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처럼, 귀엽고 발랄한 그녀경쾌하고 당돌한 패션, 짧은 소매·바지의 크롭트 스타일 유행나이파괴 키덜트 패션, 10대에서 30대까지 폭넓은 고객층

[패션] 걸리쉬 룩
소녀처럼, 귀엽고 발랄한 그녀
경쾌하고 당돌한 패션, 짧은 소매·바지의 크롭트 스타일 유행
나이파괴 키덜트 패션, 10대에서 30대까지 폭넓은 고객층


바닐라비

미니 스커트와 칵테일 드레스, 플라스틱 액세서리, 발레리나 슈즈 등 올 봄 패션은 소녀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해 사랑 받았던 우아한 ‘숙녀’ 대신 발랄한 ‘소녀’가 유행의 선두에 선다. 희망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희망이 될 발랄하고 상큼하고 당돌한, 소녀풍 패션을 만나 보자.

올 봄여름을 겨냥한 파리, 런던, 밀라노, 뉴욕 등 세계 4대 컬렉션에서 ‘걸리시 룩’의 대세를 예감할 수 있었다. 상큼한 과일 모티브나 사탕처럼 보이는 소품은 장난감처럼 컬렉션 곳곳에서 돌출했다. 머리띠, 팔찌, 목걸이 등의 플라스틱 장신구와 과일, 동물 모양 브로치와 동그란 앞코의 색색 구두들. 10대 소녀 모델들은 투명한 기초 화장과 크레용을 칠한 것 같은 색조 화장을 하고 무대를 활보했다. 패션의 거대한 망상을 작품화했던 ‘크리스찬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플라스틱 컬러와 진을 소재로 미니 스커트와 줄무늬 반 양말, 귀여운 일러스트 티셔츠를 무대에 올렸다.

마크 제이콥스가 이끄는 ‘루이비통’은 ‘젊음과 미(youth & beauty)’를 주제로 빨간 체리가 가득 프린트 된 가방을 손에 들고 리본 장식한 흰색 원피스와 볼륨 스커트를 입은 소녀들이 등장했다. 크로테스크 패션으로 충격을 줬던 알렉산더 맥퀸은 동심으로 돌아 갔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모티브로 깜찍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들이 동물 모양의 풍선을 든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놀이동산에서의 즐거운 한때를 떠올리게 했다. 파격적인 섹시 패션 소니아 리키엘의 피날레는 여러 명의 어린 소녀들이 소니아 리키엘의 미니 버전을 입고 나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몸·여름 여성복 키워드는 '소녀풍'
이미 예고했듯 2005년 봄ㆍ여름 여성복의 키워드는 ‘소녀풍(girlish)’이다. 둥근 소매, 주름이 잡힌 블라우스와 카디건, 무릎 길이 주름 스커트, 잔잔한 꽃무늬와 달콤한 색상 등 풍요로운 과거의 향수에서 비롯된 낭만주의 패션이 소녀들의 손에 넘어갔다. 특히 어린 소녀들의 명랑한 차림에 어울릴 소매나 바지 길이를 짧게 디자인한 ‘크롭트(cropped)’ 스타일이 유행의 선두 대열에 올라 있다. 짧은 재킷과 7부 바지, 롤업진에 이어 올 여름에는 경쾌한 반바지 차림의 소녀들을 만나게 될 듯 하다.

소녀풍 패션의 대 유행에는 아무래도 ‘젊음’을 떠올려야 한다. 남성들에게 젊음은 ‘청년’이란 단어겠지만 여성들에게 젊음을 상징하는 단어는 ‘소녀’다. 걸리쉬 패션의 아이템들은 10대 소녀들이나 입을까 싶은 옷들이지만 주요 고객은 정작 10대가 아니다. 실제 매장에서 구입하는 고객들은 30대까지 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에이지리스(ageless)’ 고객이 늘면서 30대 이상까지도 고객층으로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한 브랜드가 조사한 분석 결과에 의하면 타깃 소비층인 16~20세는 20%에 불과했다. 주요 고객층의 나이는 21~25세(40%)였으며, 26~30세(21%)와 31세(16%) 이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녀풍 패션은 꿈 많고 낙천적이었던 소녀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어려 있다. 젊음에 대한 욕구와 다이어트 열풍으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30~40대가 소녀풍 패션의 시장을 넓혔다. 여기에 옷 입기를 ‘놀이’로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주력 소비자로 성장, 하나의 유행으로 구축했다.

