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그려낸 어머니 사랑친근하고 신선한 느낌의 가사, 서민들의 상에 오르는 영양 덩어리

[문화 속 음식기행]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
일상에서 그려낸 어머니 사랑
친근하고 신선한 느낌의 가사, 서민들의 상에 오르는 영양 덩어리


<어머니와 고등어>는 누구 노래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산울림 아니야?”라고 하겠지만 답은 김창완이다. 이런 혼동은 아마도 김창완이라는 가수와 그룹 산울림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이 노래가 실린 김창완의 독집 <기타가 있는 수필>은 지난 1983년 세상에 나왔다. 그 당시는 산울림이 9집 앨범을 발표한 이후 실제적으로 그룹이 해체를 맞이하게 된 시기이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에서 김창완은 산울림의 기존 음악색과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려고 한 듯 하다. 앨범 전반에 흐르는 쓸쓸한 정서는 혼자 남은 그의 외로움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고등어>를 비롯한 수록곡들은 왠지 듣는 이의 마음을 포근해지게 만든다. 어쿠스틱 기타의 온화한 멜로디는 노래들의 따뜻한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창완 특유의 동화적인 가사도 인상적이다. <내 방을 흰색으로 칠해주오> 나 <꿈> 같은 곡들은 슬픈 듯 하면서 가슴 한 구석을 어루만지며, <무슨 색을 좋아해도>․<어머니와 고등어> 등에서는 그만의 경쾌하고도 소년 같은 감수성이 드러난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특별히 미사여구를 사용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았지만 이 노래의 가사는 참으로 친근한 느낌을 준다.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일상 속에서 꾸밈없이 이끌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멜로디 역시 구전가요처럼 단순하고 따라 부르기 쉽게 이루어져 있다. 이런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이 <어머니와 고등어>를 오랫동안 사랑 받게 만든 힘인 것 같다.


- 세대를 초월한 국민가요

세월이 흘러 대중 음악은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모자랄 만큼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다.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 산울림이라는 이름은 낯선 것이 되었고, 김창완 역시 가수보다는 연기자나 MC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그러던 중 산울림은 뜻하지 않게 돌아온다. 지난 97년, 14년 만에 13집 <무지개>를 발표한 것이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 생뚱맞은 가사의 노래는 386 세대에게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안겨 주었다. 이들의 파격이 말해주듯, 열정과 순수를 간직한 사람은 아마도 나이를 먹지 않는 법인가보다.

<어머니와 고등어>가 세대를 초월한 국민가요인 것처럼, 값싸고 영양 많은 고등어는 오랫동안 서민들의 식탁을 지켜 온 식품이다. 비린 음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던 시절, 밥상에 고등어 한 토막만 놓여 있어도 그 날의 식사는 진수성찬이 되었다.

그러나 조선시대만 해도 고등어는 쉽게 맛보기 힘든 음식이었다. 특히 바다와 떨어진 내륙지방에서는 상하기 쉬운 고등어를 손질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의 경우 다음과 같은 가공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먼저 안동에서 가까운 바다인 강구, 축산, 후포 등으로부터 통상 1박 2일이 걸려 고등어를 운반한다. 그리고 나서 소금으로 간을 하게 된다. 굳이 가져와서까지 간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생선은 원래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절일 때 소금의 농도가 지나치게 옅으면 고등어가 상하게 되고, 너무 짙으면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소금간을 하는 사람을 ‘간잽이’ 라고 하여 가장 중요한 역할로 취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간고등어는 대갓집 밥상에 오르거나 혹은 자린고비 집 천장에 매달려 있게 된다. 간고등어를 보통 자반이라고 부르는데 자반이란 원래 염장, 즉 생선이나 해산물․채소 등을 소금에 절이거나 조려서 저장하는 반찬을 뜻한다. 이 말은 식사를 돕는다는 뜻의 ‘좌반(佐飯)’에서 나왔다고 한다.


- 가장 맛있고 영양가 높은 가을 고등어

교통 수단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굳이 자반이 아니라도 싼값에 다양한 고등어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춧가루를 뿌리고 무와 함께 조려낸 고등어조림을 찾을 것이다. 생고등어를 반으로 갈라 연탄불에 구워낸 고갈비는 막걸리 안주로 일품甄? 값은 비싸지만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고등어 회도 별미에 속한다. 다만 고등어 회는 광어, 우럭 등에 비하면 아무래도 비린 편이므로 회의 담백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별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겠다.

‘가을 고등어와 가을 배는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여름에 산란을 마친 고등어는 겨울철 월동을 대비해 닥치는 대로 먹기 때문에 가을이면 지방질 함량이 20%가 넘게 된다. 즉 가을은 고등어가 가장 맛있고 영양가 높을 때라고 할 수 있다. 햅쌀밥에 기름기 자르르한 고등어 한 토막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요즘이다.

입력시간 : 2004-10-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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