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 美에 감성을 입혀라

“저희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입니다.”

쇼핑할 때 점원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어떤 가게는 그 상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을 순위별로 따로 전시해 놓기도 한다.

왜? 어떤 숨겨진 이유가 있기에 히트상품의 대열에 오르는 걸까. 사람들이 열광하는 유행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트렌드정보사 아이에프 네트워크의 대표 김해련 사장이 펴낸 「히트트렌드전략」을 참고해 새로운 유행경향의 발생과 미래를 살펴본다.

21세기 소비자는 현명하다. 뻔한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다. 원한다면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만족을 원하고, 효율성과 실용성을 중시한다.

또한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개념의 명품에 열광한다. 과학의 발전이 가져다 준 첨단제품에도 감성적인 요소를 중시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은 바로 ‘트렌드(Trend)’다.

소비자 만족의 기준이 바뀐다.

싸이월드, 레드망고의 성공의 공통점은? 바로 ‘여백’을 남긴 것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개인홈페이지, 여러 가지 토핑을 내 맘대로 얹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패션에서는 정장 개념이 사라졌다. 이미 만들어 놓고 이렇게 입어라 하고 규정된 옷은 고리타분하다.

샤넬, 휴고보스, 요지 야마모토 등의 명품 스포츠 상품들, 훔쳐보기의 악동스러운 광고로 인기를 얻은 앨 맥퍼슨의 속옷 광고, 상품진열도 인간의 편리성을 고려해야 한다. 요지 야마모토의 매장 (왼쪽부터)








옷을 두고 이 옷을 어떻게 어울리게 입을까를 생각하게 하고 소비자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창조해 내는 재미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인생을 즐겨라’ 현대인들은 반복적인 일상을 탈출하는 여행을 꿈꾼다. 새로운 장소에서 얻는 신선한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람이 새롭고 낯선 나라의 정통문화를 상품화한 ‘멀티컬쳐’ 개념으로 떠올랐다. 이국의 전통음식점을 애용하고 민속풍의 수공예품을 사 모으게 된다.

패션에서는 아프리카, 인도, 남미, 러시아 등의 제3국을 떠올릴 수 있는 ‘에스닉’패션이 유행했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면에서는 기발하고 엉뚱한 ‘악동’ 이미지가 떠올랐다. 일본의 네오팝아티스트 요시모토 나라의 캐릭터는 이 같은 현상을 대표한다.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반항적이고 조소를 띤, 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는 ‘악동’ 그 자체다. 정석은 따분하다. 21세기 상품에는 어딘가 삐뚤어지거나 완전히 뒤집어서 생각하게 만드는 재치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는 실용주의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는 주부들의 친구였다. 평범함을 무기로 실제 그의 손을 거쳐 실용성을 인정받은 물건들은 모두 히트상품 대열에 올랐다.

명품과 제휴한 휴대폰, 삼성의 안나수이 폰

우리가 인터넷 쇼핑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 바로 ‘사용후기’가 아닌가. ‘체험마케팅’은 페이스샵, 미샤 등의 저가 화장품 매장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테스트’제품으로 대표될 수 있다.

연예인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같은 ‘체험마케팅’의 대리만족 때문이다. 그들은 신상품을 미리 사용해 보는 ‘얼리어답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계속해서 편리한 상품을 찾는다. 휴대폰이 없어서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이동전화를 이용하기 위해 휴대폰을 구매했지만 카메라와 MP3, 게임, 동영상 기능을 필요로 하면서 지금보다 보다 편리한 생활을 누리기 위한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의 성공은 멋을 살리되 소재가 갖는 뻣뻣한 느낌을 인체공학적 설계로 신체의 활동에 맞게 새롭게 재단한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미적감각을 대표하는 미소니의 에스닉패턴은 의상, 소품, 인테리어, 문구에까지 응용되고 있다.

