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트한 스타일과 밝은 색상으로 개성미 · 세련미 추구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남성들의 변신이 화제다.

남성복은 최근 1년새 여성복 못지않게 디자인, 무늬, 색상, 외관 등에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고지식했던 남성 신사복의 변화는 놀랍다. 한층 더 몸에 달라붙는 스타일로 변하고 색상도 밝아졌다.

올해 봄 남성복의 키포인트는 ‘젊음’이다. 기능적이고 딱딱함 대신에 자연스럽고 날렵함을 강조한다.

단순하면서도 개성있는 멋을 추구하는 ‘네오 미니멀리즘’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해 선보인 화려하고 과장된 ‘로맨틱 무드’에서 벗어나 외관은 날씬하고 젊게,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세련미를 담고 있다.

한동안 신사복 시장을 휩쓸던 줄무늬는 잊어야 할 듯. 올해 신사복 시장은 정장부터 셔츠, 넥타이에 이르기까지 줄무늬 대신 ‘민무늬(솔리드)’, ‘올오버 무늬(잔잔한 무늬가 사방으로 반복되는 것)’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남성패션이 보다 단순하고 고급스럽게 변화하면서 무늬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예년의 꽃무늬도 퇴조. 그나마 줄무늬도 빛의 방향에 따라 있는 듯 없는 듯 은근하게 표현되고 있다.

색은 역시 흰색이 우위. 남성의 우아한 매력을 강조한다. 흰색은 미니멀한 감성을 나타내는 세련된 색상으로, 형광 흰색부터 약간 바랜 ‘오프 화이트’까지 다채롭다. 특히 셔츠는 유색보다 흰색이나 흰색이 많이 섞인 밝은 하늘색, 베이지색 등이 인기를 예고.

역삼각형 몸매에 어울리는 날씬한 정장

남성 정장은 ‘슬림화’바람이 거세다. 거친 듯 부드러운 남성상이 남성 정장 디자인에도 영향을 줘 어깨와 가슴은 볼륨있게, 허리는 날씬하게 좁히는 모양이 유행이다.

재킷은 어깨선이 부드러워지면서 허리부분을 딱 맞게 했다. 바지는 앞주름을 없앤 노턱 스타일에 통을 좁게 해 더 날씬하게 보이도록 디자인. 예전에 비해 허리는 4∼6㎝, 바지통은 5∼7㎝가 좁아졌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어깨와 허리둘레의 차이. ‘드롭(양복의 어깨둘레와 허리둘레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위, 1드롭은 2cm)’ 치수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정장은 ‘5드롭’ 패턴이 일반적. 그런데 지난해부터 6드롭, 7드롭이 보편화되더니, 올 봄에는 8드롭 제품까지 나왔다. 8드롭이면 어깨와 허리의 둘레 차이가 무려 16cm 다. 웬만한 역삼각형 몸매가 아니면 좀처럼 소화하기 힘들 정도다.

LG패션 마에스트로는 가슴둘레에서 허리둘레를 뺀 수치가 14cm에 달해 기존 제품에 비해 허리 라인을 더 강조한 7드롭(7Drop) 재킷을 선보였다.

그동안 정장의 슬림화를 주도했던 LG패션 마에스트로는 지난해 6드롭과 7드롭 패턴에 이어 올해는8드롭 제품까지 내놨다. 아울러 어깨 패드를 간소화하면서 선을 부드럽게 처리해 외관을 살렸다.

제일모직 갤럭시도 봄 신상품으로 7드롭 패턴, ‘리미티드 컬렉션’을 새롭게 출시했다.

정장 상의의 경우 가슴은 볼륨감 있게, 허리는 잘록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신세대 비즈니스맨들의 변화된 취향을 반영했다. 또 하의는 허벅지 둘레를 줄이고 밑단을 짧게 해 하체가 짧은 한국인의 체형을 보완하고 다리가 길어보이는 효과를 줬다.

코오롱패션 맨스타는 종전보다 단추가 높이 달린 ‘하이 2버튼’과 ‘1 버튼’의 스타일과 재킷의 뒤트임이 양쪽으로 들어간 복고 스타일의 수트를 내놨다.

상의는 허리부분을 날씬하게 만들어 몸매를 한층 날렵하게 보이도록 했다. 바지도 일자라인에 바지 허리부분의 주름(턱)을 없앤 ‘노턱’ 스타일로 군살 없는 남성들을 겨냥했다.

수트 포인트는 픽트 라펠

정장 상의 아래 깃의 끝이 뾰족하게 위를 향하는 일명 칼깃으로 불리는 ‘픽트라펠(Peaked Lapel)’ 수트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뾰족한 라펠로 세련되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픽트라펠’ 수트는 젊은층에 어필을 기대. 일반적인 정장재킷의 아래 깃은 아래쪽을 향하게 디자인되는데 픽트라펠은 위쪽으로 깃을 세워 시선을 올려 주고 강인함을 표현한다.

