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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기행] 미카엘 엔데의 동화 <짐 크노프> 밥
쌀의 기상천외한 변신
수십 가지의 색다른 요리가 되는 밥, 건강식으로 새롭게 각광




‘밥’은 끼니마다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데도, 정작 요리로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만큼 밥은 너무나 친숙하고 일상적인 음식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도 밥처럼 꼭 필요하면서도 그 가치를 자주 잊게 되는 것들이 많다. 시간, 친구, 공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1980년대 후반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미카엘 엔데’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그의 동화들은 사람들이 잊고 지내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줌으로써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의 데뷔작 ‘짐 크노프’ 역시 동화로서의 재미와 작가의 철학적 사색을 모두 소화해낸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섬나라, ‘룸머란트’에 어느 날 낯선 소포 하나가 배달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뜻밖에도 흑인 갓난아기였는데…. 그 섬에 하나뿐인 가게의 주인이자 유일한 여성인 봐스 부인은 아이에게 ‘짐 크노프’란 이름을 붙여 주고 양자로 삼는다.

7살이 된 짐은 천하에 둘도 없는 개구쟁이로 성장한다. 그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기관사 루카스와 뚱뚱보 기차 엠마. 이들 셋은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룸머란트의 ‘알폰소 12시 15분 전’ 왕은 짐이 어른이 되었을 때 섬에 마땅히 집을 지을 공간이 없을 것을 우려해 엠마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엠마를 버릴 수 없는 루카스는 고민 끝에 짐과 함께 룸머란트를 두고 떠난다.

이들이 여행 끝에 도착한 곳은 아름다운 대국, ‘만다라’였다. 이곳에서 짐과 루카스는 영리한 꼬마 핑퐁을 만나고, 만다라 황제의 딸이 용에게 납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용의 나라 이름은 ‘쿰머란트’. 짐 크노프를 싣고 온 소포는 잘못 배달된 것이 틀림없었다. 이들은 공주를 구하고 짐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기나긴 모험에 나서는데…

이 동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파격이 엿보인다. 완전무결한 주인공 대신 실수 투성이에 공부도 싫어하는 흑인 소년을 주인공으로 택한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동양을 상징하는 만다라인들이 뛰어난 두뇌와 빛나는 문화를 가진 민족으로 묘사된 점, 여성인 리시 공주가 주인공인 짐보다 현명하게 그려지는 점도 기존의 동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설정이다. 또한 서구 문화에서 악한 존재로만 그려지던 용을 지혜의 상징으로 바꿔 놓은 것도 색다르다.

짐과 루카스에게 진귀한 요리 소개
‘짐 크노프’에서는 특히 음식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만다라에 도착한 첫날, 굶주린 짐과 루카스에게 핑퐁은 만다라의 진귀한 요리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 음식이라는 것이 ‘다람쥐 귀 샐러드’, ‘개미 경단’, ‘말똥 크림’ 등이다. 동양인을 역시 야만인 취급하는구나 싶어 좀 기분이 나빠지는 대목이지만 어쨌든 이들이 먹을 만한 음식으로 선택한 것은 ‘쌀’이었다. 핑퐁은 빨간 쌀, 노란 쌀, 달콤한 쌀, 매콤한 쌀, 금박을 입힌 쌀 등 수십 가지 쌀 요리를 가져 와 두 사람을 대접하게 된다. 우리는 일상으로 먹는 ‘밥’이 이들에게는 색다른 요리가 되는 모습이 왠지 재미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의 92%는 아시아 지역에서 소비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서구인들이 밀가루 음식 대신 쌀을 많이 먹고 있다. 쌀은 크게 인디카와 자포니카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안남미’라고 부르는 길쭉하고 푸슬푸슬한 쌀이 인디카종에 해당한다. 끈적한 자포니카종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먹는다.

인간이 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인도에서 BC 7,000~5,000년경, 중국에서는 BC 5,000년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쌀이 보급되기 전에 피, 기장, 보리, 밀 등을 주식으로 했으나 통일신라 시대부터 벼농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식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과거에는 쌀이 돈의 역할을 대신할 만큼 귀중한 식품으로 취급받았다. 오늘날에도 쌀 개방 문제는 국가의 식량 안보와 연관된다.

쌀은 주식으로 먹는 것 뿐 아니라 죽이나 떡으로 가공하면 별식이 되기도 한다. 특히 밥을 노릇하게 구워 만드는 누룽지는 만들기 쉽고 값도 저렴한 간식이다. 춘곤증에 시달리는 나른한 오후, 구수하고 부담없는 누룽지 간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누룽지 만들기

-재료:
남은 밥 적당량, 물 약간

-만드는 법:
1. 프라이팬을 달궈 기름은 두르지 말고 밥을 얹어 주걱에 물을 묻혀 가며 얇게 펴준다.
2. 밥이 노릇노릇하면서 바삭해지면 뒤집어 반대쪽을 익힌다.
3. 기호에 따라 다 된 누룽지를 기름에 살짝 튀기거나 소금, 설탕을 뿌려 먹는다.
*tip: 밥은 가급적 얇게 펼수록 바삭한 누룽지가 된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5-03-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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