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물러갔다. 때맞춰 개나리,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렸고, 봄비에 묵은 때를 씻어낸 산과 들은 이제 연초록으로 물들 차례다.

봄은 색의 계절. 특히 지난 겨울 어둡고 무거운 색이 유행해 이번 봄만큼은 색(色)다른 패션으로 멋을 부리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기온의 일교차가 심해 한껏 멋내기에는 왠지 머뭇거려진다. 봄바람난 티를 팍팍 낼 실용 아이템이 뭐 없을까?

유행이고 뭐고,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일교차가 큰 날씨다. 아침, 저녁으로는 바람이 아직 으스스하고, 한낮의 태양은 이른 여름을 느끼게 해준다. 또 출근 후 사무실의 실내 온도도 종잡을 수가 없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기는 싫고 그렇다고 섣불리 가볍게 입었다가는 독감에 걸리기 십상이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에 적절히 입기 좋은 아이템, 계절이 바뀌는 간절기에 유용한 ‘카디건(Cardigan)’을 추천한다.

카디건은 옷깃이 없이 앞이 트여 단추로 채워 여미면 돼, 입고 벗기가 편하다.

이것이 카디건의 가장 큰 장점. 봄 가을에 블라우스나 셔츠 위에 덧입으면 체온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어 간절기 필수 아이템이다. 일교차가 심하면 보완효과를, 온도가 올라가면 어깨에 걸쳐 숄처럼 의상의 포인트를 줄 수도 있다.

카디건 하면 얌전떠는 숙녀나 사립학교 교복이 떠오른다. 또 황혼의 노신사의 여유로운 자태도 오버랩된다. 카디건은 부유하고 여유 있는 이미지를 지녔지만, 그 시작은 뜻밖에도 전쟁터였다.

19세기 초 크림전쟁 당시 영국 군인들이 입었던 짧은 재킷의 형태로 시작된 카디건은 영국군 지휘관이었던 얼 카디건(Earl Cardigan) 백작이 애용한데서 유래됐다.

카디건 백작은 울로 된 망토를 단추로 채워 군복 위에 덧입었고 그의 귀환 후 영국에서 이 같은 모양의 옷이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1868년에는 소매가 있거나 없거나, 조끼를 모두 카디건으로 불렀을 정도. 카디건은 트렌치 코트와 함께 전쟁이 낳은 또 하나의 패션 발명품이었다.

레이스장식으로 화려해진 카디건

카디건은 셔츠와 입으면 클래식하면서 세련된 느낌이 나고 니트와 함께 입으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활용도가 크다. 특히 같은 소재와 색상의 니트 카디건 세트는 세련되고 단정한 느낌을 줘서 출근복이나 공식적인 자리의 복장으로 무난하다.

여성의 경우, 반팔이나 민소매의 니트 스웨터와 겉에 입는 카디건으로 이루어진 세트물, ‘트윈 니트’는 각각의 아이템을 따로 활용할 수 있다. 트윈 니트는 아침, 저녁에는 세트로 입고 더워지면 카디건을 벗어 걸치면 되는 유용함으로 여성복의 스테디셀러로 불린다.

클래식한 멋을 유지하면서도 이번 봄 카디건은 품이 풍성해지고 기장은 한결 길어진, 넉넉하고 여유로운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또 장식이 많아지고 소재는 가벼워진 것이 특징. 그 중에서 다양하게 사용된 레이스 장식이 눈에 띈다.

계절의 패션 테마에 맞춰서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연출을 위한 레이스 장식이 많다. 아예 레이스만으로 제작된 조끼 스타일의 카디건도 멋내기용으로 그만이다. 넉넉한 길이의 롱 카디건은 앞을 여미지 않고 걸치거나 허리를 묶는 장식으로 멋을 냈다.

카디건의 실용성과 세련된 편안함을 응용한 카디건 스타일의 재킷도 카디건의 인기를 확인시켜주는 아이템. 특히 여름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마린 룩풍의 흰색과 남색, 흰색과 빨간색의 어울림이 경쾌한 카디건 재킷은 젊은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 사랑을 받은 짧은 길이의 볼레로(Bolero) 스타일 카디건도 다시 꺼내 활용하도록 하자. 안에 받쳐 입는 옷에 따라 빈티지 스타일부터 깔끔한 정장 스타일까지 다양한 연출을 도울 것이다.

화사한 직장남성들의 옷차림을 돕는 카디건

최근 카디건은 사무실에서 편안하고 세련되게 입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장에 화사한 컬러로 포인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직장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남성복에 카디건은 넥타이를 매면 정장 분위기를, 셔츠에 카디건만 걸치면 캐주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게다가 주말에는 면 바지에 위에 걸쳐 입어 캐주얼 룩을 연출하는 만능 아이템이다.