보다 몸에 잘 맞으면서 가볍고, 외부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고기능성 소재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를 꿈꾼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트렌드는 환경오염에 위협받는 인간과 지구의 생존에 관한 중요성에서 출발한다.

친환경 대체 에너지 개발과 청계천 개발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교체하는 작업, 먹거리와 입을 거리 또한 환경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키고 우리 후손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고자 하는 소망이 깃들어 있다. 유기농산품과 첨가물을 최소화한 단순식품과 상품을 선호하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컴퓨터, 핸드폰 등의 플라스틱케이스를 나무로 교체하고, 재생이 가능한 천연소재를 천연염료로 염색해 의복의 재료로 사용한다.

더불어 자가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제품도 인기다. 셀프 다이어트를 돕는 손목시계, 향기 치료-아로마테리피 제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어른용 장난감 등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인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개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명품의 새로운 트렌드

천연 섬유소재를 이용해 분리가 가능한 부츠. 나이키

이제 ‘돈이 많다’는 것은 흉이 아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정보를 습득하고 돈 버는 방법을 공개적으로 상담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인간은 누구나 풍족하고 고급스러운 상류생활을 즐기기를 원한다. 자신이 직접 누리지는 못하지만 명품을 좋아하고 ‘짝퉁’이라도 최상급의 가짜를 찾는다. 이러한 소비자의 상층 지향적인 소비마인드를 타깃으로 명품마케팅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명품 오토바이 메이커 할리데이비슨에서 패션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만년필의 명품 브랜드 몽블랑에서도 여성용 주얼리 라인을 런칭했다. 패션외곽의 명품들이 패션시장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명품 브랜드들은 자신의 영역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샤넬, 루이비통 등의 인기 명품들은 주력 상품인 의류와 패션소품 외에도 화장품, 가구, 호텔, 스파에까지 자신들의 유명한 간판을 내걸고 있다.

또 스포츠 브랜드들과 손잡고 스포츠 용품을 출시하거나 자동차, 핸드폰, MP3 등의 첨단제품브랜드와 손잡고 디자인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노키아는 베르사체가 디자인한 휴대전화를 한정 판매했고, 명품 오디오 뱅앤울루프슨은 루이비통에게 케이스 제작을 맡기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기획상품으로 금장핸드폰을 선보인 것도 브랜드 명품화를 위한 마케팅이었다. 상품개발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명품화하기 위한 작업이 필수적이다.

명품이 명품인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남과 달라야 하고 특별해 보이고 싶은 한 사람을 위한 마케팅, 한정판매와 주문생산 서비스의 만족감을 주는 것이 명품으로 가는 길이다.

첨단기술과 감성의 만남

신문지를 재활용한 천연 재생용지를 사용한 슬리퍼, 솔메이츠

과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단지 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도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인간이 인간을 제품처럼 만들어 판매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과학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간은 스스로 인간다움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휴대폰 벨소리를 예전처럼 기계음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항상 지니고 다니는 휴대전화와 MP3 등에 특별한 옷을 입히는 사람들도 많다. 차가운 과학의 힘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의 감정이 삽입돼야 한다.

또한 유비쿼터스 시대에 첨단기술이 융합된 제품들의 출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휴대폰과 카메라가 결합했고, 휴대폰과 컴퓨터가 결합했다.

패션상품과 첨단기술의 융합도 눈에 띤다. 스포츠용품과 첨단기술의 만남은 이제 낯설지 않다. 1분 1초를 단축하기 위한 첨단소재의 스포츠 의류 외에도 스포츠 선글라스와 MP3가 결합했고, 기능에 따라 내부 공기층이 변하는 운동화가 출시됐다.

상대방의 심장소리와 체온을 전달하는 포옹 전달 의류도 개발됐다고 한다. 언젠가는 입는 것만으로 슈퍼맨이 될 수 있는 의복이 개발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슈퍼맨의 인류애와 같은 ‘휴머니즘’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