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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 <로마의 휴일> 젤라또
헵번, 스페인 광장, 그리고 아이스크림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세계에 알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많은 근로자들에게 각종 레저나 주말여행은 아직도 그림의 떡이다. 여름이 끝나 가는 지금까지 주머니 사정 때문에 떠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 도심 속에서 색다른 맛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한 팥빙수와 셔벗, 특히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은 잠시나마 일상의 피곤을 잊게 해줄 것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오드리 햅번) 역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달콤한 해방감을 맛본다. 유럽을 순방하며 쉴 새 없는 스케줄에 시달리던 공주는 로마에 머무르고 있던 중 남몰래 탈출을 감행한다. 그런데 몇 시간 후 그녀는 궁전에서 먹은 안정제 때문에 술 취한 사람처럼 길바닥에 누워버리는데…. 쓰러진 앤 공주를 발견한 사람은 바로 미국인 신문기자 조 브래들리였다.

다음날 아침 그녀가 앤 공주임을 알게 된 조. 특종을 찾던 그에게 말 그대로 하늘에서 복 덩어리가 떨어진 셈이다. 그는 사진기자를 대동하고 공주에게 시내 관광을 시켜 주겠다고 제의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공주는 그를 따라 스쿠터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트레비 분수, 진실의 입 같은 명승지를 돌아다니고 카페에서 함께 춤을 추기도 하며 뒤늦게 나타난 경호원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등 흥미진진한 하루를 엮어간다.


- 천진한 공주의 모습에 싹튼 사랑의 감정

처음에는 특종을 잡았다고만 생각했던 조는 앤 공주와 하루를 보내는 동안 천진한 그녀의 모습에 끌린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어쩔 수 없는 것,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 채 안타깝게 이별한다. 결국 조는 공주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기자회견 중 그 날 찍은 사진들을 몰래 그녀에게 건네고 돌아선다.

오드리 햅번이 짧은 커트머리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스페인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자유를 흠뻑 만끽하는 한 여인의 모습이 이렇게 발랄하고 싱그러울 수 있을까. 햅번의 머리 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듯이 로마에 여행 온 사람들은 으레 스페인 계단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아이스크림과 포장지를 계단 여기저기에 흘리게 되자 최근 시 당국은 아예 광장 부근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지 못하도록 금지했다고까지 한다.

영화 속에서 앤 공주가 먹는 아이스크림을 이탈리아에서는 ‘젤라또’라고 부른다. 아이스크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는 수백 종류가 넘는 젤라또가 있으며 종주국답게 소비량도 미국, 호주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주로 즐겨 먹는 것은 가게에서 직접 만든 제품이다. 맛이 다양하기도 하려니와 가게 주인이 직접 고른 재료로 정성껏 만든 젤라또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아이스크림 맛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젤라토는 보통 아이스크림과는 촉감과 맛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얼리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최초의 젤라또는 동으로 만든 용기 속에 재료를 넣고 이를 얼음과 소금을 채운 얼음통 속에 담가 돌려가며 얼리는 것이었다. 얼리는 동안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가지 않으므로 재료의 부드러운 느낌이 유지되고 텁텁하지 않다. 이 방법은 1565년 피렌체의 화학자 부온타렌티에 의해 고안되었으며, 그 후 1927년 오텔로 카타브리가가 현대적인 젤라또 기계를 발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달지 않고 입안에서 녹는 맛이 일품

젤라또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재료의 신선도와 공기의 양을 결정하는 혼합기술, 냉동과 저온살균 과정 등이다. 제대로 만든 젤라또는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 입안에서 살며시 녹는 맛이 일품이다. 신선한 우유와 생과일 등 천연 재료는 부담 없이 자연스러운 맛을 선사한다. 젤라또의 부재료로는 오렌지 딸기 체리 등 계절 과일 뿐 아니라 아몬드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 초콜릿이나 와인 등 무궁무진하다. 이탈리아에서 매년 열리는 젤라또 경연대회에는 쌀이나 각종 채소 등 색다른 맛이 나는 젤라또들이 등장한다.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젤라또로는 쌀로 만들어 부드럽고 담백한 리조, 상큼한 맛을 내는 요거트, 마르살라 와인을 넣은 자바요네 등이 있다. 진한 맛을 좋아한다면 초콜라또와 프라골라 등을 추천할 만 하다. 리코타 치즈에 과일과 초콜릿이 들어간 카사타는 시칠리아 지방에서 유명한 젤라토이다. 이탈리아에 가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젤라또 전문점들이 많은데 이들 가게에서는 젤라또 위에 생크림을 얹기도 하고 크로와상에 젤라또를 듬뿍 넣어 주기도 해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08-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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