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장애 ③ 골다공증

갱년기란 의학적으로는 여성의 생식기능이 감퇴되어 더 이상 자손번식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매달 힘들게 치러온 ‘이벤트’로부터 마침내 해방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갱년기가 되면 여성은 난소 기능의 쇠퇴로 말미암아 여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월경이 없어진다. 이때 심신 양면으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것을 갱년기 장애라고 말한다.

하지만 갱년기 증세를 모든 여성들이 똑같이 겪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증세의 강도가 다르다. 짧으면 수개월, 길면 몇 년에 걸쳐 갱년기 장애를 겪을 여성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갱년기 증세에 대해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대처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이다.

갱년기 하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먼저 떠올리는 증상 중의 하나가 바로 골다공증이다. 나이가 들면서 골량의 감소가 가속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증세가 심하면 골절 등의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특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외견상 단단한 고형체로만 보이는 뼈는 실제로는 새로운 뼈의 생성과 노화된 뼈의 용해가 평생동안 끊임없이 반복된다.

일반적으로 골량은 사춘기를 지나 30대까지 증가되어 최고치에 달하고 그 후부터는 점차 줄어든다. 최근에는 흡연, 무리한 다이어트, 인스턴트식품의 남용 등으로 인해 20, 30대에서도 골량의 감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갱년기 여성에 흔한 골다공증의 주된 원인은 골흡수를 막는 작용을 하는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이다. 골다공증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점차 등이나 허리에 둔한 동통 및 피로감이 나타난다.

대부분 자각증상이 없는 탓에 가벼운 일상 생활 중에도 척추와 고관절 그리고 손목 관절이 골절되기 쉽다.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은 뼈가 매우 약한 상태에서 발생하므로 수술해도 쉽게 뼈가 붙지 못하는 난치성 상태를 유발한다.

한의학적으로 골다공증은 신장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장의 기운이 충실하면 골수의 생성이 원활해져 뼈가 충분한 영양 공급을 받아 견고해진다. 반대로 신장의 기운이 약하면 골수의 생성이 원활하지 못해 골격이 약해지고 무력해진다. 이때 허리와 등이 시리고 아프며 양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골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호르몬 또한 한방에서는 신장 기능계에 속한다. 따라서 골다공증을 치료할 때는 단순히 뼈에 칼슘을 보충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신장 기능을 증진시키는 처방이 병행돼야 한다.

탕약 치료는 말초나 골반내의 혈액순환을 조절하고 어혈을 제거해 정신을 안정시켜주며, 침구 치료는 경락을 조절함으로써 전신의 자율신경실조를 조절하고 호르몬 분비기능을 좋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 걷기, 계단 오르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3일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야외에서 운동을 하면 피부에서 비타민 D가 합성되므로 더욱 효과가 높다.

식생활도 신경을 써야 한다. 뼈 형성에 도움을 주는 칼슘, 비타민D가 풍부하고 영양소가 고른 계란 노른자, 치즈, 우유, 천연 여성호르몬이 풍부한 콩 제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신 과다한 음주, 흡연 및 커피나 홍차처럼 카페인이 든 음료, 고춧가루, 후춧가루 같은 자극성 있는 향신료는 골다공증의 유발 인자이므로 지나치게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생선알, 내장이나 설렁탕, 곰탕 등과 같이 피를 탁하게 할 수 있는 음식도 요산이 많아 갱년기에 뼈가 약해진 여성들은 자주 먹지 않는 게 좋다.

골다공증은 단기간에 치료할 수는 없다. 계속 악화하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꾸준한 몸관리가 필요하다. 치료와 운동을 겸해야만 골절을 예방하고 골밀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묘약은 갱년기를 맞아 힘들어 하는 배우자를 이해하는 남편의 사랑이다. 여성들도 풋풋한 젊음의 상실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삶이 한층 원숙해진다고 생각하고 갱년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마음먹기에 따라 인생 2모작이 시작되는 갱년기 이후의 삶은 훨씬 평화롭고 행복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