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의 중요 포인트, 소품에서 부와 감각의 장신구로

[패션] 가방 - 패션 아이템으로의 화려한 진화
액세서리의 중요 포인트, 소품에서 부와 감각의 장신구로

파티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손에 드는 클러치 백을 유행되고 있다. 주디스 리버

패션 브랜드들이 가방 디자인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가방이 브랜드의 이름을 그대로 노출할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홍보 요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가방에 환호하는 이유 또한 가방이 그 어떤 소품보다도 눈에 띠는 장식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울이며 립스틱, 수첩, 핸드폰 같은 여성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소지품을 넉넉히 담아 내는 실용성까지 갖췄으니. 패션 피플이 사랑해 마지 않는 가방의 어제와 오늘.

남자들의 동전주머니에서 유래된 핸드백
오늘날 손에 드는 핸드백은 여성들의 전유물이지만 원래 핸드백의 시초는 남자들이 동전을 넣고 다니는 작은 주머니에서 시작됐다. 그 기원은 인류가 정착 생활로 접어 들면서 식량 운반과 저장을 위해 사냥 자루나 저장용 부대를 사용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 중세에 접어 들어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직물이나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직조 기계의 발명과 방적 기술의 발달로 다량의 의류와 」堧?보급되었는데, 특히 나일론이 개발돼 값싸고 튼튼한 가방이 대중화의 길을 걷는다.

1900년대에 접어 들면서 핸드백의 종류는 다양해졌다. 그 중 은이나 금으로 된 작은 체인 지갑이 인기였는데, 끈이나 체인으로 묶어서 몸에 핀으로 고정시키고 목걸이처럼 목에 걸기도 했다. 1910년께의 가방은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했다. 군복의 영향으로 검정 벨벳이나 실크에 흰색 끈으로 장식한 가방이 유행이었는데, 이것은 군복과 잘 어울렸다. 또 모피 붐이 불었던 제 1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에는 매우 사치스러운 족제비털 가방이 선맛堅竪?했다. 1920년대 핸드백은 여성 패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품이 됐다. 아플리케와 자수, 페이즐리 문양의 작은 손가방은 중요한 액세서리였고 1920년대 중반 핸드 백에 지퍼가 쓰이기 시작했다.

1940년대에는 전쟁의 여파가 모든 의생활을 지배했다. 밀리터리 룩의 영향으로 가방은 커지고 실용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쟁 중에는 커다란 숄더백이 필수품이었다. 갑작스러운 공습을 대비해 가스 마스크, 식품, 구급약품 등을 넣어 다닐 목적으로 가방을 들었다. 전시에 핸드백의 지퍼나 마감재 사용이 정부에 의해 제한되자 핸드백 제조업자들은 틀과 손잡이를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상류층 여성들은 예전에 사용했던 핸드백을 다시 수선해서 사용했고 집에서 손 뜨개질로 직접 만들어 쓰기도 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부터는 내부에 깊고 넓은 주머니가 있는 작은 박스형 핸드백이 인기를 업었다. 특히 전쟁 이후 여성성을 다시 찾은 ‘디오르의 뉴룩’에 어울리는 손잡이 없는 작은 ‘클러치 백(clutch bag)’이 인기를 얻었다.

1950년대에는 소품과 의상의 어울림을 중요시 하게 됐다. 특히 가방은 의복 전체의 악센트 소품으로 애용됐다. 여성들은 직업을 갖게 되면서 점차 가방의 크기가 커진다. 프랑스에서 유행한 딱딱한 가방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사용했는데 윗부분이 열리는 것은 물품세가 면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가죽 상품에 100%의 부과세가 붙여졌기 때문이다. 세가 비싼 가죽 대신 가죽 무늬를 흉내 낸 플라스틱 가방도 많이 개발됐다.

몇몇 가방업자들은 영국황실에 장식적인 핸드백을 납품하거나 여배우들에게 가방을 제공함으로 유명세를 탔다. 1956년에는 모나코의 여왕 그레이스 켈리가 잡지에 실리면서 임신한 배를 가리기 위해 들었던 에르메스의 가방이 화제가 됐다. 그녀의 승인 하에 ‘켈리 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서 가방도 닉네임을 얻는 영광을 안게 된다.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의 등장, 시대분위기 반영
1960년대는 10대의 문화가 발달하면서 가방도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PVC소재는 반사 효과와 밝은 색감 덕분에 옵아트와 팝아트 스타일의 가방 디자인에 적합했고 미래적인 우주 패션에도 적합했다. 편리한 숄더 백의 보급이 많아졌다. 60년대 말에는 주머니가 많이 달린 숄더 백이 나왔고 플라스틱 비닐, 금속 소재 가방이 유행했다.

