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된 그녀, 축배를 들다거리의 여인과 기업가의 운명적 만남, 뛰어난 맛과 향으로 미각 유혹

[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 <프리티 우먼> 샴페인
신데렐라가 된 그녀, 축배를 들다
거리의 여인과 기업가의 운명적 만남, 뛰어난 맛과 향으로 미각 유혹


‘신데렐라 스토리’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에게는 완벽한 조건말고도 갖춰야 할 ‘단점’이 있다. 어린 시절 가정 환경이 불행했고, 그 때문에 보통 사랑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여성들과의 관계 맺음에 서툰 성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닫혀 있는 마음은 오직 한 여성에게 예외적으로 열리게 되며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운명적 만남’이라는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신데렐라 영화의 고전인 <프리티 우먼>의 에드워드(리처드 기어)는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왕자님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증오한 나머지 기업 사냥꾼이 되어 제일 먼저 아버지의 회사를 팔아 버린다. 부모의 사랑에 굶주렸음에도 그는 오히려 사랑을 부정한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업이며 여자들은 그저 재미로 만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운명적인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헐리우드의 밤길을 누비는 콜걸 비비안(줄리아 로버츠). 비비안은 길을 몰라 헤매던 에드워드를 호텔까지 태워 주게 되고 그들은 별 스스럼없이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사업상 미팅에 동행할 여자가 필요하게 된 에드워드는 비비안에게 일주일 동안 파트너가 돼줄 것을 제의한다.

- 현실로 다가온 신데렐라의 꿈

그날부터 비비안의 눈앞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화려한 세계가 펼쳐진다. 로데오 거리에서 값비싼 옷들을 마음껏 사는가 하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긴다. 생전 처음 로얄석에 앉아 오페라 구경도 하게 된다. 일주일을 함께 지내는 동안 에드워드는 다른 여자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비비안의 매력에 조금씩 끌리고 마침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에드워드가 비비안에게 청혼하는 라스트 신에 뒤이어 깔리는 나레이션은 의미심장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곳이 바로 헐리우드다.” 결론이 비현실적이건 말건 정치적으로 올바르건 아니건 따지지 말고 그냥 즐기라는 식이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가진 한 가지의 미덕이 있다면 팍팍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의 여성들에게 그나마 꿈꿀 여유라도 준다는 점일 것이다. 이 영화에 쏟아지는 무수한 비판은 접어두고 화면 속의 잘생긴 리처드 기어와 화려한 펜트 하우스에만 집중한다면 분명 두 시간 가량은 즐거우니까.

만약 당신에게 재벌 2세와 데이트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소품들이 필요할까? 값비싼 명품 드레스, 보석, 리무진…. 하나 더 있다. 얼음통에 담긴 차가운 샴페인이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비비안은 호텔 룸 서비스로 딸기와 샴페인을 대접받는다. 값비싼 술이라곤 마셔 본 적이 없었을 비비안은 샴페인을 그냥 ‘원샷’해 버리고, 에드워드는 그런 그녀를 어이없어 하면서도 귀엽다는 눈길로 바라본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샴페인을 터뜨린다’는 말로 대신할 만큼 샴페인은 특별한 날 마시는 술로 유명하다. 샴페인의 뛰어난 맛과 향기는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았으며 심지어 윈스턴 처칠은 “승자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자는 샴페인을 마실 필요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문호 헤밍웨이는 아침식사에 반드시 샴페인을 곁들였다고 하며 마릴린 먼로는 샴페인 목욕을 즐겼다.

-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백포도주

보통 거품이 이는 백포도주를 통칭해 샴페인이라고 하지만 원래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에서만 생산되며 정식 명칭도 영어 ‘샴페인’이 아닌 ‘뱅 드 샹파뉴(vin de Champagne)'이다. 이 샹파뉴 지역의 스틸 와인(비발포성 와인)은 그다지 고급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스파클링 와인으로 바꾸어 놓으면 완전히 다른 맛을 내게 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던 와인에는 가끔 거품이 생겨 저장 중에 터지곤 했는데, 17세기 후반 수도사 돈 페리뇽은 거품 생긴 와인의 특별한 맛을 발견하고 연구에 들어갔다.

그는 거품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개량된 형태의 유리병을 이용하게 된다. 여기에 와인을 넣고 설탕 시럽을 첨가해 코르크 마개와 철사로 단단히 밀봉했다. 그런데 샴페인을 상품화하려고 하니 또 한가지 과제가 남아 있었다. 2차 발효 중에 와인 속에 보기 흉한 찌꺼기가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이 문┻?간단한 아이디어로 해결되었다. 술병을 거꾸로 세워 놓고 매일 조금씩 흔들어 주면 찌꺼기가 병목 부분에 모인다. 이때 재빨리 찌꺼기를 뽑아 버리고 다시 마개를 막으면 된다. 현대에 와서는 이 과정을 좀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병목 부분을 차가운 소금물에 담가 냉각시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샴페인을 냉장고에 넣어 아주 차갑게 하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다. 샴페인은 14도 정도에서 마시는 것이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기 때문. 그리고 고급 샴페인을 마신다면 길쭉한 플루트형 잔보다는 튤립형의 잔이 좋다.

입력시간 : 2004-10-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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