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히피스타일 새로운 경향으로 떠올라

[패션] 패션리더, 자유와 야성을 입다
1960~70년대 히피스타일 새로운 경향으로 떠올라

쿠아

광복 60년 SBS 대기획 드라마 ‘패션 70s’의 제작발표회, 패션디자이너로 분한 주인공 이용원의 옷차림이 화제였다. 진보라색 티어드스커트에 흰색셔츠와 약간 빛바랜 주황색 원피스형 웃옷을 입고 그 위에 벨트와 술 달린 스카프를 길게 맸다. 이요원은 자신의 옷차림을 ‘보헤미안 히피룩’이라고 소개했다. 이 드라마는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패션디자이너들의 성공과 사랑을 그린다고 하니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히피룩’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여름패션의 중심에 설 히피스타일
MBC 드라마 ‘신입사원’의 홈페이지 스틸 컷 촬영에서 선보인 한가인의 패션은 딱딱한 회사원의 차림이 아니었다. 가죽조각을 뜨게 질로 이어 붙인 패치워크 기법의 조끼, 스웨이드 어깨 가방과 허리띠, 나무 조각을 이은 목걸이, 주름잡힌 흰색 셔츠, 집시 스타일의 주름 스커트. 명랑발랄 사랑스러운 히피패션이다.

컴백한 탤런트 고현정이 기자회견 때 착용했던 허리띠를 기억하는지. 넓은 가죽 띠에 커다란 금속장식을 붙인 허리띠는 인디언풍이었다. 히피패션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이 허리띠는 흰색과 검은색의 단정한 옷차림에 튀지 않으면서도 멋진 장신구 역할을 했다.

봄뿐만 아니라 다가올 여름 패션 코드는 ‘에스닉룩’이다. 그중에서도 자유로운 정신에서 비롯된 레이어드룩이 가능한 ‘히피스타일’이 중심이 된다. 넉넉한 외관과 자연색이 편안하고 무릎길이를 넘는 주름 스커트, 큼직한 목걸이와 팔찌 등 60년대 자유와 평화를 외치던 젊은이들의 패션을 담은 ‘히피룩’은 이미 예고된 세계적인 유행경향이다.

히피패션은 1960~1970년대 히피족들의 옷차림에서 비롯됐다. 히피(hippie)는 베트남전쟁의 신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던 196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청년층을 주체로 탈사회적행동을 한 젊은이들을 뜻한다. 이 당시 미국의 반체제 젊은이들은 무의미한 전쟁에 대한 반발로 자연회귀를 추구하며 집단생활을 한다. 히피는 행복한(happy), 열중한(hipped), 리듬을 맞추다(hip) 등에서 출발했다는 설이 있다.

이처럼 많은 어원 자체가 그들의 복잡성을 말해주는데 음악과 약물에 빠져 개인적인 황홀경을 찾다가도 항의집회에 선두로 나서 시위를 주관하는 등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인 다중적인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은 외모에서도 나타났는데 자연 상태로의 회귀를 희망하여 머리를 기르고 꽃무늬 옷을 입고 야생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술 달린 조끼, 깃털장식 등 인디언풍을 추구하기도 했다.

사실 히피패션은 세련된 맛이라고는 없는 옷차림이었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그들은 남녀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머리와 수염을 길렀고, 인디언들의 영향을 받아 머리에 밴드를 두르거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맨발로 생활했다. 옷은 남루했다. 너무 오래 입어 헤어진 청바지와 헐렁한 셔츠가 다였다.

그러나 아폴로 11호 달 착륙, 칼라TV와 영화 등 대중문화 발달, 여권신장, 흑인민권운동 등의 사회적인 변화와 발달로 히피의 정신과 옷차림은 다양성을 갖추게 된다. 손뜨개, 패치워크 등 수공예 장식을 이용해 에스닉의 개념을 넓게 확대해 갔고 여러 나라의 민속풍과 전원풍 의상을 받아 들였다. 또한, 남녀공용의 청바지나 머리모양을 통해 패션에 있어서의 유니섹스 모드를 출현시키기도 했다.

오늘날 히피스타일은 민속풍 옷차림에서 아이디어를 딴 캐주얼 차림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2005년 히피 패션은 재치 있고 세련된 여성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여성의 신체를 따라 날씬하면서도 여유 있는 외관을 갖는데 지저분/한 옷차림인 그런지풍의 패치워크나 술 장식, 마감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도 로맨틱하게 표현된다.

