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 달콤한 민물어종의 귀족

[문화 속 음식기행]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숭어> 송어
담백 달콤한 민물어종의 귀족

‘짧고 굵게 산다’는 말을 증명해 보인 사람 중 하나가 작곡가 슈베르트이다. 그는 31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600여 곡이 넘는 예술 가곡을 비롯하여 교향곡, 피아노곡, 실내악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가곡의 왕’으로도 불리는 낭만파 작곡가 슈베르트는 1797년 빈의 리히텐탈에서 출생했다. 8세 때 교회에서 음악을 배우고 11세때 빈 궁정예배당의 합창단원이 되었다.

그 후 궁정 오르간 주자 루치카와 모차르트의 라이벌로 잘 알려진 A.살리에리에게 작곡법을 배워 작곡을 시작한다. 1816년 말에 그는 잠시 머물던 교직을 떠나 친구 쇼버와 함께 살면서 작곡에만 몰두한다. 그는 평생 동안 빈에 있는 친구들의 집을 떠돌며 보헤미안과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슈베르트가 남긴 작품들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약 633곡의 가곡이다. 슈베르트 이전의 고전파 시대에는 가곡이 그다지 주목받는 장르가 아니었다.

슈베르트는 가곡을 독립된 음악의 한 부분으로 취급받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민요나 시에서 따온 아름답고 친숙한 가사와 다채로운 선율, 생기 있는 화성을 자랑하는 슈베르트의 가곡들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슈베르트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바로 피아노 5중주 ‘숭어(Die Forelle)’이다. 슈베르트는 22세 때 2년 전에 썼던 가곡 ‘숭어’를 4악장의 변주곡으로 다시 쓴다.

당시에 그는 친구이자 명 가수였던 포글과 함께 북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슈타일과 린츠로 연주여행을 했다. 슈타일에서 만난 광산업자이며 음악 애호가인 실베스터 파움가르트너는 그에게 ‘숭어 5중주’의 작곡을 의뢰한다.

이 곡은 슈베르트의 청춘이 풋풋하게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악기 편성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되어 있다.

피아노 선율과 현악기가 차례로 교차하며 맑은 물에서 뛰노는 송어의 이미지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낸다. 시원스러우면서도 상쾌한 악상에 낭만적 분위기도 일품이다.

우리나라 음악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이 곡의 제목을 ‘숭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숭어가 아닌 ‘송어’라고 해야 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Forella'는 영어로 ‘Trout'를 뜻하며 민물에 사는 연어과의 물고기를 가리킨다. 반면 ’숭어‘는 ’Mullet'이라고 불리는 바닷물고기다.

송어는 시마연어라고도 불린다. 연어와 같은 회귀성 어종으로 9~10월에 암컷과 수컷이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온다. 여울에서 알을 낳고 암수 모두 죽게 되는데 이때 낳은 알은 부화 후 1년 반에서 2년 동안 강에서 살다가 다시 바다로 내려간다.

이 중에서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강에 남아서 성숙한 것을 산천어라고 한다. 냉수성 어류로 깨끗한 계곡에만 서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의 색깔은 흰색부터 선명한 오렌지색까지 다양하나 성어나 자연산일수록 주홍빛에 가깝다고 한다. 맛과 빛깔 모두 연어와 비슷하나 연어에 비하면 좀 더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다. 송어는 모든 민물고기 중 DHA가 가장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뇌기능 향상과 치매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슈베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에서 송어는 친숙하고도 고급스러운 어종으로 꼽힌다. 바다가 없는 이 곳에서 사람들은 ‘송어’의 가사처럼 호수나 강에서 송어 낚시를 즐긴다. 직접 잡은 송어를 요리해 주는 식당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송어를 보통 회나 매운탕으로 먹지만 좀 더 색다른 맛을 보고 싶다면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요리 하나를 소개해 본다.

*리슬링 와인에 찐 송어

-재료(4인분): 무염 버터 75g, 얇게 썬 양파 3개, 얇게 썬 양송이 150g, 다진 파슬리 1큰술, 다진 샬롯 2개, 리슬링 와인 230㎖, 피시 스톡 230㎖, 손질된 송어 필레 8장, 더블 크림 230㎖

-만드는 법:

1. 오븐은 180도로 예열해 놓는다.

2. 팬에 약한 불로 버터 50g을 녹이고 양파와 소금 약간을 뿌려 15분 동안 뚜껑을 덮어 조리한다.

3. 버섯과 230㎖의 물을 섞고 수분이 증발할 때까지 익힌다.

4. 파슬리와 양념을 넣고 따로 식혀 둔다.

5. 소스 팬에 나머지 버터를 녹이고 샬롯을 3분 동안 익힌다. 와인을 넣고 5분 정도 끓인 후 피시 스톡을 붓는다.

6. 큰 팬에 버터를 두르고 소금 후추 간을 한 송어를 올린다. 4의 양파와 버섯을 얹는다.

7. 와인과 피시 스톡을 붓고 뚜껑을 덮어 오븐에 5~8분간 익힌다.

8. 국물을 걸러내고 불에 얹어 졸인 다음 크림을 넣어 5분가량 끓인다.

9. 송어를 1인분씩 접시에 담고 8의 소스를 뿌린 후 다진 파슬리로 장식한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8-29 16:33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