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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전위패션
거리 위의 아방가르드 전사 패션 리더가 되다
독특한 감각과 파격의 옷차림. 새로운 개념의 패션 아이템




2개의 드레스를 이어붙이고 새롭게 재단한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드레스. 패션지 '보그' 화보 중
최근 40년 기념 책자를 발간하는 등 실험적인 행보를 계속하는 국내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패션디자이너 진태욱
영구적인 주름소재에 전통회화를 접목시킨 아방가르드 패션디자이너 이세미 마야케의 아코디언 시리즈. 1998/1999 FW
재킷 밖으로 내어 입은 셔츠. 전성기의 레이 카와쿠보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2005/06 FW 이진윤
고급패션을 거리패션으로 격하시키는 시도 또한 전위패션으로 불린다. 베이비팻
과장된 볼륨과 높은 목선이 전위적이다. 2005/06 FW 이상봉
90년대 전위패션은 미너멀리즘, 스포티즘과의 만남으로 대중화 되기 시작한다. 아디다스
신소재 활용도 전위패션의 중요 요소, 나일론 소재를 의류에 사용했다. 1999/2000 FW 프라다
데뷰 패션쇼를 무대가 아닌 영상작업으로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준 2004 SS 서상영 컬렉션

일부러 뒤집어 입은 듯하거나, 마무리를 하지 않아 실밥이 너덜거리는 옷가지들. 좌우가 비대칭적이거나 상의인지 치마인지 정체가 불확실한 옷가지들도 상점에 내걸려 있다. 도대체 저걸 옷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옷들이다.

몇 년 전만해도 아방가르드, 전위 패션이라고 하면 흔히 입을 수 없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한쪽 어깨가 없는 상의, 대충 가위로 자른 듯한 마감, 뒤집어 입은 듯 시점이 바깥막?드러나 있다. 또 청지와 시폰처럼 이질적인 소재를 한 벌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최근에는 옷 같지 않은 옷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상한 옷차림이라고 손가락질하기보다 독특한 감각의 패션이라고 말한다.

틀을 벗고 가치를 뒤집다
‘전위(avant-garde)’란 원래 프랑스의 군대용어였다. 전투할 때 선두에 서서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돌격부대를 뜻한다. 혁명용어로도 쓰였다. 러시아혁명에서는 계급투쟁의 선봉에 선 정당과 그 당원을 지칭했고 제 1차 세계대전 경 유럽에서 일어났던 예술운동으로 불렸을 때는 미지의 문제와 맞닥트려 이제까지의 예술개념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혁명적인 예술경향을 칭하게 된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 프롤레타리아 예술운동이 전개되는 가운데 정치혁명과 예술혁명은 전위예술의 개념으로 널리 퍼졌다.

이것이 근대에 와서 사회개혁론자들의 문화정치학에 적용되면서 현재를 비판하고 혁신시키려는 급진주의 경향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고 정치적 영역에서는 무정부주의를, 예술적 영역에서는 혁신주의를 일컫게 되었다. 예술분야에서 전위는 새로운 시선을 가진 예술가의 노력으로 형태상의 변화를 의미하고 그 시대의 가치체계와 전통, 일반적인 상식을 부정한 개혁의지로 존중되고 있다. 이처럼 아방가르드는 현재의 정해진 규칙을 벗어남으로써, 본래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만든다는 데서 의미를 지닌다.

아방가르드, 전위는 패션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화가 칸딘스키를 전위미술의 선구자라고 칭하고 있으며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난 ‘다다이즘’은 아방가르드 운동의 대표적인 예술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다다이즘·미래주의운동은 추상예술과 초현실주의로 전위예술의 대를 잇게 된다.

오늘날 아방가르드라고 하면 기성예술에 반항하는 혁명정신 그 자체가 전위예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정 유파나 운동에 제한이 없는 첨단의 총칭이 되었다. 따라서 ‘아방가르드’는 새로운 것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알린다는 기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패션에서는 기존의 패션 개념이나 유행을 부정하고 실험적인 정신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련의 작업을 ‘전위패션’이라고 말한다. 전위패션은 상류계급의 독식된 가치와 서구 중심의 절대적 이상미에 대항하는 스타일로 시작됐다. 패션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전위계열의 디자이너들은 혁신적인 스타일로 자신들의 가치관을 패션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부정함으로써 성의 혼돈을 표현했고, 계급과 계층으로 나눠진 미의 개념에 하위문화를 접목함으로 상하조직도 파괴했다. 이는 주류적 패션체계를 거부하는 팝패션, 히피패션, 펑크패션, 거리패션 등으로 표현되어 왔으며, 혁신을 꿈꾸는 전위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도전과 모험으로 그 생명력을 이어왔다. 이러한 전위패션의 근본원리는 전통성의 부정과 새로움의 추구가 중심이 된다.

