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어오면 사람들의 옷차림 또한 밝고 경쾌해진다. 분홍의 꽃바람과 함께 불어온 푸른 바람. 진(Jean)! 올 봄 가장 주목할 쇼핑 목록 1호는 바로 청바지다.

진은 유행을 타지 않는 패션 아이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즐겨 입었던 청바지를 다시 옷장서 꺼낸 순간 ‘내가 이 촌스러운 바지를 여태 입어 왔다니!’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옷장 안에는 유행이 지나 처박아둔 청바지가 대략 10여 벌. 몇 년 사이에 이제 청바지는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유행을 타는 옷이 됐다.

최근 유행하는 청바지 스타일은 부트 컷(Boot Cut), 로라이즈(Low Rise), 스키니(Skinny) 등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과거 1990년대에도 청바지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패션 아이템이었지만, 요즘처럼 변화가 심하고 또 모든 스타일이 공존하는 경향은 처음이다.

청바지는 더 이상 평범한 옷이 아니다. 원류인 작업복을 탈출한지 오래고, 젊음의 상징으로 성적인 매력 또한 차고 넘친다. 어떤 상의와 코디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게 됐다. 청바지에 티셔츠와 운동화라는 공식은 고리타분하다.

본래의 캐주얼한 이미지를 벗었고, 레이스 블라우스에 하이힐을 갖춰 입으면서 섹시함을 표출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게다가 체형 보완 및 시각적인 다이어트 효과까지 더해져 청바지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는 식지 않고 있다.

청바지는 어떤 상의와 소품을 갖춰 입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자신의 체형에 잘 맞는 청바지 한 벌만 갖춰 입어도 다리가 길어 보이고 엉덩이 선이 살아나는 효과까지 있다. 진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프리미엄 데님으로 고급스런 스타일 연출

청바지의 아버지,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진을 창조한 지 150년. 이제 청바지는 값싸고 막 입는 옷이 아닌 고이 모셔야 할 ‘명품’ 대열에까지 올라섰다. 바로 ‘프리미엄(premium) 진’ 전성시대.

2004년부터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이들 프리미엄 진의 인기는 사그라질 줄을 모른다. 말 그대로 웃돈을 얹어 주고 소유해야 하는 값어치를 자랑한다. 인기 있는 품목의 경우에는 대기자 리스트를 작성해야 할 정도라니.

잘 나간다는 청바지 가격이 17만 원 선, 거의 20만원에 가까운 가격은 보통이고 30만~40만 원대 청바지도 수두룩하다.

청바지는 노동자와 젊은 지식인들의 유니폼이었는데 언제부터 계층과 나이에 따라 골라 입어야 하는 옷이 됐나. 몇 년 전부터 멀티샵 중심으로 국내에 소개되던 프리미엄 진은 이제 청바지의 유행을 새롭게 이끄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청바지는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공식을 깨고 진을 작품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려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진 브랜드도 있다. 청바지를 모셔둬야 할 지경이다.

프리미엄 진의 시대는 해외 스타들이 열었다.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청바지를 입은 맵시 있는 모습들이 패션 전문잡지, 인터넷 등에 소개되면서 기네스 펠트로 진, 케이트 모스 진, 시에나 밀러 진 등의 이름을 달고 국내 패션시장에 상륙했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의 공세로 프리미엄 진은 이제 ‘젊음’과 ‘자유’에 ‘고급스러움’이라는 아이콘까지 달았다.


2. 수공기법이 섬세한 한정판 '핸드 크래프티드 진'. 타미 진
3. 투명한 색감이 특징인 '아틀란티스'. 리바이스
4. 감각적인 뒷모습이 특징인 '스노우벅 진'. 버커루
5. 날씬해 보이는 스트레이트 진. '레이디 스타일'. 리바이스
6. 섹시한 영 프리미엄 진의 대명사. 타미 진
7. 과하지 않은 라인이 특징인 '지젤 스키니진'. 터그 진
8. 오리지널 섹시진. 캘빈클라인의 광고 비주얼
9.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크리스탈 트라이앵글' 게스

20~30대 젊은이들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청바지를 입고 등교하고, 출근한다. 허리선이 낮은 청바지에 맞춰서 더 작은 속옷을 갖춰 입고 다리를 더 길어보이게 하려고 10cm나 되는 하이힐을 신는 고통도 감수한다.

프리미엄 진이 대체 뭐기에 웃돈을 얹어가면서 사려고 열을 올리는 걸까. 프리미엄 진은 고품질의 원단을 사용하고 패턴도 각 부위 별로 신경 써, 입었을 때 몸의 선이 살아난다. 몸매를 꽉 잡아주면서도 편안하다.

프리미엄 진 마니아들은 체형보다 날씬해 보이는 모양새를 장점으로 꼽는다. 다리는 길고 날씬하게, 전체적으로 섹시하게 보인다.

이처럼 ‘프리미엄 진’은 캐주얼하고 활동적인 느낌의 진이라기보다는 ‘멋내기’를 위한 패션 아이템이다. 또 최근 ‘동안(童顔)’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젊음과 열정 외에도 ‘부(富)’를 상징하는 외적인 상징성도 표출하고 있다.

새로 선보이는 브랜드별 프리미엄 진

미국의 대표적인 영 프리미엄 진 브랜드 ‘타미 진(Tommy Jeans)’은 이러한 프리미엄 진 열풍에 맞춰 타미 진만의 ‘프리미엄 진 라인’을 새롭게 출시했다.

