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패션] 명동에서 만난 겨울 멋쟁이


혹한의 날씨 속에서 반짝 따뜻했던 기온 때문인지 2월의 명동 거리는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온 학생들, 쇼핑을 즐기러 나온 직장인, 각종 방송사 카메라와 잡지사 포토그래퍼의 모습 등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 중 취재진의 시선을 고정시킨 것은 바로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미니스커트 열풍이었다. ‘불황이 깊어지면 치마 길이도 짧아진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10~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미니스커트 유행은 작년에 이어 계속되었다. 위아래 모두 내복을 입어야 겨울을 지내는 기자의 시선에 미니스커트 유행은 너무 가혹해 보였지만, ‘새로 마련한 스웨이드 소재 부츠나 양털로 만든 어그 부츠에 미니스커트만큼 효과적인 아이템도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레트로 & 빈티지 스타일
개성만점 패션피플이 가득했던 명동 거리에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떠난 듯 시?공을 떠난 다채로운 패션이 주도했다. 허리 라인을 강조한 페미닌한 모직 코트, 작고 귀여운 토트백, 퍼프 소매 재킷 등 어머니의 옷장을 채웠던 레트로 아이템은 데님 팬츠, 루즈한 부츠, 오버 사이즈 백, 헌팅캡 등 빈티지 아이템과 만나 개성 있고 독특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브라운과 카키 톤으로 센스 있는 옷차림을 선보인 임현정(24세)씨는 둥근 칼라와 단추, 귀여운 포켓이 달린 헤링본 코트에 크롭 팬츠, 앞코가 둥근 펌프스 등을 매치해 1950년대 풍 얌전한 소녀의 모습을 재현했다. 귀여운 보조개가 매력적인 대학생 임가연(20세)씨는 워싱된 데님팬츠에 레이스 스커트를 덧입은 독특한 코디 감각으로 세련된 빈티지 스타일을 완성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프 길이 패딩 코트 강세
한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패딩’이 또 하나의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소재와 디자인이 주는 스포티한 이미지 때문에 캐주얼 룩이 강세인 올해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작년과 다른 점이라면 길이와 소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짧은 길이의 재킷 스타일이 유행이었으나 올해에는 엉덩이를 덮는 하프코트가 대유행이다. 소재는 ‘프라다 천’이라 불렸던 나일론 소재에서 벗어나 면, 코듀로이, 새틴 등을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잃지 않았다. 후드와 안감에는 토끼털, 너구리털, 인조털 등을 덧대 보온과 스타일을 살렸고, 충전물은 오리털보다 솜을 사용해 부피감을 줄인 디자인이 많았다.

솜이나 오리털로 속을 채운 ‘패딩(padding:채워넣다)’ 아이템은 모직이나 모피 등 다른 겨울 소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 보온과 패션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표면을 특수 가공한 제품은 눈이나 비가와도 끄떡없기 때문에 실용적이다.

기능성과 패션성 겸비한 남성 가방
화려한 여성들 속에서 멋진 스타일을 뽐낸 남성들도 많았다. 그중 가장 먼저 취재진의 눈에 포착된 남성은 미소년의 마스크와 세련된 패션감각이 돋보였던 최경영(23세)씨. 스트라이프 재킷에 카고 팬츠를 입고 데님 헌팅캡으로 마무리한 그는 휴가 나온 군인이었다.

군인도 얼마든지 세련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그의 모습을 뒤로하고 명동 입구 쪽으로 이동하니 이번에는 남성들의 다채로운 가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패션 업체에서 상품기획을 맡고 있다는 이정운(29세)씨는 캐주얼한 의상에 와인 컬러 새틴백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패션 브랜드 홍보일을 하고 있다는 박기현(26세)씨는 올리브 그린 컬러 가죽백을 어깨에 걸쳐 자신만의 스타일을 살렸다.

패션이나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 증가하면서 소지품을 넣는 정도에서 벗어나 가방을 개성과 스타일을 연출하는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다. 노트북, MP3플레이어, PDA, 휴대폰 등 소지품이 많아지면서 남성들 역시 기능적이고 큰 사이즈 가방을 찾는 것. 어깨에 사선으로 메는 크로스백이나 손으로 드는 토트백, 한쪽 어깨로 메는 숄더백 등이 인기이며, 소재 역시 검정색 가죽에 국한되지 않고 컬러풀한 원색, 스트라이프, 그래피티 등이 새겨진 패브릭 소재가 많았다.


김세나 객원기자
사진 박재홍


입력시간 : 2005-07-04 07:34


김세나 객원기자 senar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