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네모난 얼굴에는 바가지머리를?


“어떻게 해 드릴까요?” “전체적으로 짧게 잘라 주시고요, 층이 많이 나게 쳐 주세요. 아, 앞머리는 일자로 잘라주세요. 층을 내면 머리숱이 적어보이거든요.”

두세 달에 한번씩 들리는 미용실. 요구사항이 많습니다. 어느 때부턴가 짧은 단발머리를 고수한 이후로 ‘헤어 컷’에도 스타일을 고집하게 됐습니다.

20살부터 시작된 헤어스타일의 변천사. 대입합격 통지서를 받은 해방의 기념 파머머리, 청순미의 상징 긴 생머리, 장장 4시간 무거운 롤을 이고 있어야 했던 지적인 단발머리, 느지막 반항하듯 짧게 쳐낸 커트머리. 그 모두를 겪고 나서 가장 관리하기 편하고 전체적인 스타일과도 잘 매치되는 머리모양을 찾게 된 것이지요.

고집스러운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들을 보면 옷 입는 방법도 그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선배 K는 언제나 ‘바가지 머리’를 고집합니다. 저주받은(?) 네모 얼굴에는 동그란 머리모양이 제일이라나요. 헤어스타일 뿐 아니라 그녀의 패션도 언제나 ‘오피스 우먼’표를 팍팍 내는 각진 스타일입니다. 그런 K에게 적절히 색이 가미된 조금 튀는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선물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포장 리본도 풀지 않은 채 서랍 한구석에 굴러다니는지 언제나 손톱만한 은색 브로치만이 그녀의 정장 깃에서 낡은 빛을 내고 있습니다. K에게 패션은 그냥 ‘옷’일 뿐입니다.

미용실에 앉아 헤어디자이너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자신을 보면서 스타일에 대해 무척 개방적인 편이라고 여겼던 사고방식에도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경우엔 이렇게 입으시고, 저런 경우엔 네, 최신 스타일이니 이게 좋겠군요! 라며 조언을 주저하지 않았으면서도 ‘황금색 샌들이라니, 너무 튀는 거 아냐?’ ‘등이 훤히 파진 드레스라니! 저런 옷차림은 모델들이나 어울리겠지.’라며 한계를 지어 버렸습니다. 네모난 얼굴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은 ‘바가지’헤어만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곱슬머리도 삐쭉하게 삐친 머리도 각진 얼굴에 색다른 매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패션은 도전이다!’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6-24 18:30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