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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노출의 미학
드러내고 가리는 조절의 에로티시즘
여성복식 노출의 근본은 성적매력…적당한 감추기 오히려 섹스어필


“시원해서 좋다!” 허벅지가 드러나는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배꼽과 어깨, 등이 훤히 드러나는 홀터네크라인 차림의 여성들이 거리를 점령했다. 눈이 즐거운 옷차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들의 용감함을 손가락질 하거나 성적으로 ‘쉬운 여성’이라는 생각을 의례 품고 있지는 않는지. 노출의 계절, 여성패션에서 나타난 노출의 의미를 짚어본다.



- 미니스커트는 사교적이다?



지난해 속옷의 끈을 완전히 없앤 ‘누브라’ 때문에 난리였던 속옷시장은 속옷라인이 드러나지 않는 브래지어, 팬티, 거들 등으로 ‘대박’행진 중이다. T팬티나 에어스타킹에 이어 깊게 파인 옷을 입을 때 속이 들여다보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의류용 ‘접착테이프’까지 나왔다. 사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어깨나 가슴이 드러난 톱은 재킷 속에 입는 속옷이었다. 이것이 지난해부터 불어온 건강과 운동, 웰빙 열풍으로 ‘보여주고 싶은 몸’으로 노출이 과감해졌다. 과감한 노출도 모자라 아예 벗고 나선 연예인들도 노출패션의 붐을 조장한 큰 손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트레이닝 된 몸’을 자랑하고 웬만한 노출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발자크는 그의 소설 <이브의 딸>에서 “여성들의 의상은 그 개인의 생각이나 말을 상징하는 표현이다”라고 했다. 옷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성적인 취향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 할 수도 있다. 짧은 미니스커트가 젊고 외향적인 것으로 지각되며 깊게 판 티셔츠는 사교적이며 성적 매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또 가슴을 깊게 판 탱크 탑, 스커트에 슬릿이 들어간 드레스와 같은 대담한 노출패션을 착용한 여성을 더 매력적이고 개성 있다고 평가한 연구 결과도 있다.

확실히 노출은 주목받는다. 노출은 그 부위와 면적에 따라 보는 이들에게 미적 자극을 주지만 반대로 ‘노출증 환자’나 극단주의자로 몰릴 수 있다. 흥분한 훌리건들이 벗은 몸으로 운동장을 내달리는 행위나 모피반대를 외치는 동물애호가들의 나체 시위 등은 언제나 사회면의 볼거리 톱에 기록되지 않는가. 노출을 근본적으로 금기시하면서도 노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성의 패션이란 성적인 매력을 돋우는 신체를 감추고 드러내는 숨바꼭질을 계속해왔다. 고대에는 가슴과 팔다리 등 거의 모든 상반신이 노출됐다. 산아제한이 없었던 농경 사회에서 가슴과 배를 노출한 것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트로이 전쟁에 등장하는 고대 크리트의 여신상을 보면 노출된 유방과 가늘게 졸라맨 허리, 엉덩이는 볼륨 있는 형태로 다산과 다작을 기원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집트의 시스 스커트도 본래 남녀 모두 가슴을 드러내고 하체만 가린 형태였다. 사막의 뜨거운 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 달란 흰색 천 조각 하나만을 걸친 모습이란! 그대로 에로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역사를 통해 여성은 신체 노출의 투쟁을 함께했다. 18세기 스페인 여성은 발을 드러내는 것을 부정한 일이라 여겼으며 파키스탄의 모슬렘 여성은 사리를 착용할 때 몸은 노출해도 다리를 노출하는 것은 금기시 됐다. 북부 인디언 여성들은 성인 남성들과 남편 앞에서까지 베일로 얼굴을 가렸다.

빅토리아왕조 시대의 발목 노출은 에로틱의 극치였다. 역사 속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신체노출이 극단적으로 금기시됐고 여성들은 제한된 노출 수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코르셋 등으로 도리어 신체를 억압하기도 했다. 어느 때는 노출을 법으로 제제하기도 했지만 여성들의 노출을 영원히 막지는 못했다. 가슴과 어깨의 노출에 이어 겨우 7부 소매로 손목이 드러난 것이 바로크 시대였고 근대에 들어 비치는 드레스, 시스루룩으로 간접적인 노출효과를 꾀하기도 했다.

