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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칼럼] 패션쇼도 불황 탓


열흘간의 패션 대축제, 서울컬렉션. 화려함으로 가득한 자리가 마냥 신나지 만은 않았습니다. 극도의 장식성이 오히려 불안한 미래를 예감하게 했습니다. 사회 전체의 불안과 경기 불황이 심해질수록 옷이 화려해진다는 속설이 있죠? 여성들은 우울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얼굴에 드러난 그늘을 감추려고 화장이며 몸치장에 더 신경을 쓰곤 합니다. 누구나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안한 심리상황을 외모 꾸미기에 집중함으로 현실을 극복하려는 행위지요.

숫자와 그래프로 경기불황을 예견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2005년 상반기 패션유행 경향 또한 계속되는 경기불황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내년도 패션 쇼를 열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현실을 잊고 여유로운 여행과 휴가를 꿈꾸는 희망을 옷에 담아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불황을 몸소 겪고 있는 디자이너들 스스로가 패션 쇼의 ‘쇼’를 의식하기 보다는 금방이라도 내다 팔 수 있는 실용적인 옷을 선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작품보다는 상품을 만든 것이지요. 옷이라는 매개물 자체가 인체를 벗어날 수 없는 ‘실(實)’의 품목이지만 패션 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종합예술을 보여줘야 할 패션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이 요구되는 자리가 아닌가요?

어느 패션 쇼에서는 기껏 협찬받았다고 들고 나온 핸드백이 봄여름 신상품이 아닌 이번 겨울상품이었습니다. 지난번 패션 쇼에서 야심 차게 원단의 무늬를 개발하고 그 원단으로 멋진 쇼를 보여줬던 디자이너조차 디즈니 캐릭터를 프린트한 티셔츠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일은 피날레 인사를 하러 나온 그 패션 디자이너의 청바지 뒷모습에 떡하니 박힌 수입브랜드 마크였습니다. 장기 불황의 그늘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프랑스의 최고급 맞춤복 쇼도 불황 탓에 실용성으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입력시간 : 2004-11-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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