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 버터의 풍미에 혀 매료오스트리아인들의 터키 저주로 태어난 빵, 굽는 솜씨로 제빵사 실력 가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크로와상
[문화 속 음식기행] 겹겹, 버터의 풍미에 혀 매료
오스트리아인들의 터키 저주로 태어난 빵, 굽는 솜씨로 제빵사 실력 가늠


우리나라 방송 제작자들에게 요리 드라마는 기피 대상에 속했다. 배우가 숙련된 요리사 연기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음식 준비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일까. 갑자기 요리 드라마가 세 편이나 전파를 타고 있다. ‘온리 유’와 ‘사랑찬가‘의 이탈리아 요리, 그리고 디저트로 ‘김삼순’이 만든 케이크까지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오늘은 이 중에서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 이야기를 해 보자. 29살의 푹 퍼진 노처녀, 김삼순(김선아). 외모도, 능력도 별 볼일 없는 그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애인에게 비참하게 차인 데다 심지어 백수다. 게다가 실연 당한 날은 실수로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울다가 웬 남자에게 망신을 당한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녀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프렌치 레스토랑 ‘보나뻬띠’에 면접을 보러 간다. 그런데 그곳에 실연 당한 날 엉망인 모습으로 마주쳤던 남자, 현진헌이 있을 줄이야. 어쨌든 삼순은 실력을 인정 받아 그곳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진헌과의 인연은 자꾸만 이상한 방향으로 꼬여가고, 급기야 그는 갑작스럽게 계약 연애를 하자고 제의하는데….

버터·소금 등 기본재료만 이용하는 빵
이 드라마가 20, 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진솔함 때문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뚱뚱한 여자가 로맨스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브라운관에는 빼빼 마른 몸매에 긴 생머리를 지닌 미인들만 넘쳐 났다. 그리고 그녀들처럼 잘나지 않은 대부분의 여성들은 드라마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왔을 것이다. 반면 김삼순이라는 캐릭터는 외모도, 능력도 지극히 평균적이다. 실수도 자주 하고 남자에게 울며 매달리는 ‘구질구질한’ 모습도 보인다. 즉 그녀는 보통의 여성 시청자들이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삼순이 연애하게 되는 진헌이 재벌 2세에 미남이라는 설정은 상투적이다. 그리고 삼각관계, 계약연애, 신데렐라 스토리 등 우리나라 드라마의 전형적인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게다가 김삼순 역을 위해 6kg을 찌웠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날씬한 편인 김선아가 ‘뚱보’로 설정된 것도 별로 현실감이 없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주인공이 ‘르 코르동 블루’ 출신의 제빵사로 나오는 만큼 다양한 프랑스 과자들이 소개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제빵사의 실력을 가늠할 때 보는 중요한 척도가 바로 크로와상 굽는 솜씨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 크로와상은 물과 버터, 소금 등 기본적인 재료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만들기가 까다롭다.

파리의 아침은 크로와상과 카페오레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로와상은 프랑스인들에게 필수적인 빵이다. 크로와상을 만들 때는 밀가루와 이스트, 소금으로 반죽하고 버터를 넣어 접어 가면서 밀대로 민다. 이렇게 지방층을 형성시킨 후 발효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사이 사이에 버터가 듬뿍 배어들어 있는 크로와상은 포근하게 씹는 감촉이 좋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다른 프랑스 빵들과 마찬가지로 크로와상 역시 노화가 빠른 편이므로 구운 지 8시간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크로와상은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아 담백한 그대로의 맛을 즐긴다. 반면 미국에서는 굽기 전에 초콜릿ㆍ다진 아몬드 등을 얹거나 갖가지 달콤한 속 재료를 채워 넣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콜릿을 얹어 구운 크로와상은 ‘뺑 오 쇼콜라(초콜릿 빵)’이라고 불린다.

촉촉한 훈제연어와 찰떡궁함
우리는 흔히 크로와상을 프랑스 빵으로 알고 있지만 그 원조는 오스트리아다. 1683년 오스트리아는 터키와의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때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적국 터키에 대한 분노를 풀기 위해 터키 국기에 있는 초승달과 비슷한 빵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이 빵은 덴마크를 거쳐 프랑스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프랑스 요리책에 크로와상이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크로와상은 그냥 먹기도 하지만 햄이나 야채, 달걀 등을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특히 촉촉한 훈제연어는 크로와상이 지닌 버터의 풍미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크로와상 연어 샌드위치 만들기

-재료(2인분): 크로와상 2개, 훈제연어 슬라이스 4조각, 양파 1/2개, 크림치즈 3큰술, 케이퍼 1큰술

-만드는 법:
1. 양파를 얇게 썰어 찬물에 담갔다가 건진다.
2. 크로와상을 반 가르고 크림치즈를 바른다.
3. 크림치즈 위에 훈제연어를 얹는다.
4. 연어 위에 양파를 올린다.
5. 케이퍼를 얹어 마무리한다.


정세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7-06 15:38


정세진 자유기고가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