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장애 ②

봄이 오면 연두빛 녹색 잎이 돋아나고, 여름에는 진초록빛으로 무성하다가, 가을이 되면 갈색빛으로 조락한 후, 겨울에는 모든 것을 거둬들이고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사람의 삶의 갱년기는 이 마지막 겨울을 대비하는 늦가을의 갈빛이 아닐까 싶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다만 정도와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다.

남성은 여성이 겪는 폐경은 없지만, 50세 전후부터 남성호르몬 분비가 서서히 줄어 70대에 이르면 30대 때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남성호르몬에 대한 표적세포의 민감성도 약해져 여러 가지 갱년기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나이가 들면서 뇌와 고환의 노화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생긴다.

여기에 과도한 음주, 흡연, 스트레스, 영양 상태, 비만, 계절 등 환경적 요인도 작용하며 고혈압 같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 고지혈증, 간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도 남성호르몬의 분비에 영향을 준다.

남성 갱년기 장애는 여성의 증상과 비슷한 점이 많다. 발기력이 감퇴해 성욕이 저하되고 고환 아래가 축축해진다.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 줄기가 약해지며 잔뇨감과 야뇨도 생긴다.

피로하거나 어지럽고 소화가 잘 안 되고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어지럽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면이 붉어지는 증상이나, 오십견이나 요통, 골다공증 등도 동반할 수 있으며 우울증이나 신경과민, 집중력 상실 등과 같은 정신 신경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남성의 갱년기는 급속한 여성호르몬의 감소를 보이는 여성들과 달리 서서히 진행된다.

갱년기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생리 단절 등을 확연하게 겪지만,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이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갱년기 증상을 뚜렷하게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개인 차이도 심하다.

한의학의 옛 경전인 ‘황제내경’에는 남자는 48세가 되면 양기가 쇠하면서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며, 56세가 되면 간장의 기운이 약해져서 근육을 잘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신장의 기운도 약해져서 몸이 노쇠해진다고 쓰여 있다.

갱년기 증상의 발현도 이러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신장을 보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치료법이 필요하다.

남성 갱년기 증상 중 특히 주목할 것은 골다공증과 전립선 비대증이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골반 골절에 의한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3배나 높다.

전립선이란 방광에서 나오는 요도를 둘러싼 밤톨만한 크기로 남성에게만 있는 기관이다. 이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기 때문에 오줌 줄기가 약해지는 것이다.

발기에 문제가 있고, 오줌이 시원치 않고, 허리가 무겁고 아프며, 하체에 힘이 없을 때는 몸의 근원적인 양의 기운인 ‘명문의 화의 기운’이 쇠약하여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신장의 양기를 따뜻하게 보해야 한다.

불안, 초조로 인해 잠을 설치거나 기억력이 감퇴하면 혈을 보하면서 정신을 안정시켜 주어야 한다. 잠잘 때 지나치게 땀을 흘리거나 얼굴이 달아오르면 가슴이나 머리 등 몸의 상부를 차게 하고 하복부나 하지를 따뜻하게 하는 치료법을 활용하면 좋다.

갱년기는 사람이 태어나서 사람 구실을 하면서 점차 기혈을 모아 자신의 몸을 채워나가다가 어떤 시기에 이르러 모았던 기혈을 다시 자연계에 돌려주며 자신을 줄여나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체의 변화에 긍정적인 자세로 임하면서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을 고루 섭취하면 남성 갱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적당한 운동에 마사지, 목욕 등으로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면 인생 후반기가 편할 것이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