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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기행] 혼성듀오 더 자두의 <김밥>
소박한 먹거리에 담긴 추억의 코드
학창시절의 아련함에서 퓨전까지 다양한 진화…코믹 가사로 인기




“잘 말아 줘. 잘 눌러 줘. / 밥알이 김에 달라 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 날 안아 줘, 날 안아 줘. /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희한한 가사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뭐야?’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만, 복고풍의 편안한 멜로디에 마음이 끌린다. 한두 번 듣다 보면 무의식 중 자꾸 흥얼거리게 만드는 이 노래는 혼성 듀오 ‘더 자두’의 <김밥>이다.

2001년 ‘잘 가’로 데뷔한 ‘더 자두’는 그 동안 엽기 코드로 잘 알려져 있었다. 특히 보컬 자두의 과장되고 코믹한 창법은 10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는다. 그런데 2003년 발표된 3집 ‘The Jadu’에서 이들은 예전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두 멤버, 자두와 강두는 촌스러운 파마머리에 고시생이나 백수 분위기가 나는 츄리닝(트레이닝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을 입고 팬들 앞에 나타났다.

70년대 유행하던 컨트리풍 멜로디
노래 자체도 변화를 보인다. 타이틀곡 ‘김밥’은 1970년대 유행하던 컨트리 록 느낌으로 기성 세대도 별 거부감 없이 좋아할 수 있다. 이 노래가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당의 유세 로고 송으로까지 쓰인 것은 바로 이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느낌 때문일 것이다. 트로트 가요를 연상시키는 ‘유치 찬란한’ 가사도 인기의 비결이다. 젊은 남녀간의 사랑과 갈등을 김밥에 비유해 코믹하게 풀어낸 재치가 돋보인다.

‘김밥’이라는 노래 자체와 가수들의 촌스러운 옷차림,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 등은 모두 ‘B급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들. 이 B급 문화가 우리 대중문화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몇 년 전에 일어난 현상이다. 세련됨과 우아함에 지친 사람들은 과거와는 달리 저속하고 유치한 것들에 열광한다.

‘더 자두’의 인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억지로 예쁜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어 방송에서 성형수술 사실까지 고백하는 자두는 그 솔직함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자 멤버인 강두 역시 방송에서 ‘후줄근한’ 모습을 주저 없이 드러낸다. 혹자는 이들이 이끄는 트렌드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B급 문화에는 고급 문화가 가지고 있는 ‘가식’이 없다는 점은 이 때, 분명 미덕이다.

그러고 보면 ‘김밥’이 이들의 노래 소재로 등장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결코 고급 음식은 아니지만 김밥에는 단순하고도 소박한 매력이 있다. 또 소풍 가서 도시락으로 먹었던 김밥은 학창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 줄에 1,000원짜리 김밥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만큼 김밥은 한국인에게 저렴하고 부담 없는 간편식이다.

김밥은 일본의 김초밥에서 유래한 것으로 구한말 무렵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음식이나 그렇듯, 외국 음식이었던 김밥은 한국에 들어와 조금 다른 형태로 진화한다. 가령 일본식 김초밥, 즉 노리마키에는 식초, 소금, 설탕을 섞은 배합초로 간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냥 밥에다 소금만 넣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일본처럼 습하지 않으므로 굳이 쉬지 않도록 식초를 넣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형 김밥의 원조는 충무김밥
한국형 김밥의 선두 주자로는 충무김밥을 들 수 있겠다. 이 김밥은 속 재료를 전혀 넣지 않고 맨 밥만 김에 만 것이다. 그리고 반찬으로 오징어 무침과 무김치가 따라 나온다. 1960년대 무렵, 남해안 바닷가에서는 할머니들이 낚시꾼이나 어부들에게 김밥을 팔곤 했는데 더운 날씨 때문에 김밥이 빨리 쉬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일본식으로 밥에 식초를 넣으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밥과 반찬을 따로 내는 방법이었다. 특히 밥과 함께 나오는 갑오징어 무침은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노래 가사에도 나오듯, 요즘은 김밥 속에 치즈나 참치, 김치를 비롯한 이색 재료들이 많이 쓰인다. 그 중에서 누드김밥은 일명 ‘프랑스 김밥’에서 유래한 것이다. 프랑스 김밥은 김?싫어하는 프랑스 인들이 김을 야채 속에 넣어 먹는 것에서 착안, 김밥을 거꾸로 말아 밥이 겉으로 드러나게 했다. 요즘 유행하는 캘리포니아 롤은 미국에 사는 일본인들이 미국인의 입맛에 맞춰 개발한 것이다. 즉 날 생선을 먹지 못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생선에 마요네즈와 각종 소스를 뿌리거나 오븐에 익힌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많이 나는 아보카도와 날치알 등으로 진한 맛의 김밥을 만들어냈다. 김 대신 콩으로 만든 콩 종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일반 가정에서 해 먹는 김밥에는 보통 단무지, 달걀 지단, 햄, 당근 등이 들어간다. 김밥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밥의 질이 중요하다. 다시마 물과 청주를 넣어 고슬고슬한 밥을 지으면 김밥의 맛이 훨씬 좋아 진다. 김은 기름기 없이 구워낸 것을 사용하며 참기름을 적당량 사용하면 고소한 맛이 난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5-01-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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