에 사이즈나 색상을 고르기 힘드니까요.

또 발품을 파는 ‘쇼핑’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중고품 시장을 추천합니다. 청계천 도깨비 시장에서 자리를 옮겨 주말마다 동대문 운동장내에서 열리는 풍물시장은 세상의 온갖 중고품을 모아둔 것 같은 즐거운 구경거리를 제공합니다. 유럽에서 건너왔다는 뱀피무늬 핸드백과 남미 출신 나무소재 샌들을 거기서 구했죠.

또 강남 모백화점 주최로 열리는 유럽형 그린마켓도 진흙 속 보물찾기 같은 성취감이 있습니다. 요즘은 각 구청이나 시민단체 주최로 열리는 벼룩시장도 자주 소개 되고 있으니 뉴스 면을 주목하시고요.

<나는…>의 저자처럼 궁상맞은 옷차림을 하느니 밥을 굶겠습니다. 옷차림이 마음에 안 들면 종일 심기가 불편한 저 같은 사람에게 ‘패션’은 통장잔고보다 소중하니까요.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6-11 10:29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