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문화 속 음식기행] 에세이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파스타에 몰두한 미식가의 삶과 문학
무라카미 하루키의맛에 대한 센스와 인간적 면모 드러나는 작품




퇴폐, 허무, 개인주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이런 단어들을 떠올린다. <상실의 시대>, <테엽 감는 새> 같은 소설에 드러난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접하면, 작가 역시 정신 세계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아닐까 의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는 뜻밖에 아내 대신 살림을 도맡아 하기도 했던 성실한 애처가이며, 전철표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을 고민할 만큼 보통의 중년 남자이다.

그의 첫 번째 에세이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속에서는 이런 하루키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대학 시절 아무 것도 없이 달랑 책 한 권만 들고 동경에 올라오거나(존 업다이크를 읽기 위한 가장 좋은 장소), 발렌타인 데이에 무말랭이 조림을 만드는(발렌타인 데이와 무말랭이 조림) 그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 소박함에 웃음이 난다. ‘꿈처럼 몸에 익숙한 만년필’이나 ‘거울 속 저녁노을’ 같은 글들에서는 그만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 대단한 스파게티 애호가

<코끼리 공장…>의 또 다른 재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별난 식성을 접하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편식이 심한 사람이라고 인정한다. 쇠고기 이외의 고기, 중국음식 등 못 먹는 음식이 꽤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식가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센스와 적당한 ‘까탈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그는 몇 차례에 걸쳐 재래식 두부 예찬론을 펴는가 하면, 비프 커틀릿에는 반드시 누들을 곁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레도 우동도 좋아하지만 ‘카레 우동’만큼은 싫어한다.

그 중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스파게티이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 스파게티가 한번이라도 등장하지 않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니 아마도 그는 대단한 스파게티 애호가가 아닌가 싶다. 자취 시절에는 떡, 살라미, 토마토 등 집에 있는 재료를 몽땅 쓸어 넣고 만든 엉터리 스파게티를 해먹는가 하면 유럽 여행을 가서는 꽤 본격적인 파스타 요리를 즐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스파게티 공장’이라고 부른다. ‘스파게티 공장의 비밀’이라는 글에서 그는 더운물의 온도를 조절하고, 소금을 뿌리거나 타이머를 세트하는 일을 글 쓰는 것에 비유한다. 그의 일을 곁에서 거드는 양 사내와 쌍둥이 자매(물론 상상 속의 인물들이다)는 그가 작업을 하는 동안 풀밭에서 ‘우리의 고향은 알 덴테/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그 이름도 듀럼 세몰리나’ 라는 스파게티 주제곡(?)을 부른다.

여기서 ‘알 덴테(al dente)'는 스파게티를 잘랐을 때 하얀 심이 남아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덴테’라는 단어는 이탈리아 어로 ‘치아’라는 뜻이다. 즉 적당히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약간 덜 삶아진 스파게티를 말한다. 또 ‘듀럼 세몰리나(durum semolina)’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주로 생산되는 듀럼 밀을 거칠게 갈아 만든 밀가루로, 스파게티의 재료로는 최고로 꼽힌다.

피자와 함께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스파게티는 원래 ‘파스타’의 한 종류이다. 스파게티 같은 국수 이외에도 수제비, 만두 형태의 모든 ‘밀 음식’이 파스타에 포함된다. 유명한 파스타로는 페투치니, 링귀니, 파르팔레, 마카로니, 뇨키, 베르미첼리 등을 들 수 있다. 리본, 조개, 바퀴, 나비 등 다양한 형태를 자랑하는 이들 파스타는 반죽에 비트, 시금치, 오징어 먹물 등을 섞으면 각각 붉은색, 초록색, 검은색 등 고운 빛깔을 지닌다.


- 손님접대에 좋은 분위기 있는 음식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스파게티 종류는 미트 소스와 크림 소스일 것이다. 미트 소스는 원래 ‘볼로네즈’라고 불리는 것인데 다진 고기를 토마토 퓨레와 함께 볶아 만든다. 크림 소스는 알프레도와 카르보나라가 있는데 알프레도는 버터, 크림, 파마산 치즈로 만들며 카르보나라는 여기에 달걀과 베이컨이 추가된다.

이보다 담백한 맛이 좋다면 올리브유에 조개를 듬뿍 넣은 봉골레를 추천할 만 하다. 그 외에 해산물 스파게티인 페스카토레, 당근ㆍ브로콜리ㆍ버섯 등의 야채로 만든 프리마베라 등이 유명하다. 보통 식당에 가면 스파게티가 일품 요리로 ┛便프嗤?이탈리아 사람들은 식사 첫 코스에 반드시 파스타나 리조또를 먹는다.

비교적 쉽고 간단하면서도 만드는 이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스파게티는 손님 접대할 때나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좋은 음식이다. 스파게티를 삶을 때에는 끓는 물에 소금과 식용유를 약간 넣고 8~12분 간 충분히 삶는다. 다른 국수와는 달리 찬물에 헹구지 않으며 뜨거울 때 소쿠리에 건져 놓고 올리브유로 재빨리 버무려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한다.

입력시간 : 2004-09-21 17:51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