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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기행] 김종길 시 <성탄제> 산수유
父情 스민 한국적 크리스마스 정취
하얀 눈 속의 빨간 열매로 표현한 아버지 사랑
한약재 등으로 널리 쓰여




‘크리스마스’라는 명절이 우리나라에 알려진 지 100여 년이 흘렀다. 초기에는 소수의 기독교도들이 지내는 ‘그들만의 잔치’로, 한국전쟁 이후 어려웠던 시절에는 교회에서 먹을 것을 나눠주는 날로, 요즘에는 연인끼리 데이트를 하거나 그저 하룻밤 신나게 노는 날로 그 의미가 변해 왔다. 이런 현상을 두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사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이 아니라면 별 상관없는 날이기에 의미가 달라졌다고 해서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경기 불황의 여파가 휘몰아치고 있는 때인 만큼 어려운 이웃들을 한번쯤은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김종길 시인은 그의 55년작 ‘성탄제’를 통해 따뜻한 크리스마스란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어느 겨울 밤, 고열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어린 소년을 위해 아버지는 눈 속에서 약-새빨간 산수유 열매-을 가지고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이 장면에서 “어쩌면 그 날이 성탄제의 밤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회상하고 있다.

한국적 정서로 그린 크리스마스
아마도 화자의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화자 자신도 크리스마스가 어떤 날인지 잘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산수유는 서양인들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한국의 낯선 식물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는 이 시와 ‘성탄제’라는 제목을 무리 없이 연결시키고 있다. 또한 ‘하얀 눈 속의 새빨간 산수유 열매’는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크리스마스의 정취를 흠뻑 풍긴다.

소년은 아버지가 따온 산수유 열매를 먹고 병이 나았을 것이고,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새 배경은 차가운 도시로 바뀐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점점 메말라 가고, 그 날의 따뜻함은 먼 옛날의 기억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동시에 화자는 ‘불현듯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을 느끼며‘ 아직도 자신의 혈관 속에 아버지가 눈 속에 따 오신 붉은 산수유 알알이 녹아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가 화자에게 전해 준 사랑이다. 화자가 기억하는 산수유 열매의 맛은 가난하지만 사랑이 가득했던 시절의 맛이었을 것이다.

산수유나무의 원산지는 한반도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중부 이남에서 많이 심으며 전남 구례군 산동면, 경기 이천시 백사면 등이 특산지이다. 산수유 하면 봄철에 피는 샛노란 꽃이 먼저 연상된다. 산천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산수유 꽃은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꽃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을철에 붉게 익는 열매는 언뜻 보기에는 달콤할 것 같지만 실제로 단맛은 별로 없으며 약간 떫고 신맛이 강하다. 그 때문에 그냥 먹기보다는 주로 술을 담그거나 차로 우려내 마시며, 한약재로 사용된다.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등에 따르면 강음(强陰), 신정(腎精)과 신기(腎氣)보강, 수렴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두통 이명(耳鳴) 해수병, 해열 월경과다 등과 지한(止汗) 등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산수유의 성질은 시고 약간 따뜻하며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체질을 강화시킨다.

산수유의 신맛은 근육 수축력과 방광의 조절능력을 향상시켜 야뇨증이나 노인들의 요실금에 효능이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런 증상에 산수유에 오미자, 인삼, 진피 등을 섞어 처방하곤 했다. 또한 허리가 아플 때에는 산수유와 두충, 우슬, 지황, 산약 등을 배합한 가루를 먹는다. 보약으로 유명한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나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등에도 산수유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복해도 부작용 없고 차·술로도 즐겨
산수유는 오랫동안 장복해도 부작용이 없고, 독특한 향기가 있어 굳이 약으로 먹을 목적이 아니라도 차나 술로 즐기면 좋다. 한약재로 시판되는 산수유는 10월 중순경에 익?열매를 수확해서 잘 씻어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햇볕에 일주일 정도 말린다. 그리고 나서 씨를 제거하고 다시 한번 건조시켜서 이용한다.

가정에서 산수유 차를 끓일 때는 산수유 150g당 10리터 가량의 물을 넣고 강한 불에 1시간 정도 끓이면 된다. 기호에 따라 꿀이나 설탕을 적당량 타서 마신다. 산수유 특유의 신맛을 줄이고 싶을 경우 구기자를 넣어 함께 끓여줄 수도 있다. 산수유 술은 말린 산수유 600g을 소주 5~6리터에 붓고 밀봉했다가 3개월 정도 지나서 붉은 색이 우러난 후에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4-12-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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