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행복전도사'의 사랑과 용기기상천외한 혼자놀이에 등장하는 설탕 태워 만든 푸딩의 일종
[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 <아멜리에> 크렘 브륄레 소심한 '행복전도사'의 사랑과 용기 기상천외한 혼자놀이에 등장하는 설탕 태워 만든 푸딩의 일종
누군가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는 힘들게 마음을 고쳐 먹을 것도 없이 시선을 조금만 돌려 보면 행복이 있다고 한다. ‘델리카트슨’, ‘잃어 버린 아이들의 도시’등을 만든 영화 감독 장 피에르 주네는 그의 2001년작 ‘아멜리에’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행복’을 주제로 한 영화라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설정은 다소 엽기적이다. 주인공 아멜리(오드리 투투)는 어린 시절 심장병 환자로 오해 받아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 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성당에서 뛰어 내린 캐나다 관광객에 깔려 목숨을 잃는다. 유일한 친구였던 금붕어마저 어항 밖으로 투신 자살을 하자 아멜리는 완전히 혼자가 된다. 하지만 고독에 치이기보다 고독을 즐기는 쪽을 택한 그녀는 온갖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 주며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선 겁쟁이로 돌변 두통에 시달리는 담뱃가게 여주인과 카페에 나타나는 스토커를 맺어 주는가 하면, 실종된 남편을 그리워 하는 아파트 관리인에게는 가짜 편지도 만들어 보내준다. 또 종업원을 매일 구박하는 야채 가게 주인에게는 처절한 응징을 가한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인 ‘행복 전도사’ 아멜리가 정작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겁쟁이가 되어 버린다. 그녀는 과연 용기를 내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아멜리에’는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가득 찬, 귀여운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혹평을 받았다. 르 몽드나 카이에 뒤 시네마 같은 프랑스 언론들은 한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이나 문제점을 배제한 채 행복이라는 것을 개인적인 차원으로 단순화시킨 이 작품에 냉혹한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행복관에 비한다면 ‘아멜리에’의 메시지는 훨씬 건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초반부에 나열되는 아멜리의 ‘혼자 놀기’는 참으로 기상천외한 재미를 준다. 열 손가락에 꽂힌 딸기 빼 먹기, 댐에서 물수제비 뜨기, 영화 속에서 옥의 티 찾아내기 등…. 고독도 놀이처럼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청승맞기보다는 오히려 유쾌하게 보인다. 그 중에서도 숟가락을 들고 파이처럼 생긴 과자의 표면을 깨뜨리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런데 영화 자막에서도 ‘파이’라고 번역된 이 과자는 원래 크렘 브륄레(‘브륄레’는 태운다는 뜻)’라는 푸딩의 일종이다.
토치 이용, 설탕표면 갈색으로 그을려 이 과자의 기원은 약간 불분명하다. 영국인들은 17세기에 ‘번트 크림(burnt cream)'으로 알려진 과자가, 스페인에서는 18세기부터 만들어진 ’크레마 카탈라냐(crema catalana)‘가 시초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19세기 이후부터는 크렘 브륄레라는 불어식 이름이 굳어지게 된다. 아멜리가 일했던 것 같은 파리의 카페에 가면 크렘 브륄레를 맛볼 수 있겠지만 파리에 갈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입력시간 : 2005-03-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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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