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구찌 핸드백 파문


“구찌 핸드백 파문이라고?”

그 좋은 걸 두고 웬 파문 타령인가 싶었더니 고발 프로그램의 기자가 받은 유명 패션브랜드 핸드백이 문제가 됐더군요. TV 시사 프로그램의 보도담당 기자의 양심선언으로 그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사건과 관련된 언론인들은 기자윤리를 의심받고 불명예를 얻었습니다. 이들이 고발한 회사 사장과 술자리 후 술김에 받아든 뇌물은 구찌 핸드백이었습니다. 신문 헤드라인에 커다랗게 ‘구찌백 파문’, ‘구찌가방 로비’, ‘구찌가방에 무너진’ 등의 특정 브랜드명이 그대로 명시됐네요. 구찌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위 ‘명품’입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소비자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해외 패션브랜드여서 인지도와 비례해 그 효과는 더 컸습니다.

아마도 100만원 상당의 이 구찌 핸드백이 궁금해 매장으로 찾아 나설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이미지는 ‘사치’와 ‘부정’이 대부분입니다만, 매스컴을 타면 깜짝 유행을 불러일으키죠. 린다 김의 ‘샤넬 선글라스’나 신창원의 ‘미쏘니 니트상의’처럼 말입니다. 사실 100만원 상당의 가방은 구찌에서도 ‘싼’ 축에 드는 제품이라네요. 가죽도 아닌 천 소재 여성용 손가방이나 숄더백이 140만~150만원 정도랍니다. 악어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의 경우 2,000만원이 넘기도 한다니 뇌물치고는 가벼운 편에 속하는군요.

몇 년 전 루이비통의 ‘거북이 핸드백’을 선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뇌물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어서 단순한 선물로 알고 고맙게 받았지만 부담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자세히 보니 ‘LV’로고가 ‘L▽’로 찍혀 있는 짝퉁! 부담을 훌훌 털고 장바구니처럼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싸고 대중적인(?) 가방이라도 유명브랜드 상표가 붙은 핸드백, ‘뇌물’ 딱지가 붙은 가방을 받아들고 무거운 마음이었을 가난한 기자와 아내의 심정,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1-31 15:28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