소녀주의는 키드(kid)와 어덜트(adult)가 합성된 ‘키덜트(kidult)’와도 일맥상통한다. 키덜트는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인형을 모으고 보드 게임을 즐기는 등 아동 취향의 취미를 갖고 있는 성인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미키마우스나 도날드 덕, 가필드 등 최근 만화적인 일러스트가 패션상품에 적극 반영되는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키덜트들이 어린 시절 취미를 계속하려는 것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개인주의의 산물이다. 10대를 대하는 시각이 달라진 점도 ‘소녀’들을 주연으로 부각시킨 이유다. 10대들이 엔터테인먼트계에 진출하면서 그들은 일찌감치 재능을 펼쳤고 또 재력을 쌓는다. 10대 스타들은 명성과 재력을 갖데 된다. 이러한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받은 10대들을 주인공으로 한 가벼운 코믹 터치 성인영화도 만들어진다. ‘어린 신부’에 이어 10대의 출산이 문제가 되는 ‘제니 & 주노’ 같은 영화가 개봉할 정도로 그들은 성인들의 영역에서도 당당해졌다.

로맨티시즘으로 되살린 추억의 패션
21세기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로맨티시즘의 연장선에서 소녀풍 패션을 이해해 보자. 문명의 진보와 기계화 발전에 신물 난 현대인들이 여유를 찾고 싶은 마음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되돌렸다. 수공예 골동품을 사 모았고, 동화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인간적인 낭만이 있었던 리메이크 음반이 줄줄이 히트를 기록했고 시리즈물로 제작된 판타지 영화를 기다리며 마음이 설레었다. 대중 예술에서 복고를 빼면 할말이 없을 정도로 과거는 중요한 테마가 됐다. 패션 분야 역시 옛 추억들을 ‘21세기 로맨티시즘’으로 되살려 냈다.

원래 로맨티시즘, 즉 낭만주의란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전반에 걸쳐 유럽 전역에 번진 예술 사조로, 고전주의의 경직된 사상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 낭만주의는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해 개성을 중시하고 감상적인 태도를 높이 샀다. 인간의 자유로운 표현을 중시하다 보니 의상도 감성적인 모양새를 갖췄다. 리본, 러플, 레이스 같은 장식이 더해지고 개개인이 아름다움을 찾아 가장 개성 있는 복식 역사를 창조해 냈다.

하지만 최근의 패션에서 표현되고 있는 로맨티시즘은 과거의 과장된 장치와는 사뭇 다른 얼굴이다. 오히려 절제된 미와 품위를 갖추고 고급스러운 여성미를 보여 준다. 한 부분만 강조하는 모양이나 색상으로 낭만주의를 표현하고 차분한 옷차림에 민속풍의 장신구로 분위기만 내자는 주의다. 그래서 멋을 내는데 조금은 어색한 소녀적인 감성을 떠올렸다. 로맨티시즘이 가볍고 발랄하게 변형된 시초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중반 발명된 미니스커트는 패션이 맨 처음 누린 자유였다.

전통적으로 30대 여성을 모델로 삼았던 패션이 15~20세의 어린 여성에게로 관심이 옮겨 가게 됐고 부모 세대의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된 소녀들은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으로 거리 패션을 창조해 낸다. 이 과정에서 그녀들은 의상실의 마네킹에 걸려 있는 한 벌의 드레스를 뒤로 하고 자신의 옷장과 방안을 의상실 삼게 된다. 새로운 디자인의 옷과 옷장 깊숙이 잠자고 있던 골동품들이 어우러져 여러 다양한 장르의 옷 입기 방법이 창조됐다.

