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패션읽기


매달 19일은 패션계의 새 소식을 접하는 날입니다. 월간잡지라고 하면 매달 1일 발행될 것처럼 생각되지만 유행을 앞서 가야 살아 남는 패션잡지들은 하루라도 일찍 나와야 그 소임을 다하는 양 부지런을 떱니다. 독자들의 입장이야 열흘 일찍 새 소식을 접하니 즐거운 일이죠.

19일은 여성잡지 중에서 신간 하이틴 패션잡지 일명 ‘걸’(girl)지들이 출간되는 날이지요. 다음날에는 전문패션 잡지들이 서점의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 뒤 며칠 간격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여성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19일 오후가 되면 서점에 들르는 것이 일입니다. 내용을 볼 수 없게 비닐 포장을 한 대형서점 말고 동네 서점에 가야 합니다. 대충 표지를 훑어보고 잘 나가는 잡지 몇 개는 내용도 꼼꼼히 뒤져보고 구입 의사를 타진합니다. 물론, 사은품 확인도 필수죠. 그렇게 돈 주고 사보는 월간잡지가 한달에 서너 권, 은행이나 병원에서도 잡지 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패션잡지를 보면서 멋진 패션사진과 정보력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세상에 비해 너무 세련되고 호화스러운 그림에 질력이 나기도 합니다. 어느 연예인이 옷 잘 입고 이런 게 잘 팔릴 상품이니 당신도 몇 달치 월급 모아 한번 사보는 게 어때? 하고 조롱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으니까요.

프랑스 고급 맞춤복 시장의 불황과 함께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패션에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듯 최고급품 일색이던 보그지도 내달부터는 저가품을 함께 싣는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보그, 엘르, 바자 같은 패션지보다 실용적인 카탈로그 형식의 잡지들이 판매 부수와 광고 유치에서 선두에 올랐다고 하네요.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었던 패션잡지들이 패션을 보고 즐기고 읽는 손안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9-03 15:38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