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패션은 뉘앙스의 차이


“암, 뷰티풀하고 로맨틱하고 판타스틱한 패션 이예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의 말투를 흉내 낸 우스개 소립니다. 그런데 패션을 말할 때 왜 이렇게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는 걸까요? 김 선생이 출신 학원인 국제복장학원을 ‘인터내셔널패션디자인스쿨’이라고 말할 정도로 외국어를 애용하는 분이라서 그럴까요?

물 건너 온 분야라 그런지 패션은 외국어 투성이랍니다. 무슨 ‘룩(Look)’이니, ‘스타일(Style)’이니, ‘트렌드(Trend)’니 하는 패션용어를 비켜 갈 수가 없습니다. 사실, 시각적인 것이 중요한 패션을 말할 때 단어 하나가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보헤미안룩’을 방송용어로 풀어 말하니 ‘방랑자 옷차림’이 되더군요. 고민 끝에 ‘집시 패션’으로 바꿔 말했지만, 역시 분위기가 살지 않습니다. 보헤미안과 집시는 같은 뜻이지만 유행 경향으로 봤을 때는 예술운동으로까지 발전한 ‘보헤미안’이라는 단어가 더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단어 하나가 전체의 ‘뉘앙스’를 좌우 합니다.

브랜드 이름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한국어로 된 브랜드는 원지 촌스럽고 개량한복에나 어울릴 단어라고 생각됩니다. 거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인사동점을 열면서 외국어 간판이 문제가 돼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어 간판을 내걸렸습니다. 그런데 처음 그 간판을 봤을 때 스타벅스의 유사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초록바탕에 흰 글씨체 ‘Starbucks’라는 단어 자체가 상표로 각인된 까닭이죠.

한국어로 한국 사람에게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부분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외래어로 정착된 패션용어가 상당수지만 외국어의 뜻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한글로 바꾸는 노력은 계속 돼야겠습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11-11 16:45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