유럽 최고의 진 디자인 메카라 불리는 네덜란드에서 디자인을 개발한 제품으로 유럽 감성의 다양한 구김과 섬세한 워싱(washing, 물빠짐)이 돋보이는 타미 진의 프리미엄 라인은 빈티지 느낌을 그대로 살린 명품 청바지로 주목받고 있다.

디자이너 진(Designer’s Jean)브랜드 ‘캘빈클라인 진’은 보헤미안 진(Bohemian Jeans)을 선보인다. 과감한 워싱과 페이즐리 문양 등에서 보헤미안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데님과 셔츠가 주종.

여기에 캘빈클라인 진이 올 봄 선택한 주요색인 금색 자수(embroidery), 비즈, 금속 실을 사용한 스티치, 보석 버튼, 옷 옆선의 장식 등 섬세한 수공장식을 더해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기본 아이템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유행 스타일인 ‘스키니 진’은 몸에 붙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문양이나 워싱이 없는 단조로운 모양일 경우 바디 라인이 너무나 부각되어 부담을 줄 수 있다. 캘빈클라인 진은 다양한 워싱 처리와 데미지(Damage, 일부러 올을 뜯어서 헤진 것처럼 보이게 만든)를 가미한 스키니 진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진 시장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면서 기존 진 브랜드에서도 고급 진 라인을 내놓고 있다.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Levi’s)’는 여러 종류의 슈퍼프리미엄 라인 외에도 남성 프리미엄 제품인 레드룹과 패셔너블한 여성 전용 라인인 리바이스 레이디 스타일을 한층 강화했다.

여성용 진은 다리가 길고 날씬해 보이게 딱 붙는 일자형(스트레이트 핏)과 함께 섹시한 매력을 더해주는 로라이즈 타입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또 물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TV광고로 눈길을 끈 ‘아틀란티스’ 라인은 물처럼 투명한 톤을 표현하기 위해 거친 느낌의 초록빛 원단과 회색빛의 원단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리바이스는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면서도 유행을 앞서 보여주는 슈퍼 프리미엄 브랜드뿐 아니라 대중적 브랜드까지 다양한 구성이 강점.

패션 진 브랜드 ‘게스’에서는 봄을 겨냥해 새롭게 출시한 ‘크리스탈 트라이앵글’을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연초 출시 한 달 여 만에 70%에 육박하는 판매율을 보이며 국내 진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뒷주머니에 게스 고유 심볼인 트라이앵글 로고를 변형하고 크리스탈 큐빅을 더해 소녀적인 귀여움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크리스탈 트라이앵글’은 20대 초반의 여대생들에게는 고급스러운 섹시함을, 20대 중·후반의 커리어 우먼들에게는 90년대를 풍미했던 게스 진에 대한 향수와 게스만의 섹시함으로 만족을 주는 제품.

‘버커루(Bukaroo)’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토종 프리미엄 진 브랜드. 가격은 예전 라인과 같으나 프리미엄 진에 뒤쳐지지 않는 품질이 강점이다. ‘프리버진’으로 여성들을 위한 라인으로 고급스럽고 섹시함을 강조했다.

‘스키니벅’은 버커루 진의 스키니 스타일 진으로 ‘바디 라인’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부트 컷 스타일의 청바지로 밝은 색의 자연스러운 워싱이 돋보이며 뒷주머니의 나비자수가 포인트. 약간 통통한 여성들도 예쁘게 잘 어울린다고.

또 업그레이드 버전인 ‘뉴 스노우벅(New SnowBuck)’은 버커루만의 독자적이고 트렌디한 핏으로 아치형의 외관에 뒷주머니가 내려감으로써 감각적인 뒷모습을 연출한다.

신규 브랜드로는 ‘터그 진(Tug Jean)’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슈퍼모델 지젤 번천(Gisele Bundchen)이 광고 모델로 발탁되어 터그 진(Tug Jean) 특유의 섹시함과 쉬크함을 관능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해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터그 진(Tug Jean)의 주요제품인 ‘지젤 스키니 팬츠’는 기존 브랜드의 스키니 핏에 비해 무릎부터 발목까지 라인을 과도하게 타이트하지 않게 디자인하여 한국 여성의 체형에 맞는 스키니 진.

또 스트레치 소재를 사용하여 편안하고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주었으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워싱과 백 포켓의 자수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청바지, 정장처럼 입기

최근 특별한 워싱 기법과 고급소재 사용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진’을 재킷과 함께 입어 ‘출근복(work wear)’으로 애용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아예 직장 남성들을 대상으로 청바지 라인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진을 재킷 상의와 함께 입으면 일반적인 청바지라는 느낌에서 벗어나 보다 단정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타미 진’은 프리미엄 데님의 출시 기념을 위하여 자수가 놓인 진, 수공예 기법을 이용한 ‘핸드 크래프티드(hand crafted) 진’을 한정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워싱과 디테일이 섬세해 출근복으로 손색없다.

회사에서 정장 느낌이 나도록 청바지를 입고 싶다면 정장 바지와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진 ‘테일러드(tailored) 진’을 장만하는 것도 방법이다.

리바이스에서는 유행색인 화이트와 밝고 경쾌한 파스텔색은 물론 과감한 줄무늬와 그래픽, 유러피안 스타일의 도시적인 멋과 테일러드 트렌드를 반영한 ‘모던 테이러드 진’을 내놨다.

청바지를 출근복으로 장식이 최소화되고 바지통이 정장 바지와 비슷한 디자인을 고르면 된다. 물론 청바지가 출근복으로 허용되는 직장에 한해서지만.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