또 동아시아풍의 오리엔탈룩의 인기가 아프리카, 북미와 남미, 서아시아로 옮겨가 원시적인 에스닉 요소가 포괄적으로 융해되어 한층 다채롭고 복합적인 분위기를 띤다. 오늘날 히피는 1960~70년대 히피들의 저항정신이 제거되고 외형만을 모방하므로 불쾌감을 없앤 세련된 멋을 추구하고 있다. 소박하게, 그리고 야성적으로

소박하게, 그리고 야성적으로
회귀를 외쳤던 히피룩의 영향은 자연스러운 색상에 자연물을 무늬화 하거나 자연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서아시아, 중남미 등의 이국적인 감성을 담아내면서도 보다 밝고 여성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면 소재에 다양한 프린트물이 보여 지는데 식물과 꽃, 열매 등 자연테마와 어울리는 경쾌한 체크패턴, 민속풍의 에스닉한 프린트가 발랄하게 표현된다.

에스닉 무드의 영향으로 아프리카의 정글과 해변, 이슬람 장식이 프린트된 의상도 보여진다. 색상은 밝고 컬러풀한 색감, 특히 지난해보다는 다소 채도가 낮아진 투명감 있는 색상이 주류다. 흰색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대자연의 이미지를 주는 갈색, 열대 과일이 떠오르는 노랑, 주황, 초록 등의 색상이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 컬러인 빨강은 야성미로, 보라는 신비감을 나타낸다. 이와 함께 열대 바다의 청명함이 느껴지는 파랑과 청록색도 주목된다. 구두와 가방 등 소품도 자연을 닮았다. 굽 부분을 왕골 등의 식물줄기를 꼬아 붙인 웨지힐과 가방 또한 나무 손잡이나 왕골바스켓으로 로맨틱 히피룩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니스커트의 인기는 주춤, 무릎 아래로 넉넉한 길이의 풀스커트가 뜬다. 풀스커트는 구겨져도 되고 활동이 편해 좋다. 풀 스커트 가운데 치마폭을 원형으로 재단한 서클스커트와 계단처럼 층을 만든 티어드스커트 디자인이 많다. 소재는 실크와 시폰, 구김이 자연스러운 면 소재로 풍성한 볼륨감을 살리고 있다.

풀스커트는 허벅지가 굵거나 다리가 못생겨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잘못하면 ‘아줌마 치마’가 될 수 있으니 너무 크고 요란한 무늬나 색은 피한다. 풀스커트가 넉넉한 스타일이니 상의는 짧고 타이트하게 입어야 날씬해 보인다. 또 한 가지 정보, 인공주름이 잡힌 스커트는 보관할 때 꽈배기처럼 꼬아서 보관해야 주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크고 화려한 오버사이즈 장신구
최신 유행 히피스타일은 옷보다는 소품이나 액세서리를 등을 이용해 중심을 잡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장신구는 크고 화려한 아프리카 스타일을 활용한다. 아프리카 부족민들이 즐겨하는 커다란 링 귀걸이, 여러 가지 자연물을 모티브로 한 길게 늘어지는 목걸이 등 화려한 액세서리는 히피룩을 세련되게 완성시켜준다.

또 원석 팬던트 목걸이, 가죽 끈을 이용한 빈티지 스타일의 액세서리를 이용해도 좋다. 손목에는 나무나 상아로 만든 ‘뱅글’이 가느다란 체인 팔찌를 대신한다. 6에스닉 스타일 허리띠도 두께가 넓어져서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다. 웨스턴 스타일로 금속장식을 더하거나 가죽 장식을 덧붙인 허리띠도 많다. 잠자리 눈 마냥 커다란 선글라스는 얼굴의 절반을 덮어 히피스럽다. 모자의 챙도 넓어졌다. 왕골보다 고급재질인 라피아 소재 모자는 이국의 햇볕을 피하려는 듯 챙이 畇?

히피스타일에서 빠질 수 없는 겹쳐 입기, 레이어드룩. 히피들의 스타일을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히피들이 새로운 옷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옷가지를 가져다 뒤섞어 입었기 때문이다. 히피스타일이 낡은 듯 눈에 익어 편안하기 때문에 여성스럽게 꾸미려면 장단을 맞춰야 한다.

티셔츠나 셔츠는 길게, 재킷이나 카디건은 짧게. 엉덩이를 덮는 긴 셔츠는 레이어드 룩에 활용하기 좋다. 길이가 긴 셔츠를 빈티지청바지 위에 입고 셔츠 위로 두꺼운 벨트를 매면 된다. 여기에 알이 굵고 장식이 많은 목걸이로 포인트를 주면 히피룩 완성! 재킷은 허리선 위로 올라갈 만큼 짧아야 긴 셔츠와 어울린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5-18 19:43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