나이와 계절과 성별과 시대를 초월한 믹스 & 매치 패션에 능한 레이어드 룩. 하나 하나 소녀들의 옷가지는 조금 덜 자란 미완의 이미지 띄고 있지만 그것들을 숙녀들의 옷과 섞어 입으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여성으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그래서 소녀 취향 옷차림의 성공 여부는 연출에 달렸다. 걸리쉬 아이템은 부드러운 것은 딱딱한 것과, 화려한 것은 단순한 것과 매치하는 ‘크로스코디’ 원칙을 지켜야 유치해 지지 않는다. 소녀풍 패션을 위한 몇 가지 패션 아이템을 알아 보자.

캔디 컬러
캔디 컬러는 자유로움을 마음껏 드러내고 싶고 자기 장식대로 삶을 즐기고자 하는 젊은 감성을 표현한다. 즐겁고 달콤한 색의 감성은 생명력이 있다. 그래서 소녀주의는 색에서 시작된다. ‘크레용’과 ‘캔디’로 표현할 수 있는 알록달록한 원색의 자유로운 조화에 눈떠야 한다. 원색적이지 않고 파스텔에 가까우면서도 투명?색이 ‘캔디 컬러’다. 알록달록한 사탕처럼 캔디컬러는 여러 가지 색이 섞여야 제 맛.

깜찍한 티셔츠
스타일이 젊어지면서 소재 또한 젊음을 표현할 수 있는 편하고 실용적인 소재가 많이 쓰인다. 여기에 면 소재 티셔츠는 대표적이다. 소녀들의 티셔츠는 어깨와 가슴, 허리선 모두 타이트하고 짧고 작은 디자인이다. 어깨 셔링이 잡히거나 가슴 부분에 작은 주머니가 달려 귀여움을 더 해야 하지만 단순한 T자형 티셔츠보다는 시원스럽게 목선을 노출한 U자나 라운드 네크 라인 디자인이 ‘도발적인 소녀’들의 패션이다.

크롭트 팬츠와 볼륨스커트
발랄한 소녀들에게는 반바지가 안성맞춤이다. 7부 바지나 아랫단을 접어 롤업 형태로 입을 수 있는 청바지가 유행한다. 여름으로 갈수록 휴가지에서 입을 법한 짧은 반바지가 거리를 물들일 전망. 소녀들의 치마도 특별하다. 꽃잎처럼 퍼지는 부풀린 실루엣이나 전원풍의 A라인 스커트가 제격이다.

장난감 같은 장신구
사탕같이 달콤한 캔디 컬러 플라스틱 액세서리와 동물, 만화 캐릭터 모티브 등 장난감 같은 모티브가 달린 소품, 커다란 사이즈의 링 귀걸이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액세서리 중 가장 주목 받는 아이템은 벨트다. 클래식 소재의 단정한 디자인은 사라지고 이국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벨트를 원피스나 바지 위에 헐렁하게 매면 가느다란 소녀 허리처럼 보이지 않을까.

일러스트 아이템
연령을 초월한 감각적이고 위트 있는 표현은 현실의 무게와 심각함을 덜어준다. 만화 캐릭터, 동물, 천사 등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담은 티셔츠, 가방 등은 소녀풍 패션의 대표 아이템이다. 패셔너블한 소녀들을 그대로 담은 일러스트도 인기만점!

교복 패션
소녀들의 유니폼, 교복도 패션이 된다. 스쿨 걸 룩은 얌전하고 청순하며 여학생의 이미지를 준다. 여기에 스포티한 아이템을 곁들여 경쾌함을 더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깔끔한 면치마, 폴로셔츠, 조끼, 폭이 좁은 타이니 리본, 로퍼, 주름치마, 반양말 등이 교복 패션의 요소다. 사립 학교의 클럽 룩은 교복 패션을 고급스럽게 표현해 준다. 깔끔한 흰색과 청색의 조화와 줄무늬를 기본으로 폴로 티셔츠, V 네크라인 니트, 짧은 주름치마, 숫자가 적힌 스포츠 티셔츠 등은 캐주얼 웨어로 활용할 수 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2-23 15:22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