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고 쌉싸름한 맛, 짝사랑 아픔 잊게명화의 엔딩 아름답게 장식한 여신의 선물, 먹거리·약용으로 오랜 사랑

[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 올리브
떫고 쌉싸름한 맛, 짝사랑 아픔 잊게
명화의 엔딩 아름답게 장식한 여신의 선물, 먹거리·약용으로 오랜 사랑


하얗게 출렁이는 올리브 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한 여인. 그리고 그 녀를 뒤따르는 한 남자. 두 사람의 모습이 점처럼 작아질 때까지 카메라의 시선은 그들을 담담히 지켜본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영화 <올리브 나무 사이로>의 라스트 신을 이처럼 절제되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마무리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 이은 그의 ‘길 3부작’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란의 한 마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촬영 중이던 케샤바르쯔 감독은 젊은 신혼부부 역을 맡을 두 명의 아마추어 배우를 찾고 있었다. 남편 역을 맡은 청년이 말을 더듬자 감독은 촬영팀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호세인을 대신 발탁한다.

아내 역을 하게 된 테헤레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오던 호세인. 그는 영화 촬영이 그녀의 마음을 얻을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열심히 테헤레 곁을 맴돈다. 그러나 외동딸로 곱게 자란 데다가 마을에서 유일하게 학교에도 다니고 있는 테헤레는 고아에 집도 없고,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호세인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촬영이 끝나가면서 호세인의 애타는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테헤레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을 한 채 어딘가로 걸어가고, 호세인은 테헤레에게 애처로이 구혼을 하며 쫓아간다. 제발 내게 한 마디만 해주세요…. 과연 그의 진심은 통할 것인가. 감독은 아름다운 올리브 숲의 풍경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전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 작품에서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게 마련이다. 대사도 별로 없고 영화의 줄거리도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고도의 함축적인 메시지와 절제된 영상미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한 것으로 생각된다.


- 지진으로 폐허된 이란을 배경으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1940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광고 영화를 제작하던 그는 68년 첫 단편 <빵과 오솔길>을 통해 영화감독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시작된 ‘길 3부작’은 그에게 감독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97년 <체리 향기>로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다.

영화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올리브나무’는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단순한 나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뜨겁고 건조한 곳에서도 강인하게 자라는 올리브나무는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에 비유되었다. 성서에서 비둘기가 노아에게 물어다 주는 올리브 잎은 평화와 안전의 상징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올리브는 ‘아테네 여신의 선물’로 묘사될 만큼 중요한 식품으로 꼽힌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선수들에게 올리브나무 관을 수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올리브는 물푸레나무과의 식물로 ‘감람’이라고도 불린다. BC 3000년경부터 재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중해 연안이 주산지이다. 메추리알 크기의 타원형 열매는 검자주색으로 익는데 그대로 식용하거나 기름을 짠다. 원래 생 올리브 열매는 쓰고 떫은맛이 강하다. 그런데 에게 해에서 항해를 하던 고대 그리스 선원들이 우연히 바다에 빠진 올리브를 건져 먹어 보았더니 맛이 좋아졌다고 해서 지금도 올리브는 소금물에 절여 통조림이나 병조림으로 먹는다.


- 칵테일 장식이나 피자에 곁들여 즐겨

시중에 판매되는 올리브는 그린올리브와 블랙올리브로 나뉜다. 그린올리브는 덜 익은 열매를 그대로 절이거나 씨를 빼고 그 자리에 빨간 토마토 조각을 박아 넣은 것인데 이를 ‘스터프드 올리브’라고 부른다. 마티니 같은 칵테일에 장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완전히 익은 올리브는 블랙올리브라고 하여 보통 썰어서 피자나 샐러드에 곁들인다. 그린올리브는 그냥 먹기에는 짠맛이 강하며 풋내가 나는 반면 블랙올리브는 쌉쌀하다.

올리브 오일은 히포크라테스의 저서에도 등장할 만큼 약용으로 사용된 역사가 깊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피부 청결을 위해 올리브 오일을 이용해 왔으며 최근에는 콜레스테롤을 억제시켜 심佯? 고혈압, 동맥경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남부 크레타 섬의 주민들은 올리브유를 음료수 마시듯 즐겨 마시는데 이 지역은 심장병 발병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올리브유는 엑스트라 버진, 버진, 퓨어 등으로 나눠지는데 엑스트라 버진이 가장 최상급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올리브유의 향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퓨어가 적당하다. 일반적으로 샐러드나 파스타 등 올리브유 특유의 향을 살려야 하는 요리에는 엑스트라 버진을, 볶음요리 등 향이 강하지 않아도 되는 요리에는 퓨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입력시간 : 2004-09-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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