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하게…"반갑다 추위야"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무늬·색상으로 '패션의 중심'에서 유행 선도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모피의 계절 또한 시작됐다. 한편에선 모피 반대 시위가 거세지만 새로움을 향한 패션의 창조성은 모피에 대한 도전을 막지 못한다.

젊어진 모피에 대한 열정이 올해는 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다.러시안 무드의 영향으로 가을 초입부터 모피장식 아이템들이 속속 선보이더니 이제는 모피 의류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모피는 고대부터 신성하고 종교적인 가치를 지녔다. ‘허영과 문화의 유행심리’(마르크-알렝 데깡 지음)에 의하면 동물의 모피는 수렵의 기념품이었으며 인간 최초의 의복이었다.

또 사회적으로 모피는 문명의 흐름과 결부되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기원전 3,500년에 유프라테스강의 상류 도시의 왕들이나 문명인의 역사를 세운 슈메르인들이 모피를 즐겨 착용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는 현세의 신인 파라오만이 사자 꼬리로 만든 모피 허리띠를 허리둘레에 감아 장식할 수 있었다. 또 표범의 모피는 성직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스 신화 속에도 헤라클레스가 황금의 양모와 사자의 모피를 두르고 신성한 길을 떠났다는 전설을 확인할 수 있다.

모피가 신성하고 귀한 소재였던 만큼 그 값어치도 만만치 않았다.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최초로 모피에 세금을 붙였다.

이엔씨

이후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세금을 높게 책정해 모피 사용을 억제했고 보노리우스는 아예 모피착용을 금지시켰다. 고대 프랑스 국왕 샤를마뉴, 칼대제는 모피의 착용을 비난했지만 그 자신은 바다표범의 모피로 만든 상의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소재, 색상 다양해진 모피, 유행의 중심에 서다

값 비싼 모피를 큰 맘 먹고 장만해서 두고두고 입을 생각인 사람들에겐 속상하겠지만 모피도 유행이 있다. 올 겨울은 모피 애호가들에게는 즐거운 계절이다. 다양해진 소재와 디자인으로 모피는 여성은 물론 남성까지 그 영역을 넓히며 유행의 중심에 서있다.

이번 겨울 모피는 어느 때 보다 섹시하다. 친칠라, 산양, 밍크, 폭스 등 다양한 소재로 선보여지는 모피 제품들은 다양해진 소재와 과감한 무늬, 색상, 디자인을 자랑한다.

소재는 고가의 밍크가 줄어든 반면 여우나 토끼털의 수요가 점차 증가했고 인조모피도 기술 발달로 인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본연의 색을 유지한 블랙, 브라운, 화이트와 함께 골드, 베이지, 카키, 퍼플, 핑크, 그린 등 화려한 색상으로 생기발랄하고 젊은 이미지를 입었다. 단색의 모피 외에도 레오파드 등 동물의 털 무늬를 본 뜬 디자인도 인기다.

쿠아, 블루마린, 시스템 (왼쪽부터)










모피만으로 이뤄진 롱코트에서 하프코트, 재킷, 볼레로, 베스트, 모피 트리밍제품 등 활용도도 다양해졌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아이템이었던 모피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원하는 스타일을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유행하고 있는 러시안 무드와 맞아 떨어지는 모피를 멋지게 소화하려면 모피 롱코트의 경우 이 아이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멋스럽다.

‘블루마린’에서 선보이는 레오파드 프린트의 하이웨이스트 모피코트는 가죽 벨트로 포인트를 주어 여성스러우면서도 빈티지한 감성이 느껴진다. 여기에 유행중인 날씬한 스키니 팬츠, 스틸레토 힐을 신으면 섹시하고 고급스러운 멋을 낼 수 있다.

탐스러운 모피를 입고 싶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에 발길을 돌려본 소비자라면 올 겨울은 부담 없이 모피를 입을 수 있다. 여성복 ‘쿠아’의 인조모피 볼레로 재킷은 길이가 짧아 귀여운 느낌을 준다. 또 목선이 많이 파인 숄카라 형태로 속에 입는 옷가지에 따라 여러 변화를 줄 수 있다.

