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눈 뜨는 여인의 향기금지된 것들과의 짜릿한 일탈 그린 작품, 생크림 등 곁들이면 색다른 맛

[문화 속 음식기행] 신경숙 소설집 <딸기밭> 딸기 타르트
성에 눈 뜨는 여인의 향기
금지된 것들과의 짜릿한 일탈 그린 작품, 생크림 등 곁들이면 색다른 맛


작가 신경숙은 유독 ‘스무 살’이라는 화두에 집착하는 것 같다. 여성에게 있어 스무 살이란 나이는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위태로운 시기이기도 하다.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그 만큼 유혹과 참기 힘든 고통도 많다. 생의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사랑과 금기가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는 이 때를,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그녀가 2000년에 발표한 소설집 ‘딸기밭’에서도 이런 특징이 가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십대 초반인 주인공 ‘나’는 두 사람에게 이끌리게 된다. 한 사람은 ‘접근 금지 표시’의 혐오스런 외모를 지닌 남자, 또 한 사람은 자유분방한 아름다움을 지닌 친구 ‘유’이다. 두 사람과의 관계는 ‘나’에게 있어 일종의 치명적인 금기를 나타낸다. ‘나’는 허름한 창고에서 ‘접근 금지 표시’의 남자와 정사를 나누고, ‘유’와는 딸기밭에서 동성애적 접촉을 갖는다. 금지된 것들에 대한 반발이 이 같은 주인공의 일탈을 이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금기를 깬 두 개의 사랑은 주인공에게 짙은 슬픔과 공허를 남기게 된다.

이 작품에서 ‘딸기’라는 소재가 상징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하얀 피부에 붉게 으깨진 딸기는 성에 눈뜨는 여인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또한 딸기의 강렬한 붉은색은 금기와 위험한 자극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불안정한 강렬함이 ‘딸기밭’이란 작품을 이끌어 가는 요소이며, 작가가 바라보는 ‘스무 살’의 느낌인 것이다. 이런 느낌은 작가가 20대를 보낸 80년대의 억압적이고 음울한 분위기와도 통한다.

소설집 ‘딸기밭’에는 표제작 이외에도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 ‘그가 모르는 장소’, ‘어떤 여자’ 등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지금 우리 곁에…’는 아이를 잃은 부부의 갈등과 화해를 담아냈으며, 21세기 문학상 수상작인 ‘그가 모르는 장소’는 상처를 안은 두 모자의 여행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또한 ‘어떤 여자’는 어떤 여성 작가의 삶을 전화 통화만으로 엮은 특이한 구성을 시도했다. 독특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을 읽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두 여자가 딸기밭에서 장난치는 장면을 읽고 있노라면 그 새콤한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듯 하다. 봄을 상징하는 딸기는 한편으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풍기는 과일인 것 같다. 붉은 빛깔과 탐스러운 모양은 먹기 전에 눈을 즐겁게 하며, 맛은 달콤하고 진하면서도 부담이 없다.

딸기가 식용으로 이용된 것은 이미 고대부터이다. 플리니우스는 ‘박물지’에서 딸기에 대해 “땅을 기어 다니는 식물에서 자라며 맛은 산 속에서 나는 버찌와 비슷하다”고 묘사하고 있다. 딸기는 북유럽 신화에 여신 프리카에게 바치던 과일로 등장하다가 기독교 전래 이후 성모 마리아의 과일로 바뀌었다. 전설에 의하면 성모 마리아는 딸기를 아주 좋아해서 천국의 문을 찾아온 사람이 입가에 딸기즙을 묻히면 딸기를 훔친 것으로 간주해 지옥에 내던졌다고 한다. 또한 천국에 초대받은 아이들이 지상에 돌아올 때는 딸기 모양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야생 딸기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368년 프랑스에서부터라고 전해진다. 현재 우리가 많이 먹는 딸기는 남아메리카산 장딸기가 유럽으로 건너와 개량된 것이다.

요즘 한창 제철인 딸기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각종 디저트에 응용하기도 한다. 특히 우유나 생크림, 레드 와인과 곁들이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딸기를 듬뿍 얹은 타르트를 만들면서 봄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딸기 타르트 만들기

- 재료: 파이 껍질(박력분 300g, 버터 150g, 달걀 노른자 3개분, 물 2큰술, 소금․바닐라 슈거 약간씩), 딸기 500g, 딸기잼, 슈거 파우더

- 만드는 법:
1. 버터는 실온에 두었다가 손으로 주물러 포마드 상태로 만든다.
2. 슈거 파우더, 소금, 바닐라 슈거를 섞어 체에 내린 다음 버터와 잘 섞는다.
3. 달걀 노른자를 하나씩 넣으며 섞어 크림 상태로 만든 다?물을 넣고, 마지막으로 박력분을 체에 쳐 넣는다.
4. 반죽에 밀가루를 뿌리고 랩으로 싼 뒤 냉장고에서 1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5. 밀대로 반죽을 0.3cm 두께로 펴서 버터를 발라둔 타르트 틀에 씌운다. 여분의 반죽은 잘라낸다.
6. 손가락으로 주름을 잡아 모양을 내 주고 포크로 바닥을 찔러 냉장고에 15분 정도 넣어 둔다.
7. 바닥에 작은 돌이나 콩을 채워 넣은 후 180。오븐에 갈색이 나도록 굽는다.
8. 7의 파이 크러스트에 꼭지를 딴 딸기를 채워 넣고 표면에 딸기잼을 바른다. 슈거 파우더를 살짝 뿌려 장식한다(참고: 딸기를 얹기 전, 파이 크러스트에 커스터드 크림이나 생크림을 채우면 더욱 맛이 좋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4-12 18:34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