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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기행] 조정래 소설<태백산맥> 꼬막
질긴서민의 삶 밴 '벌교대표 맛'
자연산 제철 참꼬막은 탱탱한 육질과 쫄깃한 맛으로 인기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히면서도 오랫동안 ‘이적 표현물’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던 소설 ‘태백산맥’이 11년 만에 마침내 그 굴레에서 벗어났다. 이 방대한 작품을 한두 페이지로 압축하기란 어렵겠지만, 한번 ‘겁 없이’시도해 보자.

‘태백산맥’은 1948년 10월, 전남 벌교에서 시작한다. 여순사건 당시 좌익이 장악했던 벌교가 다시 군경의 수중에 들어가자 좌익 군당 위원장 염상진을 비롯한 하대치 안창민 등은 산 속으로 숨고, 비밀당원인 정하섭은 벌교로 잠입한다. 정하섭은 마을 외곽의 무당 딸 소화를 찾아가 몸을 의탁하고, 소화는 정하섭을 도와 그의 심부름꾼 노릇을 한다.

형 염상진과는 반대로 우익 사상을 지닌 청년단 감찰부장 염상구는 좌익세력 차단에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이 과정에서 빨치산 강동식의 아내 외서댁이 염상구에게 강간을 당한다. 이 후 6ㆍ25 전쟁 등으로 작은 마을 벌교에서는 끊임없이 혼란과 살육이 자행된다. 중도 입장이던 김범우와 손승호는 빨치산의 길을 택하고, 김범우는 미군들에게 붙들려 강제로 통역관이 되면서 미군들의 부도덕한 행태를 목격하게 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민군과 빨치산은 지리산에서 무장 투쟁을 계속한다. 그러다 퇴로가 막히자 염상진은 부하들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폭한다. 인민해방이라는 염상진의 이상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지만, 살아남은 하대치 등은 염상진 무덤 앞에서 또 다시 투쟁의 결의를 다진다.

11년 만에 벗은 '이적표현물' 굴레
‘태백산맥’은 결코 가볍게 읽고 넘길 만한 소설이 아니다. 그 속에는 해방 이후의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과 이데올로기 대립 등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있다. 작가는 이념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소설로서의 재미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하섭과 소화의 사랑 이야기나 작가가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 놓는 전라도 음식 이야기는 역사와 이념에 대한 복잡하고 심오한 생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여지를 준다.

이 작품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향토 음식은 벌교 특산물이기도 한 꼬막이다. 정하섭과 하룻밤을 지낸 다음날, 소화는 그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마땅한 반찬거리가 없던 시절, 소화는 ‘무시로 드나들던 꼬막장수 여편네’가 왜 이럴 때는 지나가지 않는지 아쉬워한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꼬막은 그것만으로 훌륭한 반찬이다.

작가는 벌교 꼬막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주름이 많아 씻기 까다로운 조개라는 것부터 시작해 질겨지지 않도록 슬쩍 삶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양념 솜씨에 따라 집집마다 다른 꼬막무침 맛이 생겨난다고 덧붙인다.

꼬막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와 ‘신증동국여지승람’등에 전라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등 세 종류가 있는데 이는 껍질에 패인 골의 수로 구분한다. 즉 20개이면 참꼬막, 30개이면 새꼬막, 40개이면 피꼬막이다. 이 중 참꼬막은 양식이 되지 않는데다 탱탱한 육질에 쫄깃한 맛 때문에 최상급으로 꼽힌다. 값도 가장 비싸다. 제철 꼬막은 그냥 먹어도 되지만 양념장에 무치면 입맛을 잃기 쉬운 봄철에 좋은 반찬이 된다.

꼬막무침 만들기

-재료: 꼬막 1kg, 고춧가루 1큰 술 반, 다진 마늘 2작은 술, 실파 3줄기, 붉은 고추 1개, 참기름 1큰 술, 깨소금 1큰 술, 간장 1/2 작은 술

-만드는 법:
1. 꼬막은 껍질이 검은 빛을 많이 띠고 조그만 것을 골라 껍질째 박박 문질러 씻는다.
2. 소금을 약간 탄 물에 한나절 정도 넣어둔다.
3. 꼬막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끓인다. 반드시 100도 이상으로 끓여야 한다.
4. 꼬막을 물에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데친다. 약 1, 2분 정도가 적당하다.
5. 핏기가 가시고 껍질에 살이 통통하게 차 있으면 바로 체에 쏟아 건져 놓는다.
6. 꼬막을 까서 살만 발라낸다. 이때 흘러내리는 조개국물도 함께 그릇에 받아둔다.
7. 붉은 고추 다진 것과 실파 썬 것, 다진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을 넉넉히 넣어 무친다. 간장은 처음부터 넣지 말고 간이 심심할 경우 첨가한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5-05-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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