1980년대 초 하이패션에 도전장
하이패션에 도전하는 전위패션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디자이너들은 일본태생의 디자이너들이었다. 이미 확고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자신들만의 아틀리에를 소유하고 있던 기존 하이패션디자이너들의 견고한 틀 속에서 이방인으로 주목받기 위한 몸부림이 전위패션의 길을 열었다.

1980년대 초 서구 패션계는 레이 카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 등 일본 디자이너들의 해체적이며 파격적인 패션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 디자이너들은 화려하고 과장된 의상이 유행하던 시기에 모노톤을 고수하며 신체의 선을 무시한 채 불규칙한 마감선과 비대칭 구조를 선보였다. 일반 의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통적인 솔기에 구애받지 않고 형태를 왜곡했고 섬세한 장식보다는 작은 조형물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절개와 이음으로 눈길을 끌었다. 흰색의 가봉실을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시접처리를 하지 않는 등 미완성의 완성품, 해체적인 의상을 통해 신체와 의상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들은 신체라는 틀을 넘어선 의상, 옷의 개념을 파괴하는 작업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보다는 예술과 결합된 의상의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의상과 패션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을 통해 몸에 한정된 패션의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전위패션하면 대중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실험적 요소가 강한 디자인, 유행에 앞선 독창적이고 기묘한 디자인의 의상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면서 소수의 전위적 디자이너나 파격적인 신진 디자이너들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하이패션 디자이너들과 내셔널 브랜드, 심지어는 거리 패션에 이르기까지 아방가르드 감각이 활개를 치고 있다. 소재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독특한 표현방식이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오고 자유로운 테크닉과 다양한 장식 기법은 패션의 새로운 도약이며 미래를 예고했다.

입을 수 없는, 옷이라고 부르기조차 힘들었던 전위패션은 21세기를 넘어서면서 실용적인 ‘소프트 아방가르드 패션(Soft Avant-garde Fashion)’으로 자리잡았다. 90년대 중반 캘빈 클라인, 미우치아 프라다 같은 기성복 디자이너들이 이 전위패션을 미니멀리즘과 결합시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변화시켰다. 박음질이 없는 옷,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만든 옷 등 무채색과 미니멀리즘의 단순함을 극복하고자 전위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디자이너로는 진태옥, ‘오브제’의 강진영, ‘데무’의 박춘무 등이 아방가르드 패션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 1990년대는 ‘교복 자율화’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패션에도 ‘감성’이 적용돼 ‘공주 스타일’의 아방가르드패션 브랜드 ‘오브제’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아 전위패션의 대중화가 시작을 알렸다.

패션계의 이단아에서 주류 속으로
90년대 중반까지 패션계의 이단아로서, 비주류의 실험성으로 이어져 온 전위패션이 전복적인 가치와 파격적인 스타일로 충격적이고 혐오스러우며 도전적인 모습이었다면, 요즘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면서도 보다 자연스럽게 융화된 모습을 보인다. 과격하고 파괴적인 전위패션을 가볍게 해석해 색다른 의상으로 창조해 낸 것이 ‘소프트 아방가르드룩’이다.

파격은 부드럽게 이완됐으며 미래적인 성향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됐다. 이제 패션의 ‘아방가르드’는 더 이상 소수의 패션리더나, 하위문화의 패션마니아들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조형미와 기하학적인 변형, 비대칭, 과장, 볼륨, 노출 등의 기법이 여성스러운 로맨틱룩, 실용적이고 절제된 스포츠룩과 결합해 부드럽고 편안한 멋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질적 소재들의 만남과 새로운 것과 낡은 것, 과감한 무늬와 색상의 조합, 다양한 겹쳐 입기의 시도를 통해 전위패션을 실천하고 있다.

전위패션은 실험적 요소가 강하고 일반적인 유행에 앞서는 독창적이고 기묘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의상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파티복처럼 화려한 연예인들의 옷이나 패션쇼 등에 발표된 작품성 위주의 옷에도 열광한다. 입는 것이 불가능 할 것 같은 옷을 ‘왜 못 입어?’라는 과감성으로 당당히 거리에 나서고 있다.

입을 수 없는 난해한 작품으로 인식되던 아방가르드 패션이 대중들의 선택을 받게 된 이유는 개성 있는 옷차림을 원하는 감각적인 패션인들이 늘어났다는 결과가 된다. 극소수만이 광적으로 지지하는 패션을 다수가 원하는 것도 전위패션에 대한 의식전환이 엿보인다. 새로움과 실험성에 눈뜬 패션, 우리 모두가 전위예술가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입력시간 : 2005-08-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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