신체 노출은 자기만족과 동시에 아름다움의 표현이었다. 특히 여성 복식에서 노출은 성적 매력에 근본을 두고 있다. <옷의 심리학>의 저자 플루겔(flugel)은 인간에게 의복은 신체를 감추면서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양면성’이 있다고 했다. 이 양면성이 바로 매력적인 유혹의 방법이며 인간은 의복을 통해 내재된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 만약 인간이 나체 생활을 계속해서 이성의 신체에 호기심이 잃었다면 인간은 결국 멸종했으리라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노출의 심리를 ‘선정성’과 ‘주의 집중성’으로 들 수 있다. 선정성은 이성에게 자탔?모습을 성적으로 자각시키려는 행위다. 소녀들이 부모의 옷차림이나 화장법을 흉내 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주의집중성은 주목을 받고자 하는 욕구다. 노출이 심한 옷을 개성 있는 패션으로 인정하는 심리다. 오늘날 노출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들의 몸은 아름답다. ‘몸짱’의 길이 멀고도 험했기 때문에 그녀들은 ‘노출’할 자격이 있다. 노출은 부지런히 운동하고 자신에게 투자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값진 결과물이다. 몸의 어느 한 부분을 노출하는데도 그토록 오랜 시간과 시대를 거치며 신앙처럼 가려졌던 신체가 자극적인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발가벗겨졌다. 과다노출과 성적 충동이 가득한 흥분제로 말이다. 노출을 단순히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라 보는 태도, 섹스어필은 ‘밝히는 여성’이라는 식의 오해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 가려야 더욱 매력적인 노출



완전 노출, 부분 노출, 무 노출의 여성모델이 등장한 광고를 놓고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결과는 부분 노출 여성모델 광고, 다음으로 노출이 없는 여성모델 광고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완전히 신체를 노출한 여성모델 광고는 오히려 부정적이었다. 전북대 대학원 심리학과 백영호의 논문 <여성모델의 노출 수준에 따른 감정 반응과 광고 효과>의 결과다.

노출의 미는 바로 인체의 일부가 가려져 있을 때 강조되며 감춰진 부위가 노출됐을 때 더욱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의복의 시작에서 창세기에 근거한 수치심 이론을 들지만 신체 부분, 특히 성기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성적인 매력을 더하기 위해 의복이 시작된 만큼 노출에도 어느 정도 감춤의 미학이 요구된다. 잠그거나 채운 것을 푸는 것, 즉 단추, 벨트, 지퍼, 후크 등이 달린 옷은 성적인 행위를 봉쇄하는 도구로 오히려 유혹의 힘을 지닌다.

상상해 보라. 작은 단추가 촘촘히 달린 블라우스를 푸는데 드는 끈기는 정숙함이다. 그러나 지퍼가 달린 점퍼 형태의 옷은 간단하게 정염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자극적인 상상에 빠지게 한다. 미니스커트의 라인, 가슴의 골만 살짝 비쳐지는 옷과 노출의 경계는 더욱 자극적이다. 완전한 나체보다 신체의 어느 한 부위가 노출된 모습에서 연출되는 에로티시즘! ‘풍요로움의 여신’으로 분류되고 싶지 않다면 노출에도 감춤의 센스가 필요하다.

■ 인체 부위별 노출의 의미
  
가슴 -가슴은 여성의 신체 어느 곳보다도 성적인 의미가 강하다. 천박하지 않으면서 여성미를 뽐낼 수 있는 노출비법이 가슴노출에 있다. 가슴부위를 조금 드러내는 것이 다른 신체를 모두 드러내는 것보다도 훨씬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세계전쟁의 종식을 알리면서 가장 먼저 현대여성패션에서 강조된 신체가 가슴이었다. 허리를 졸라맴으로 가슴을 크게 보이려고 했고 스폰지를 심은 브래지어를 입어 마릴린 먼로와 같은 큰 유방을 갖기를 소망했다. 가슴은 그 자체가 풍요와 생명의 의미를 지닌다.

다리 - 여성패션에서 다리 노출에 앞서 발목을 드러내는 만 1,000년이 걸렸다. 19세기까지 치렁치렁한 긴치마를 입었던 여성들에게 발목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까. 성 해방을 통해 여성들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샤넬 스커트와 바지를 입어 자립과 자유를 처음으로 획득한다. 1965년 미국 디자이너 마리콴트의 미니스커트는 다리를 드러내는 획기적인 패션이었지만 사실 성적인 매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깡마른 모델 ‘트위기’를 앞세운 미니스커트는 ‘소녀’의 이미지가 컸다. 그러나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은 10대 소녀들이 늘어났고 에로틱한 대상의 연령대가 10대로 낮아지는 결과를 낸다.

복부 - 가는 허리는 여성의 연약함을 드러내기 좋은 신체 부위다. 또 오드리 햅번처럼 우아한 여성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납작한 배와 가는 허리가 상대적으로 가슴과 엉덩이를 풍만하게 보이게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여성들은 코르셋과 씨름해야 했다. 요즘의 복부 노출은 상대적으로 다리가 길어보이도록 디자인된 골반바지에 의해 시작됐는데 최근에는 운동으로 탄탄해진 근육질의 배가 환영받는 추세.

목ㆍ등 - 등의 노출은 자신은 볼 수 없기 때문에 순전히 보여주기 위해 노출하는 주목성이 크다. 목선과 등은 평면적인 동양의복에서 에로티시즘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받아 왔다. 특히 일본의 기모노는 겹겹이 천으로 몸을 감싸 감추지만 목과 등을 드러냄으로 묘한 에로틱한 의복. 드러나지 않게 우아한 여성성을 표현하고 싶다면 미니스커트 보다는 보트네크라인 니트 상의를 입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입력시간 : 2004-06-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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