또한 깃 끝에 광택 소재 등 다른 감을 덧붙이거나 깃 좌우 폭을 넓히는 등 개성이 돋보이는 상품도 대거 등장했다. ‘마에스트로’와 ‘알베로’는 픽트 라펠 수트와 픽트 라펠 재킷을 내놔 한층 젊어진 남성정장 트렌드를 반영했다.

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페미닌 셔츠

셔츠와 넥타이는 여전히 여성스럽다.

아무런 무늬가 없는 흰색셔츠가 잘 나가지만 작은 꽃무늬나 점박이무늬, 자수 등을 넣어 입체감을 살린 제품도 눈길을 끈다. 화이트를 기본으로 붉은 빛이 도는 분홍색과 상큼한 민트그린 등의 파스텔컬러 셔츠는 싱그러운 봄의 느낌을 풍긴다.

줄무늬 셔츠에 카라와 커프스는 흰색으로 배색돼 깔끔하고 댄디한 느낌을 주는 ‘클래릭 셔츠’도 두 가지 장점을 살려 여전히 인기다.

비슷한 디자인의 어두운 색 정장차림에 유일하게 패션감각을 뽐낼 수 있는 아이템은 바로 넥타이다. 넥타이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 제품과 함께 광택이 나는 흰색에 자수를 넣은 제품이 인기다. 넥타이 폭은 전체적으로 좁아지고 모양은 다양해지는 추세.

봄 패션의 유행색은 ‘화이트’다. 따라서 넥타이 컬러는 화이트와 잘 어울리면서 밝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민트, 그린 계열이 눈에 띈다. 민무늬 셔츠와 매치하기에는 줄무늬가 타이가 무난하다.

그러나 올 봄에는 줄무늬 타이와 함께 민무늬 ‘솔리드’풍이 새롭게 뜨고 있다.

솔리드는 무늬나 프린트 사용을 절제하고 단색의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특히 조직감이 있는 솔리드 넥타이가 최신 트렌드다. 단색의 솔리드 넥타이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줄무늬 조직이나 자카드 무늬가 있는 게 특징.

날씬한 캐릭터 정장으로 멋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기존 타이보다 폭이 좁은 '슬림 타이'를 매는 것이 좋다. 슬림 타이는 이지적이면서 젊은 느낌을 준다.

카운테스마라는 이번 시즌 트렌드 색깔인 핑크와 화이트 타이를 선보인다. 밝은 파스텔 계열의 바탕에 점무늬를 반복적으로 프린트해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달콤한 분홍색과 은회색 칼라의 도트 타이는 ‘화이트 코디네이션’에 어울리는 화사한 분위기를 살려줄 듯.

남성의 보석 넥타이는 조금 화려해도 좋다. 니나 리찌에서는 고급스러움을 높인 금사 넥타이를 내놨다.

실버수트에 블랙셔츠로 미니멀리즘 표현

어떻게 입을까. 지오투 변선애 디지인 실장은 “남성 수트의 쉬크한 코디법은 ‘Black & White’ 컨셉으로 실버수트에 블랙 셔츠, 그리고 화이트 넥타이를 매치하면 댄디한 미니멀리즘의 룩을 선보일 수 있다”며 “블랙 수트에 화이트 클래식 셔츠를 입고 블랙 타이를 매면 럭셔리한 이미지 연출에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블랙과 화이트의 세련된 배색 효과를 살리는 게 잘 입는 방법이다. 유행하는 재킷을 입었다면 셔츠와 타이는 최대한 절제한 디자인이어야 한다.

따라서 깔끔한 흰색 드레스셔츠에 밝은 푸른색이나 은빛 타이를 매면 도회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산뜻한 정장 코디를 위해서는 넥타이와 셔츠를 비슷한 색과 스타일로 어울려 통일감을 주는 것도 좋다.

요즘 정장은 예전의 헐렁한 스타일과는 달리 날씬한 외관이 강조되므로 자칫 자신보다 작은 치수의 재킷을 잘못 구입하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재킷을 입고 섰을 때 겨드랑이 부분, 등판 양 옆, 어깨둘레에 주름이 잡히거나 팔을 굽혔다 펼 때 불편하면 가슴 품이 작은 것이다. 바지는 의자에 앉았을 때 배와 아랫부분이 조이면 안 된다.

소매기장은 팔목을 덮어야 하고 재킷 길이는 엉덩이의 가장 돌출된 부분까지가 적당하다. 바지 길이는 구두 뒷굽에 닿는 정도가 알맞다. 정장을 사러 갈 때는 셔츠와 정장구두 차림으로 가야 몸에 잘 맞는 수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20대 직장인들의 최신 유행스타일에 비해 40대 이상의 신사들에게는 무게감 있는 신사복이 최고다. 검정과 밝은 회색에 무늬가 없는 단색이 유행이지만 노턱바지나 바지통이 좁은 정장바지와 함께 중장년층에게는 부담스럽다.

중장년층 신사복은 짙은 감색이나 약간 밝은 회색에 보일 듯 말듯 줄무늬가 있는 정도면 유행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무게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바지의 앞주름이 없거나 통이 좁은 바지는 중년의 군살을 강조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