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식이섬유, 호사스런 디저트알카리성 식품으로 고대부터 치료약재로 사용, 차가운 생크림과 환상 맛궁합

애니매이션<프린스 앤 프린세스> 무화과
[문화 속 음식기행] 풍부한 식이섬유, 호사스런 디저트
알카리성 식품으로 고대부터 치료약재로 사용, 차가운 생크림과 환상 맛궁합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들은 대부분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용감한 기사가 공주 대신 마녀를 택한다면? 또 공주의 키스가 왕자를 개구리로 만들어 버린다면? 미셸 오슬로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이런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세 사람의 남녀가 6일 동안 6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프린스 앤 프린세스’의 줄거리다. ‘왕자와 공주’라는 제목 때문에 그림 동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생각한다면 오산. 감독은 제3세계의 설화와 민담들을 끌어들여 신비스럽고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공주의 사랑을 얻게 하는 것은 무력이 아닌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또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마녀가 알고 보면 교양과 지혜를 가진, 멋진 여성으로 등장한다. 왕자와 공주의 키스는 판에 박힌 사랑의 확인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모습을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다. 그밖에도 정직한 소년과 여왕, 도둑을 실컷 곯려주는 용감한 할머니, 냉혹한 미래의 여왕이 마침내 찾게 되는 진정한 사랑 이야기 등이 기존의 애니메이션들에서는 보기 힘든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선사한다.

아직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철학적 메시지가 머리 아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시각적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감독은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화면을 고운 빛깔의 그라데이션으로 처리함으로써 신비한 느낌을 더했다. 작은 구멍으로 빛을 쏘여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표현한 기법 또한 감탄할 만 하다.

이 작품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집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한 가난한 소년이 우연히 겨울에 열린 무화과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여왕에게 바쳤다. 그 맛에 반한 여왕은 소년에게 큰 상을 내린다. 이를 질투한 재무대신이 소년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려 하지만 오히려 제 꾀에 제가 걸려들어 죽음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다.

엄숙한 여왕이 너무도 맛있게 무화과를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면 어느 새 입안에 침이 고일 것이다. 고대부터 식용되어 온 무화과는 그 달콤한 맛으로 사랑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암ㆍ간장병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였다. 성서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몸을 가린 것이 무화과나무 잎이라고 언급되어 있으며, 열매가 열리지 않아 예수로부터 저주받은 무화과나무 이야기도 나온다.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민담집에도 등장할 만큼 무화과는 아랍 지역에서 친숙한 과일이다.

열매속 가느다란 실이 무화과 꽃
꽃이 없다고 하여 무화과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 무화과에도 꽃은 핀다. 우리가 무화과 열매라고 먹는 것은 실제로 꽃이 붙어 있는 꽃대이며, 무화과 꽃은 그 속에 있다. 무화과 열매를 반으로 갈라 보면 가느다란 실같은 것이 많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무화과 꽃이다.

무화과는 알칼리성 식품 중 하나로 로마ㆍ이집트 등지에서 소화불량ㆍ변비ㆍ설사ㆍ각혈ㆍ신경통ㆍ피부질환ㆍ빈혈ㆍ부인병 등에 약으로 쓰였다. 또한 생즙을 치질과 사마귀를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한다. 무화과에는 프룬보다 2배 이상 많은 식이섬유와 철분, 칼슘, 칼륨 등이 들어 있어 최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화과 40g에는 약 5g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이것만으로 하루 권장량의 20%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무화과는 주로 지중해성 기후에서 잘 자라며 우리나라는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국내 총생산량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서양배 모양에 짙은 보랏빛을 띈 무화과는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지만 인사동 등지에 가면 길에서 파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백화점에는 수입산 무화과를 팔고, 생산지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통신 판매도 하고 있어 예전보다는 구하기가 수월해졌다. 무화과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잼, 젤리, 술, 주스 등으로 다양하게 가공할 수 있다. 특히 설탕이나 와인에 조린 무화과는 차가운 생크림을 얹어 먹으면 사치스러운 디저트옥졍?

무화과 병조림 만들기

-재료: 무화과 500g, 설탕 1/2컵, 생강 약간, 물 1.5컵

-만드는 법:
1. 무화과는 완숙되고 모양이 뭉개지지 않은 것으로 선택하여 60~80℃의 물에 수분간 담근다.
2. 병조림을 담을 병은 미리 소독한다.
3. 설탕, 물 1.5컵, 생강을 섞어 끓여 놓는다.
4. 병조림 병에 무화과와 시럽을 넣고 덮개를 덮은 후 밀봉해 20분간 중탕한다.
5. 병을 거꾸로 세워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6-01 16:29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