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엿보기] 과거 애인 만나기 프로젝트


복잡한 사랑은 ‘노!’ 를 외치던 그녀들은 원나잇 스탠드를 쿨하게 즐길 줄 아는 이른바 ‘프리 섹스주의자’였다. 셋이 모이면 화제거리는 자연스럽게 남자에 대한 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녀들의 수다는 현재 진행형보단 과거형이 많아졌다.

“이제부터 만나는 남자에겐 한 눈 팔지 않을 자신 있는데.”

이효리를 닮은 그녀는 눈웃음으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홀리는 재주가 있었다. 매력의 그녀는 불행히도 문어발이어서 남자들에게 신뢰감을 잃고 말았다.

“난 불감증인가 봐. 내 젊음을 연애에만 쏟은 결과야. 20대 연애 경험이 지금 시나리오의 소재가 되고 있어. 짜릿한 반전에 모두 까무라치게 놀랄거야.”

시나리오 습작생인 그녀 또한, 인생 뭐 별거 있냐는 듯, 이젠 섹스가 지겹다고 말하는 여자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의 마지막 말은 그녀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난, 여태 오르가슴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한 남자가 내내 떠오르거야. 그를 다시 만나려 해.”

배고픈 그녀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사궜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기. 과거 애인 만나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며칠 후 그녀들은 다시 만났다.

이효리를 닮은 그녀. “그는 능력 있는 남자여서 평생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만, 침대에서는 예외야. 평균 지속 능력이 15초를 넘지 않는 거야.” 어느새 중년이 되어버린 남자.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발기부전을 앓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는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다가와 “우리는 그날 원 나잇을 즐겼어”라고 말해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굶주린 그녀들은 “결국 했구나!”며 그녀를 부러워하는데, “아니, 차 마시며 밤새 이야기만 했어” 라고 말해 눈총을 받았다. “내가 만난 사람은 고등학교 때 내 단짝 여자친구야. 사랑하는 사람이 꼭 남자여야 하는 건 아니잖아?”는 충격 고백에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오늘도 굶주린 그녀들.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분석해 가며 공모전을 앞두고 밤새도록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이효리를 닮은 그녀는 어린 남자를 물질적으로 지원해줄 것인가, 나이든 남자에게 안정감을 느끼며 손톱 깎기 쓰듯 자위기구를 사용할까 고민중이다.

이미 당신들이 과거에 만났던 남자들은 모두 이유가 있어 헤어진 것이다. 추억 속의 그들을 현실로 불러들여 당신들의 화려한 20대의 추억을 망치느니, 피부관리에 투자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아, 나머지 한 명은 어떻게 됐냐구? 그녀는 오르가슴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고 촌스럽게도 원 나잇을 즐긴, 얼굴도 기억 못하는 남자들에게 한 명씩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 남자들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척 했다.

입력시간 : 2004-08-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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