기본적인 Y넥 카디건 외에 목부터 앞단 아래까지 단추를 달아 열어 입을 수 있게 한 셔츠형 카디건, 가슴 밑 부분에서 밑단까지 지퍼를 달아 목폴라(풀오버) 느낌으로 입을 수 있는 반 짚업 카디건, 외의로 활용이 가능한 롱 니트 카디건, 목 부분까지 올라오는 풀오버 스타일의 카디건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보이는 각 패션 브랜드마다 파스텔 색과 밝은 원색 등 봄을 맞는 화사한 색상의 카디건을 출시했다. 디자인도 목이 깊게 파인 V넥부터 셔츠형, 짚업 스타일까지 다양. 색상은 올 봄 유행 색상이라 할 수 있는 흰색과 아이보리, 베이지, 회색 같은 자연과 가까운 색상이 주목받을 것 같다.

봄에 입을 니트 카디건은 두께가 너무 두껍지 않은 세번수(원사의 굵기 자체가 가늘어 원단 두께가 두껍지 않은 제품) 아이템을 선택하는 게 좋다.

폴리ㆍ나일론 소재는 표면이 차가운 느낌으로 가볍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간절기에 유용한 소재며, 아크릴과 면 혼방 소재는 얇으면서도 따뜻하고 물세탁이 가능한 편리함을 갖췄다.

카디건 스타일별 코디법

카디건을 가장 쉽고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줄무늬나 체크무늬 등 무늬가 있는 셔츠에다 같은 색상의 카디건을 걸치고 올 봄 최고의 히트 아이템인 ‘화이트 팬츠’를 함께 입는 것.

이러한 옷차림은 세련되고 깔끔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조금만 신경을 써도 상당히 패션 감각이 뛰어나게 보일 수 있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컬러풀한 색상의 카디건은 밝은 회색이나 흰색의 단색 재킷을 위에 걸쳐 입으므로 튀는 이미지를 해결해준다.

줄무늬처럼 무늬가 있는 카디건에는 깔끔한 흰색 셔츠나 티셔츠에 물 빠진 진을 매치하면 캐주얼한 느낌의 연출이 가능하다. 특히 단색 셔츠에 폭 좁은 단색 타이를 매고 흰색 바지를 입으면 젊고 이지적인 느낌을 준다.

목 둘레를 다른 색으로 배색 처리한 카디건에는 정갈한 느낌의 면 바지나 리넨 소재 바지를 갖춰 입으면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한다. 여기에 요즘 인기인 뿔테 안경이나 큼지막한 가방을 들면, 세련된 모범생 이미지를 탈출할 옷입기 완성!

셔츠형 카디건

셔츠형 카디건은 앞단 단추를 모두 풀고 겉옷처럼 활용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이때 안에 셔츠만 입어도 되지만 얇은 니트 소재의 V형 목선 스웨터를 겹쳐 착용해도 좋다.

면 소재의 버튼다운 셔츠 등을 입으면 깔끔한 분위기를 더한다. 다만 셔츠형 카디건에 재킷 같은 겉옷을 입을 경우 단추를 풀고 입으면 산만해 보일 수도 있으므로 카디건을 안에 입을 때는 단추를 채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풀 짚업 카디건

짚업 카디건은 단추와 칼라가 있는 셔츠형 카디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이미지를 주는 것이 특징. 안에 셔츠를 매치해도 좋지만 카디건의 색상과 같은 계열로 색의 농도만 달리한 둥근 목 셔츠를 입으면 캐주얼한 느낌을 한층 살린다.

여기에 같은 계열 색깔의 머플러를 매치하면 볼륨감과 함께 따뜻한 느낌까지 준다.

반 짚업 카디건

기본적인 카디건에 비해 입고 벗기가 다소 불편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착용할 때는 안에 입는 셔츠나 티셔츠를 얇고 간편한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안에 입을 옷은 산뜻한 색을 고르고 지퍼를 아래까지 내리면 캐주얼한 분위기를 낸다. 반 짚업 카디건은 외의류 대용보다는 재킷이나 점퍼 등 겉옷과 함께 입는 경우가 많으므로 얇은 소재를 택한다.

터틀 넥+카디건 세트 아이템

터틀 넥과 카디건으로 이루어진 앙상블은 원래 여성복에서 많이 보이던 스타일이었으나 최근에는 남성복 브랜드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제품은 따로따로 활용하거나 함께 입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각각 활용할 때는 색을 어울려 맞춰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