모피, 소녀감성으로 다시 태어나다

모피 디자인이 젊어지고 있는 데는 갈수록 발랄해지는 소녀취향의 패션경향에도 이유가 있다. 소녀풍의 모피는 짧고 작게 입어 특유의 부한 느낌을 줄여준다.

머스트비, 쉬즈미스













소녀풍 모피의 대표주자로 토끼털 소재의 A라인 재킷이 떠올랐다. 토끼털의 부드러운 촉감이 살아있는 모피재킷으로 둥근 칼라가 달린 목선과 후크 형식의 여밈, 소매와 허리부분은 7부 길이의 A라인으로 넓게 떨어지도록 디자인 됐다.

이 재킷은 파스텔 색으로 염색돼 모피 아이템인데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고 귀공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A라인 재킷과 함께 조끼나 볼레로, 미니 망토도 소녀풍으로 꾸미기에 그만이다. 여름 내내 인기를 얻은 조끼는 모피를 만나 고급스럽게 변신했고 어깨만 살짝 덮는 미니 밍크 볼레로는 소녀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모피 아이템이다.

조끼 형태의 모피는 캐주얼한 아이템이면서도 멋과 보온성 둘을 모두 만족시킨다. 짧은 모피 조끼는 허리선이 드러나는 몸에 꼭 맞는 니트 상의, 크롭트 팬츠나 롤업 팬츠에 모피 장식이 덧대어진 부츠와 맞춰 입으면 발랄하면서도 캐주얼한 웨스턴 룩이 완성된다.

가슴 아래까지 오는 짧은 길이의 볼레로는 원피스 위에 걸쳐 주거나 코트 안에 입으면 따뜻하면서도 멋스럽게 꾸밀 수 있다. 단순하게 후크로 여미는 디자인도 있지만 새틴리본으로 매는 디자인은 여성스러운 장식으로 그만이다. 어그부츠나 머플러에 달린 깜찍한 느낌의 모피방울도 소녀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모피소품이다.

이밖에 올해는 가볍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는 게 추세기 때문에 액세서리로 모피 포인트를 주는 방법이 있다. 전신에 모피를 휘감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모피 트리밍 코트가 제격이다.

모피 트리밍이 글램한 멋을 살려주면서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가장 흔하게 옷깃에 모피가 달린 재킷이나 코트가 있다. 여기에 소매와 주머니 부분에 ‘털’ 포인트를 준 스타일도 많이 나왔다.

또 탈부착이 가능한 모피 스톨, 모피방울이 연결된 머플러, 그리고 모피장식 부츠, 핸드백 등을 애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값비싼 모피 갈고 닦아 오래 입기

펜디

모피는 내구성이 우수해 관리만 잘한다면 리모델링이나 수선으로 평생을 항상 새 옷 같이 입을 수가 있다. 모피코트를 오래 입으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먼저 모피코트를 입었다면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거나(운전 시는 반드시 벗어둘 것) 가방을 어깨에 메서도 안 된다. 모피는 마찰과 압력에 약하다. 물론 눈과 비에도 그렇다.

평소 두피 관리를 하지 않으면 탈모가 일어날 수 있듯이 모피코트도 외출 후에는 털의 안쪽에 자리한 오염물과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가볍게 털어 주고 굵은 빗으로 부드럽게 결대로 빗어준다. 털이 뭉쳤거나 누웠을 때는 하루 정도 옷걸이에 걸어두고 자연적으로 펴지기를 기다리거나 그래도 복구가 되지 않으면 스팀 증기를 쐬어 걸어둔다.

모피 특유의 안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향수를 모피 위에 직접 뿌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향기에 이끌려 벌레가 모여들고 좀이 슬 수 있다.

모피 옷은 관리만 잘 하면 평생을 입을 수 있는 사치품이 아닌 실용적인 옷이다. 겨울 동안 착용한 모피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오염되어있으므로 최소 2년에 한번씩은 전문적인 세탁을 해야 오랫동안 입을 수 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