1970년대 초에는 옥스퍼드 백과 깔끔한 클러치 백 등이 애용됐지만 젊은 층에서는 패치워크 가죽 백, 금속 징을 박은 스웨이드 가방 등이 유행했다. 또 구슬과 천의 올을 풀어 엮은 프린지(fringe) 장식이 달린 인디언 스타일의 스웨이드 가방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반영했다. 숄더 백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주머니가 많고 지퍼가 달린 큼직한 가방이 여성 운동가들에 의해 애용됐다. 이태리의 디자이너 피오루치는 팝 아트와 미국의 거리 문화인 낙서를 가방에 도입해 밝고 쾌활한 시대 분위기를 표현하기도 했다.

1980년대 패션 전반의 큰 특징이라 하면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기를 들 수 있다. 의복에서와 마찬가지로 디자이너의 이름과 라벨, 로고가 박힌 패션상품을 소유하는 것이 개인적인 성공의 상징이 돼 구두, 가방 같은 소품에 디자이너의 라벨과 로고를 무늬로 이용하게 되었다. 특히 미국에서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에르메스의 켈리 백, 샤넬의 체인 퀼트 백, 구찌의 대나무 손잡이 핸드백 등이 성공과 부의 상징이 됐다.

여성들은 활발하게 사회에 진출하고 전문직을 갖게 되면서 물건을 많이 담을 수 있는 다목적 가방을 원하게 된다. 이들을 타깃으로 랄프 로렌과 구찌는 고가의 비즈니스 백을 개발했다. 여성들은 일과 여성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비즈니스 백과 작고 다양한 디자인의 토트 백을 함께 들고 다녔다.

1985년 프라다가 산업용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숄더 백을 발표하면서 여성 가방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숄더 백은 1990년대에 들어 숄더색으로 등장해 가방은 더욱 편리한 소품이 됐고 디자이너들은 벨트 가방, 조끼 모양의 가방 등 기능성이 강조된 다양한 종류의 가방을 개발해 냈다. 다시 돌아 온 밀리터리 룩의 유행은 디자이너들에게 실용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발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뒤 이은 스포츠 룩의 유행으로 가방의 기능성은 더욱 중요해 졌다.

1990년대 이후 고급브랜드 대 유행
1990년대 이르러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는 최고조에 달한다. 유럽과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급 브랜드의 상품이 대유행을 기록하며 정교한 모조품 시장도 거대해졌다. 이니셜과 로고는 더욱 중요해져서 샤넬의 CC, 구찌의 GC, 펜디 FF, 루이비통의 LV 등의 이니셜은 바로 ‘명품’을 상징하는 코드가 됐다. 1997년 펜디는 고급볜?趾?개성을 더한 바게트 백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둔 여세를 몰아, 400종 이상의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 인기를 지속해 20세기말 패션가를 휩쓸었다. 1999년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100년간 계속된 갈색의 루이비통 모노그램을 원색화 함으로 전통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혁신을 가져다 줬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 가방은 더욱 중요해진다. 수납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충분히 멋스러워야 되고 여러 가지 디자인을 내 놔야 개성 강한 사람들의 눈을 자극할 수 있게 됐다. 수공예가 곁들여진 섬세한 가방에서부터 도시 여성을 위한 기능성이 뛰어난 가방, 또한 선택의 폭이 넓은 디자인의 다양성이 특징이다. 상류층을 위한 사치스러움도 손안의 즐거움을 안겼다. 유색의 보석을 박고, 금은 테두리를 두르고, 현란한 프린트에 금속 장신구를 단, 파티용 핸드백이 일상적으로 쓰이게 된다.

2005년 봄ㆍ여름 루이비통의 컬렉션에는 54벌의 옷에 37개의 신제품 가방이 선보였다. 다른 유명 패션 브랜드 컬렉션에서도 갖가지 색다른 디자인의 가방이 모델들의 손에 들려져 있었다. 옷을 위한 가방이 아니라 가방을 위한 패션쇼였다. ‘체리 백’, ‘스파이 백’, ‘런치박스 백’, ‘마더 앤 도터 백’, ‘포켓 백’, 개성 있는 닉네임을 꼬리표로 단 가방이 줄을 잇는다. 이제 가방은 목걸이나 팔찌처럼 장신구가 됐다. 편리하게 휴대하기 위해 들었던 가방이 주얼리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풍요의 모습을 닮은 복주머니가 넘쳐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니셜 하나 달려 있으면 더 부러울 것 없다. ‘명품’ 가방 하나에 몸도 마음도 쉽게 팔리는 세상 아닌가.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1-21 09:45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