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식탁으로 끌어들이다몸에 활력을 주는 채소와 자연의 힘·맛, 친환경적 먹거리

[문화 속 음식기행]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샐러드
자연을 식탁으로 끌어들이다
몸에 활력을 주는 채소와 자연의 힘·맛, 친환경적 먹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꾼다는 웰빙 문화가 이제는 자연과 환경까지 생각하는 ‘로하스’ 로 대체되고 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산다는 것이 로하스의 기본 정신이다. 이 로하스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미국의 니어링 부부다.

미국의 자연주의자인 헬렌 니어링과 반전운동을 펼치던 스콧 니어링 부부는 1932년 도시를 떠나 버몬트의 한 낡은 농가로 이주한다.

자연과 하나되는 ‘조화로운 삶’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필요한 먹거리를 스스로 경작하고 소비를 최소한도로 줄였다.

이들은 50년 동안 병원이나 약국을 한 번도 찾지 않았음에도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콧 니어링은 100살이 되던 해에 서서히 곡기를 끊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헬렌 역시 남편과 같은 길을 가려고 했으나 불행히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92세 되던 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헬렌 니어링이 지은 ‘소박한 밥상’은 자연과 하나 되는 식생활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요리책’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이 책에는 입맛을 돋우는 조리법이나 화려한 장식이 없다.

오히려 그녀는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요리법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생야채와 약간의 곡물만으로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니어링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탐욕 때문에 동물을 살해하고 그 시체를 섭취한다. 니어링이 보기에 현대인들의 식습관은 자연 환경을 거스를 뿐 안지라 스스로의 건강도 해치는 것이다. 또 미식에 대한 집착으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더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한다.

이런 주장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터무니없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더구나 매 끼니를 패스트푸드나 외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직접 기른 채소를 섭취한다는 것은 오히려 사치스럽게까지 보인다.

인간은 어차피 자연을 이용하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니어링이 주장하는 핵심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는 자연에게 연민을 갖고, 자연에 끼치는 해악을 최소한도로 줄이자는 데 있다. ‘소박한 밥상’은 비록 실천은 어려울지라도 한번쯤 성찰해 보아야 할 메시지인 것이다.

‘소박한 식탁’에서 헬렌 니어링은 무엇보다 푸른 잎 채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녹색 식물의 엽록소는 몸에 활력을 주고 태양의 힘을 전달해 준다.

그녀는 반드시 신선하고 아삭한 재료로 샐러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요네즈 대신 올리브 오일과 약간의 발사믹 식초를 뿌리고 한두 가지 허브를 얹는다.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양인들에게 샐러드는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산성식품인 육류에 알칼리성인 생 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우선 입맛이 개운해지고 영양 상으로 균형이 잡힌다. 또 소화 흡수에도 도움을 준다.

샐러드라는 말의 어원은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이 야채를 쉽게 먹기 위해 소금을 뿌려 먹었던 데서 유래한다. 재료로는 당시 약초로 여겨졌던 마늘, 파슬리, 샐러리, 크레송 등이 쓰였다.

다양한 야채로 샐러드를 만들면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영양소를 한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니어링 부부처럼 직접 키운 채소로 최소한의 양념만 한 샐러드는 재료도 구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대신 프랑스에서 최고의 샐러드라고 평가 받는 니스 샐러드 만드는 법을 소개해 본다.

*니스 샐러드 만들기

-재료(4인분): 올리브 오일 200ml, 월계수 잎 한 장, 타임 4줄기, 참치 한 토막(400g), 감자 300g, 껍질콩 240g, 화이트 와인 식초 50ml, 가늘게 썬 풋고추와 홍고추 각 1개 분씩, 양상추 1통, 토마토 4개(1/4등분해서), 삶은 달걀 4개(껍질 벗기고 1/4등분한 것), 앤초비 50g, 블랙올리브 30개

-만드는 법:

1. 작은 팬에 오일과 월계수잎, 타임과 참치를 올리고 약한 불에 5분 정도 데운다.

2. 데운 것을 15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30분 가량 익힌다. 참치가 익으면 건져내 기름을 뺀다.

3. 감자는 소금물에 담갔다가 30~35분 정도 끓인 후 두툼하게 썬다.

4. 껍질콩은 소금물에 8분 가량 데친다.

5. 올리브 오일에 소금과 식초를 조금씩 섞는다.

6. 감자와 껍질콩, 고추와 양파를 5의 드레싱에 버무리고 소금후추로 간한다.

7. 참치도 잘게 찢은 후 드레싱에 섞는다.

8. 개인 접시에 양상추를 올리고 중간에 감자와 껍질콩, 고추, 양파와 참치를 얹는다.

9. 가장자리에 토마토와 삶은 달걀로 장식하고 앤초비와 올리브로 마무리한다.

10. 상에 내기 직전에 나머지 드레싱을 뿌린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9-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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