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모천회귀와 삶의 성찰고뇌하고 회의하며 답을 찾는 은빛 연어의 생, 어른들을 위한 동화

[문화 속 음식기행] 안도현 소설 <연어>
목숨 건 모천회귀와 삶의 성찰
고뇌하고 회의하며 답을 찾는 은빛 연어의 생,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에스키모들은 부모의 사랑을 표현할 때 ‘펭귄 같은 아버지, 연어 같은 어머니’라는 말을 쓴다. 펭귄은 암컷이 먹이를 구하러 간 동안 혹한과 굶주림에도 아랑곳 않고 알을 지키며, 연어는 산란을 위해 모천(母川)까지 목숨을 건 여행을 감행하기 때문이다.

민중 시인으로도 유명한 안도현은 이 연어의 삶을 소재로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 한편을 선보였다. 1996년에 발표된 소설 ‘연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연어’에 등장하는 은빛 연어는 동료들과 다른 몸 색깔 때문에 유난히 외로운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 외로움은 오히려 은빛 연어가 삶을 더욱 진지하게 사색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왜 알을 낳기 위해 먼 강으로 향해야 하는지, 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편한 길 대신 왜 폭포를 택해야 하는지…. 은빛 연어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회의하며 답을 찾아 나간다.

죽음마저도 아름다운 연어의 일생
성장한 은빛 연어는 누이를 여의고 알래스카 근처에서 불곰의 습격을 받는다. 그 때 나타난 한 마리 눈 맑은 연어가 그를 구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마침내 함께 강을 거슬러 가는 여행을 시작하는데…. 은빛 연어와 눈 맑은 연어는 폭포를 헤쳐 나가는 모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성숙해 간다. 결국 이들은 숙명처럼 무사히 산란을 마치고 죽어가지만 작가는 그 죽음마저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안도현 하면 해직 교사 출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전교조 활동을 통해 학교 현장의 모순에 맞섰던 그였지만 해직 교사 시절을 마감하고 산골 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는 서정시인으로 새로운 문학 세계를 펼친다. 이 시기 그의 작품에서는 잔잔하면서도 여유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연어’ 역시 맑은 강물 만큼이나 투명한 문체로 삶과 사랑의 아픔을 승화시킨 작품으로 평가된다. 다만 연어로서 걸어야 할 길에 순응한다는 주제는 다소 감상적이고 진부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특히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비롯한 그의 민중시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연어’의 메시지는 조금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인생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작가의 태도는 분명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은빛연어의 모습에는 그가 지금까지 겪어 온 치열한 삶이 묻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연어라고 하면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훈제 연어를 떠올리지만 우리나라도 연어를 먹어 온 역사가 꽤 길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 지리지’, ‘난호어목지’ 등에도 기록돼 있으며 주로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먹었다. 알 역시 젓갈로 담가 먹었다고 한다.

연어의 분포지는 한국, 일본, 연해지방, 캄차카반도, 알래스카, 캐나다, 쿠릴열도, 캘리포니아 등지인데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훈제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나 알래스카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연어는 강을 거슬러 오면서 영양분을 거의 소모한 상태라 북해산에 비해 맛이 크게 떨어진다. 맛 때문인지, 아니면 연어가 가엾어서인지 우리 선조들은 알을 낳고 난 연어는 가급적 잡아먹지 않는 것을 도리로 알았다고 한다.

연어는 다른 등푸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DHA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어린이의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그 외에 단백질과 비타민 A, B1, B12, D 등도 고루 들어 있다. 다만 연어에는 기생충이 있고 수분이 많기 때문에 그대로 회로 먹을 수는 없다. 연어를 회로 먹기 위해서는 원심 분리기로 저온 탈수를 하거나 냉동 처리하여 기생충과 여분의 수분을 없애야 한다.

다양한 훈제요리법 발달
연어를 가장 안전하게 먹는 방법은 역시 구워 먹는 것이겠지만 연어는 구우면 살이 푸석해지므로 녹을 듯한 질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훈제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훈제 연어는 회처럼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살짝 풍기는 스모크향이 독특한 풍미를 준다. 연어를 훈제할 때는 재질이 단단한 활엽수를 써야 제 맛이 난다. 이때 훈연 재료로는 떡갈나무나 참나무, 밤나무, 사과나무 등이 많이 쓰인다. 일본에는 가정에서도 훈제 연어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벚나무 향이 나는 스모크 칩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냉동된 연어 한 마리를 구입하면 양이 꽤 많으므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연어 살은 회나 초밥 소금구이 스테이크 등으로 만들 수 있고, 머리는 탕으로, 알은 젓갈로 만들거나 그대로 술안주로 먹는다. 슬라이스 된 훈제 연어는 케이퍼와 호스 래디쉬를 곁들여 먹거나 올리브, 다진 양파, 양상추 등으로 샐러드를 만들면 좋다.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2-24 13:39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