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엿보기]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방식


헤어질 때 남자들이 보통 하는 말이 있다.

“넌 참 좋은 여자야. 하지만 나에겐 너무 벅차. 나보다 잘해주는 남자 만나 행복해야 해.”

재밌는 건 이별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자들의 반응이다. “우린 너무 사랑해서 헤어져야 했어.”

노래가사가 갑자기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랑하기에 떠나야만 했던… 그 노래 말이다. 그녀는 결혼을 한 지금까지 자신을 버린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다.

여자들은 이별 앞에서 의심할 줄을 모른다. 왜냐? 남자들이 떠날 때 그녀에게 심어주고 갔던 말이 “넌 좋은 여자이고 나에겐 벅찬 상대” 라는 말이 평생 자부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이쯤에서 우월감을 확인한다. 학벌, 집안, 미모가 완벽한 여성일수록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언제나, “그와 나의 신분차이” 라는 아픈 현실이다.

그녀를 떠난 남자는 그보다 조금 더 비열했다.

“넌 어디가든 사랑받을 여자야. 나 같은 남자 사랑하지마. 난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못한 나쁜 남자니까.” 지금 들으면 비의 ‘나쁜 남자’가 떠올라 웃음이 나지만 당시 이 말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그녀를 찌릿하게 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의심 없이 그를 보내주었다. 그는 그녀와 완전히 헤어지기는 아깝고, 갖기에는 부담스러웠던지 “우리 좋은 친구로 남자. 서로 어려울 때 도와주기다.” 라고 제안했다. 그가 탐낸 것은 청담동 주택가에 사는 그녀의 부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가끔 술 취한 그의 전화를 받으며, 자신을 잊지 못하는 그 때문에 마음 아파했고, 조금 지나서 그의 카드 값까지 빌려주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다. 빌려준 돈은 꼭 받으라고.

한때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친구로 남아있는 커플들이여. 그는 새침떼기 애인과 싸울 때만 당신에게 전화하는 겁니다. 무조건 다 받아주는 무던했던 당신이 필요할 뿐이에요. 새 신발이 아플 때마다, 헌 신발을 찾아 신게 되는 거랑 같다구요.

기막한 그녀의 대답. “그처럼 나를 사랑하고 존중해준 남자는 없어. 그는 나를 공주처럼 모셨거든” 그녀 맘속에 그는 영원히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떠나야만 했던 가난한 남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도 못난 남자와 잘난 여자의 만남과 이별은 계속되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7-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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