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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기행] 시인 소동파의 '동파육'
돼지고기 특유 맛을 최고로 살린 요리
중국 황주지역에서 소동파가 직접 요리법 개발해 세상에 알려져




문인이나 예술가들 중에는 미식가가 유난히 많다. 이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것에서 벗어나 혀에서 느낀 감각을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시킨다. 만약 압상트가 없었다면 아르튀르 랭보의 주옥같은 시는 쓰여지지 못했을 것이며, 살바도르 달리가 까망베르 치즈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기억의 습작’ 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최고의 시인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소동파(蘇東坡)도 예외는 아니다. ‘적벽부(赤壁賦)’를 비롯한 작품들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풍류를 즐기던 그의 호방한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동파는 중국 북송 시대인 1036년, 지금의 사천성인 메이산(眉山)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소순(蘇洵)과 동생 소철(蘇轍) 역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속하는 뛰어난 시인이었으며 이들 세 부자를 ‘3소(三蘇)’라고도 칭한다. 소동파는 22세 때 진사에 급제, 정계에 입문했으나 천성이 자유분방했던 그에게 관료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왕안석(王安石)의 신법이 실시되자 구법당에 속했던 그는 “독서가 만 권에 달하여도 율(律)은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필화 사건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 44세의 나이에 후베이성(湖北省)의 황주(黃州)로 귀양을 간 그는 그곳에서 불후의 명작인 ‘적벽부’를 남겼다. 그 후로도 정쟁에 휩쓸려 관직에 복귀하고 쫓겨나기를 반복하다 66세 때인 1101년 마지막 유배지였던 하이난섬(海南島)에서 돌아오던 중 위대한 시인은 눈을 감는다.

-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했던 풍류시인

이백, 두보를 비롯한 당(唐)대의 시가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데 비해 그의 시는 철학적인 요소가 짙은 편이다. 또한 소동파는 고요하고 평온한 삶의 태도를 묘사한 구양수 등의 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장자의 제물철학에 심취했던 그는 욕망을 긍정하며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작품 속에 드러내고 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염노교(念奴嬌)’, ‘수룡음(水龍吟)’같은 시와 ‘유후론(留侯論)’, ‘범증론(范增論)’등의 산문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시대의 풍류객이기도 했던 소동파가 즐겨 먹었던 음식은 무엇일까? 예술가에, 고위 공직자로 부유한 생활을 한 그였기에 귀한 산해진미를 찾지 않았을까 하겠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은 뜻밖에도 돼지고기였다. 그는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들은 속물이 되고, 돼지고기가 없으면 몸이 마른다. 속물이 되지 않고 마르지도 않으려면 끼니마다 돼지볶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남긴다.

당시 사람들은 고기라고 하면 거의 양고기밖에 먹지 않았고 돼지고기는 조리법도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소동파는 황주 지역의 특별한 돼지고기 맛을 알아보고 자신이 직접 요리법도 생각해 냈다. 그 유명한 ‘동파육(東坡肉)’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동파육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에는 백성을 지극히 아꼈던 소동파의 인간적 면모가 담겨 있다. 그가 절강성 항주(杭州)에 태수로 부임했을 때였다. 당시 잡초가 우거진 채 버려져 있던 서호(西湖)를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다. 백성들은 감사의 표시로 그가 좋아한다는 돼지고기를 올렸는데 소동파는 이 고기에 술과 양념을 넣고 요리하여 공사에 동원되었던 인부들에게 나눠주었다.

중국어에서 ‘肉’이라는 단어는 돼지고기를 가리킨다. 중국인들은 그만큼 돼지고기를 다른 어떤 고기보다도 좋아한다. 잘 알려진 돼지고기 요리법만 해도 1,500 여종류에 이를 정도. 그러고 보면 오늘날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게 된 데에는 소동파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쫄깃하면서도 입에 넣으면 녹을 듯 부드러운 ‘동파육’은 돼지고기 특유의 맛을 최고로 살린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동파육 만들기

▲ 재료(2~3인분):
삼겹살 600g, 식용유 2 작은술, 생강 1톨, 대파 2뿌리, 물 2컵, 소흥주 1컵, 설탕 25g, 간장 4큰술, 청경채 2개

▲ 만드는 법:
1. 식용유를 두른 팬에 돼지고기를 튀기듯이 굽고 끓는 물에 넣어 표면에 묻은 기름기를 제거한다.
2. 냄비에 고기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부은 뒤 생강, 파를 함께 넣어 센 불에 끓인다.
3. 거품을 걷어내 가며 고기가 연해질 때까지 1시간 40분 정도 삶는다.
4. 고기를 꺼내 물기를 닦아내고 큼직하게 자른다.
5. 냄비에 자른 고기를 넣고 물, 술, 설탕, 팔각을 넣은 뒤 30분 정도 조린다. 간장을 조금씩 넣어가며 다시 1시간 동안 조린다.
6. 다 조려지면 그릇에 담은 뒤 데친 청경채를 곁들이고 국물을 끼얹는다.




정세진 맛 칼럼리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4-10-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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