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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사브리나>쿠스쿠스
거친 밀에 담긴 사막의 맛
듀럼 밀을 갈아 쪄낸 후 말려서 먹는 모로코인의 주식




리메이크 영화에 보내는 관객의 시선은 대체로 냉담하다. 특히 원작 영화가 명작으로 꼽힐 경우, 원작의 후광에 기대려 한다는 비판을 듣기가 일쑤다. 그런데 그 중에서는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끌어냄으로써 제법 괜찮은 작품이 된 경우도 있다. 줄리아 오몬드가 주연한 영화 ‘사브리나’가 바로 그런 범주에 속한다. 원작 ‘사브리나’가 오드리 햅번의 요정 같은 매력을 앞세운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였다면 리메이크작에는 ‘삶의 여유’라는 새로운 주제를 추가했다.

두 영화의 줄거리는 큰 차이가 없다. 사브리나 페어차일드(줄리아 오몬드)는 억만장자인 래러비 집안 운전사의 딸이다. 주인집 둘째 아들인 데이빗을 짝사랑하고 있던 그녀는 집에서 파티가 열리는 날이면 몰래 나무에 올라가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래러비 여사의 배려로 파리 유학을 떠나게 된 사브리나는 용기를 내어 데이빗의 방을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아뿔싸. 문 뒤에 서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은 데이빗이 아니라 래러비 가의 장남 라이너스(해리슨 포드)였다.

그로부터 2년 후. 보그 잡지의 수습 사원으로 입사한 사브리나는 세련된 파리지엔느로 변신해 돌아온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브리나에게 반한 데이빗은 급기야 래러비 가의 가든 파티에 사브리나를 초대해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이 데이빗의 예비 장인 장모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데이빗의 결혼에는 약혼녀 집안과의 회사 합병 문제가 걸려 있어 래러비 가문으로서는 자칫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라이너스는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자신이 직접 사브리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마치 비즈니스를 하듯 사브리나와 함께 섬의 별장을 방문하고 브로드웨이 연극을 관람하는 라이너스. 그러나 이 짧은 데이트 동안 그의 마음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삶의 여유와 사랑에 대한 갈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사브리나에 대한 감정과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던 라이너스는 마침내 사브리나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심한 배신감을 느낀 사브리나는 아무 말 없이 파리로 돌아가 버리고, 그는 합병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사무실로 향한다. 그런데 그 사이, 데이빗과 래러비 여사는 라이너스를 위해 뜻하지 않은 선물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맛
브로드웨이에서 연극 관람이 끝난 후, 사브리나는 라이너스를 모로코 식당으로 안내한다. 여유로운 식사라고는 몰랐던 라이너스에게 바닥에 앉아 손으로 음식을 먹는 모로코 음식은 무척 색다른 경험이었다. 둘의 식사는 오랫동안 느긋하게 이어진다.

아랍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모로코 인들도 양고기를 즐겨 먹는다. 터키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케밥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으며 구운 양고기인 메슈이, 닭고기나 생선으로 만든 스튜의 일종인 타진 등이 대표적인 요리이다. 여기에 꿀, 아몬드, 건포도, 참깨 등을 넣은 빵이 유명하다. 사막의 더위를 씻어 주는 민트티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그 중에서도 모로코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은 좁쌀처럼 생긴 쿠스쿠스이다. 쿠스쿠스는 파스타 재료로 쓰이는 듀럼 밀을 거칠게 갈아 쪄낸 후 말려서 만든다. 모로코 뿐 아니라 알제리, 튀니지 등지에서도 많이 먹는다. 쿠스쿠스를 조리하는 방법은 조금 특이하다. 아래 위 두 층으로 나뉜 ‘쿠스쿠시에르’라는 냄비를 사용하는데, 위에서는 쿠스쿠스를 쪄내고 아래에서는 고기나 야채로 만든 스튜를 조리한다.

쿠스쿠스는 곡물의 씹히는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마치 ‘밥’처럼 어떤 음식과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린다. 거친 입자 사이로 육수나 각종 소스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볶은 야채를 얹은 쿠스쿠스는 산뜻한 별미로 좋다.

야채 쿠스쿠스 요리 만들기

-재료(4~6인분): 쿠스쿠스 2컵, 끓는 물 3컵, 올리브유 1큰술, 얇게 썬 대파 1대, 다진 붉은 고추 2개분, 깍둑썰기한 고구마 250g, 가람 마살라(인도식 향신료) 1 작은술, 닭육수 1/2컵, 라임 주스 2큰술, 그린 빈 125g, 다진 토마토 2개분, 건포도 90g, 구운 잣 60g, 다진 고수 잎 3큰술

-만드는 법:
1. 볼에 쿠스쿠스를 담고 끓는 물을 부은 후 포크로 저어준다.
2. 달군 팬에 식용유를 붓고 대파와 고추를 3분간 볶는다.
3. 고구마, 가람 마살라, 닭육수, 라임주스를 섞는다.
4. 고구마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15분 가량 약한 불에 끓인다.
5. 콩과 토마토를 얹고 콩이 익을 때까지 5~10분간 익힌다.
6. 팬을 불에서 내리고 건포도, 잣, 고수잎을 뿌린다.
7. 접시에 쿠스쿠스를 담고 볶은 야채를 올려 낸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5-07-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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