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지만, 왠지 고독해 보이는 요리의식 불명의 변호사를 남편으로 만든 여인의 낭만 코미디

[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핫도그
맛있지만, 왠지 고독해 보이는 요리
의식 불명의 변호사를 남편으로 만든 여인의 낭만 코미디


혼자 사는 사람은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바쁜 생활 탓도 있지만 혼자 먹는 음식에는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 우리’라는 존재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루시(산드라 블록)는 그 소중한 것이 결핍된 채로 살아간다.

가족도, 연인도 없이 혈혈단신인 루시의 직업은 전철역의 토큰 판매원이다. 그다지 즐겁지는 않아 보이는 그녀의 인생에 단 하나의 낙이 있다면 매일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한 남자를 지켜보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루시를 애태우게 하던 그가 철로 위로 떨어져 기절하는 일이 일어난다. 아슬아슬하게 그를 구해내 병원으로 데려간 루시는 본의 아니게 그의 가족으로부터 약혼녀로 오해받는다.

이름도 모르던 그는 피터 캘러한이라는 돈 많은 변호사였다. 진실을 말해 줄 당사자는 어차피 코마(의식 불명)상태이고 더구나 짝사랑하던 남자의 약혼녀라니 나쁘지는 않다. 처음에 오해를 풀려고 했던 루시는 어느 새 자연스럽게 가짜 약혼녀 노릇을 하게 된다. 오랫동안 아들의 소식을 모르고 있던 피터의 가족은 루시를 따뜻이 맞이하고, 늘 외로웠던 루시는 떳떳치 못한 행복감에 젖는다.


- 그 남자, 알고 보니 백마 탄 왕자

그러나 피터의 동생 잭(빌 폴만)이 등장하면서 루시의 약혼녀 행세는 위기를 맞는다. 무언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 잭은 루시에게 피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꼬치꼬치 캐묻고, 루시는 순간적인 기지로 잭의 질문 공세를 무사히 넘긴다. 의심을 풀고 다른 가족들처럼 루시와 점점 가까워지는 잭. 그런데 이들이 뜻하지 않게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서 잭은 형의 약혼녀에게 끌린다는 죄책감에, 루시는 잭과 가족들을 기만한다는 괴로움에 갈등하게 된다.

몇 주 후 코마상태에서 깨어난 피터는 ‘ 당연히’ 곁에 있는 루시를 알아보지 못한다. 가족들은 피터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또 한번 오해하고, 끈질긴 설득 끝에 피터는 루시가 자신의 약혼녀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잭에 대한 감정으로 혼란스럽던 루시는 피터와의 결혼식 날 가족들 앞에서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데….

이 영화는 마냥 행복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족 영화에 가깝다. 루시가 끝까지 진실을 숨기려 했던 이유는 피터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그의 가족이 베풀어준 사랑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녀는 고독했던 것이다. 루시의 외로운 처지를 보여주는 인상깊은 장면은 그녀가 직장 상사와 함께 길에서 파는 핫도그로 점심을 때우는 모습이다. 간편하고, 나름대로 맛도 있는 음식이지만 대충 서서 먹는 점심은 왠지 초라하고 쓸쓸해 보인다.


- 배고픔과 고독을 달래주던 길 위의 진수성찬

우리나라에서 핫도그 하면 소시지에 반죽을 입혀 튀겨낸 것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핫도그가 아니라 ‘콘 도그(corn dog)'이다. 진짜 핫도그는 빵에 소시지와 야채를 끼워 넣은 샌드위치의 일종이다. 이 음식은 원래 독일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소시지를 워낙 즐겨 먹는 독일인들이다 보니 이를 이용한 요리도 상당히 많은데 핫도그의 원조격인 ‘프랑크푸르트’(frankfurter)도 그 중 하나이다. 프랑크푸르트는 원래 요리 자체가 아니라 속에 넣는 소시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프랑크푸르트는 19세기 중엽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에 전파되었고, 미국인들은 이 요리를 ‘닥스훈트’ 소시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길쭉하고 통통한 모양이 마치 몸이 길고 다리가 짧은 독일산 사냥개 닥스훈트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핫도그라는 오늘날의 명칭은 1906년 뉴욕 타임즈의 만화가였던 T.A. 도건으로부터 유래한다. 그는 닥스훈트 소시지를 소재로 만화를 그렸는데 닥스훈트라는 단어의 철자를 몰라 그냥 ‘Get your hot dog'라고 표기했다. 이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닥스훈트 소시지를 핫도그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주로 야구 경기를 볼 때 핫도그를 즐겨 먹는다.

■ 핫도그 만들기

- 재료:
핫도그빵, 아메리칸 비엔나소시지 또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버터, 양상추, 오이 피클, 양파, 머스터드, 케첩

-만드는 법:
1. 핫도그 빵은 칼집을 깊숙이 넣어 반으로 가른 다음 분무기로 물을 뿌려 뜨거운 오븐에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데운다.
2. 소시지를 삶거나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속까지 뜨겁게 한다.
3. 양상추는 깨끗이 씻어 잘게 찢는다.
4. 오이 피클과 양파는 잘게 다진다. 이 때 다진 양파는 마른 행주에 싸서 물기를 꼭 짠다.
5. 빵에 겨자 버터를 바르고 양상추를 깐 다음, 양파와 오이피클을 조금씩 올린다.
6. 뜨거운 소시지를 얹고 케첩과 머스터드를 취향에 맞게 뿌린다.

- Tip: 처음부터 따뜻한 빵을 자르려고 하면 제대로 잘리지 않으므로 반드시 자른 다음 데운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6-30 13:56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