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부부의 달콤한 별식13세기 일본에서 유래…고기나 야채 꿴 뒤 하나씩 빼먹는 재미가 "쏠쏠"

[문화 속 음식기행] 일본영화 <비밀>과 꼬치구이
알콩달콩 부부의 달콤한 별식
13세기 일본에서 유래…고기나 야채 꿴 뒤 하나씩 빼먹는 재미가 "쏠쏠"


40대 어머니의 영혼이 10대인 딸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아버지는 다시 돌아온 아내와 살아가지만 그녀가 딸의 몸을 갖고 있기에 차마 안지 못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마치 괴담이나 금기시 된 이야기 같다. 그런데 웬걸, 딸의 모습을 한 아내와 남편의 토닥거림은 귀엽고 명랑하다. 99년에 만들어진 일본 영화 ‘비밀’은 이런 특이한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눈 덮인 산길을 달리던 버스 한 대가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버스 안에는 나오코(기시모토 가요코)와 모나미(히로스에 료코)라는 이름의 두 모녀도 타고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듣자 아버지인 헤이스케(고바야시 카오루)는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온다. 사경을 헤매는 아내와 딸을 보며 절망에 빠진 헤이스케 앞에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

아내가 숨을 거두는 순간 그녀의 영혼이 딸 모나미의 몸으로 옮겨간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차마 두고 떠날 수 없었던 아내 나오코는 딸의 몸을 빌어 되살아난다. 나오코의 장례식 후,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 겉모습은 아버지와 딸로, 속으로는 남편과 아내로 살아가야 하는 아슬아슬한 생활이 펼쳐진다.

나오코는 이제 딸을 대신해 다시 찾아온 청춘을 마음껏 만끽한다. 모나미의 교복을 입고 여고시절의 풋풋함을 다시 맛보는가 하면 의대에 진학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아버지로, 또 남편으로 지켜봐야 하는 헤이스케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심지어 나오코의 데이트 상대를 질투한 나머지 엉뚱한 행동도 해 버린다. 한편 딸의 인생을 대신 살고 있는 나오코 역시 편하지는 않다. 아버지와 딸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남편과 아내로 살아갈 것인가. 이 중대한 결단을 놓고 두 사람은 갈등하게 되는데….

순정만화와도 같은 아기자기함과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미스테리함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진 최대의 매력이다. 감독이 만들어놓은 복잡한 미로를 따라가, 마침내 찾아내는 결말은 놀랍고도 가슴 찡하다.

국내 팬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모나미 역의 히로스에 료코는 이 작품을 통해 아이돌 스타에서 성인 배우로 변신한다. 10대 소녀의 해맑은 미소와 남편을 안쓰러워하는 아내의 슬픈 눈빛을 동시에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었다.

이들 부부의 복잡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생활은 단 둘이 맥주를 앞에 놓고 꼬치구이를 해먹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무더운 여름 밤, 가족끼리 가볍게 한 잔 하면서 먹는 꼬치구이는 색다른 별미일 것이다. 꼬치구이 요리는 집에 있는 야채나 고기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꼬치를 들고 하나씩 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나 쇠 같은 꼬치에 다양한 재료를 꽂아 먹는 꼬치구이는 일본에서 유래한 요리로 알려져 있다. 무사들이 지배하던 18세기 에도 시대, 당시 대부분의 서민들은 벼농사를 본업으로 하고 있었다. 농사를 짓다 보면 골칫거리인 참새를 많이 잡게 되었고, 먹을 것이 귀하다 보니 나뭇가지에 참새를 꿰어 구워먹기 시작한 것이다.

고기나 야채를 꼬치에 꿰어 먹으면 꼬치가 손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길거리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또 여러 가지 재료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것도 꼬치구이 요리가 지닌 매력. 그래서인지 터키의 케밥, 그리스의 수블라키 등 꼬치 요리는 전세계적으로 분포해 있다.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꼬치구이점이다. 도쿄의 신주꾸 등지에 몰려 있는 야끼도리, 즉 꼬치구이집은 저녁이면 퇴근 후 한 잔 하려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서서 먹는 집인데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이 눈앞에서 직접 숯불에 고기를 구워 겨자를 곁들여 내준다.

저녁 시간에 조금씩 선선해지는 요즘, 온 가족이 모여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꼬치구이 요리를 소개해 본다.

▲ 떡 베이컨 꼬치구이 만들기

-재료(4꼬치):
떡볶이용 가래떡 16개, 베이컨 8장, 식용유 2큰술, 땅콩 2큰술, 양념장(고추장 1큰술, 케첩 3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다진 양파 3큰술, 굴소스 1큰술, 조미술 3큰술, 물엿 1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1/2큰술, 물 2큰술, 식용유 1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베이컨을 반으로 잘라 떡 가운데에 말아준 다음 꼬치에 두 개씩 꿴다.
2. 땅콩은 껍질을 벗겨 종이타월을 깔고 칼끝으로 다진다.
3.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케첩과 고추장을 넣어 볶는다.
4. 3에 굴소스와 조미술, 물엿, 설탕, 물, 후추를 넣고 끓여 양념장을 만든다. 참기름을 넣어 마무리한다.
5.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떡꼬치를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6. 애벌로 구워진 떡꼬치에 다시 양념장을 고루 발라가며 굽는다. 다진 땅콩을 뿌려서 낸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8-22 17:36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