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드러내고 허리라인을 살려라.’

‘패션 아이콘’ 이효리가 월드컵 패션을 제안하고 나섰다. 어깨와 허리를 드러낸 ‘이효리 월드컵 룩’은 올 여름 더욱 뜨거워질 월드컵 패션을 대변한다.

4년 전 길거리 좌판에서 5,000원 주고 사입었던 ‘비 더 레즈(Be the Reds)’가 프린트된 박스티셔츠는 접어두라. 이제 10여 일 남은 2006독일월드컵, 평범함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레드 패션’은 거리응원전의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할 듯하다.

내게도 ‘비 더 레즈’ 티셔츠를 사입고 시청 앞에 간 기억이 있다. 당시 그렇게 팔려나간 붉은악마 티셔츠가 300만 장. 태극전사들이 착용한 것과 같은 경기용 티셔츠를 판매하긴 했지만 값이 만만치 않았고 그나마 품절로 구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빨간색 티를 잘라 배꼽티를 만들었고 태극기로 옷을 해 입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 것을 두고 고지식한 어른들은 국기 모독 운운했지만, 인파가 몰린 광장의 질서를 보도한 언론과 여론은 자발적 애국심으로 평하며 이들을 감쌌다.

'제2의 미나' 탄생할까?

올해는 4년 전 붉은악마 티셔츠에 자극을 받은 기업들의 발 빠른 ‘월드컵 마케팅’ 덕에 손쉽게 월드컵 패션을 누릴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여성들을 위한 월드컵 라인이 따로 출시돼 입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월드컵 여성 라인은 S라인 곡선을 살려주고 노출도 가미시켜 ‘핫썸머’ 응원패션이 예상된다. 제 2, 제 3의 ‘미나’가 탄생하지 않을까.

2002년 길거리 응원과 전국을 붉게 물들였던 ‘붉은악마 티셔츠’ 덕분에 ‘레드’ 문화는 우리 사회에 새롭게 다가왔다. 온 국민을 똘똘 뭉치게 하고 대외적으로는 한민족의 힘을 세계에 과시했다. 그 이면에는 레드 컬러가 있었다. 붉은악마들의 붉은색은 한민족의 ‘백의(白衣)’ 문화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정도였다.

이전까지 붉은색은 볼셰비키혁명을 상징하는 이념의 색깔로서 해방 이후 남북분단 갈등을 대변했다. 또한 혁명 이전의 붉은색은 피와 정복의 역사인 전쟁을 표현됐다.

군신 마르스를 상징하는 색이 붉은색이었으며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군복도 붉은색이었다. 이밖에 그것은 빨간 신호등의 위험과 홍등가의 자극적인 유혹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2년 그해, 붉은색의 유행은 단순히 대표팀 유니폼의 색상에서 따온 것이었을 뿐 그 내면에 피비린내나는 전쟁과 혁명의 공포는 없었다. 대신 축제와 기쁨, 열정을 상징했다. ‘탈(脫)이념화’한 붉은색은 잠재돼 있던 한민족의 결집력과 에너지를 불꽃처럼 피워 올렸으며 마침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전통적으로도 붉은색은 긍정적인 기운을 지닌 색으로 애용되어 왔다. 전통색인 오방색의 적(赤)색은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 적극성을 의미해 가장 강한 벽사의 빛깔로 쓰였다.

음귀를 몰아내기 위해 혼례 때 신부는 연지곤지를 바르고 적색 치마를 입었다. 또 나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장항아리에 붉은 고추를 끼워 금줄을 둘렀고, 건강을 비는 붉은 황토 집을 짓거나 신년에 붉은색으로 그린 부적을 붙여 좋은 기운을 빌었다.

미국의 인류학자 바린과 케이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최초로 인식한 색이 바로 붉은 색이었다고 한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는 붉은색이 눈에 띤다. 빛과 어둠의 흑백이 있었지만 유채색으로는 붉은색이 가장 먼저 등장했던 것이다. 새빨간 립스틱과 매니큐어, 반짝거리는 빨간 구두, 빨간색 넥타이 등 붉은색은 원초적인 생명과 기운을 돋우는 색이다.

이러한 붉은색의 생명과 활력을 바탕으로 2006월드컵 패션은 개개인의 다양성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빨간색 티셔츠의 한 쪽 소매를 잘라내 한 쪽 어깨를 드러내고, 배꼽이 드러나게 짧게 허리라인을 살리고, 큐빅이나 비즈 등 반짝거리는 장식을 더한 ‘효리표’ 월드컵 패션. 최근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한 제약회사에서 진행하는 모바일 이벤트 동영상을 촬영한 그녀가 직접 코디한 월드컵 응원복은 똑같은 것을 거부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개성을 보여준다.

여성스럽고 패셔너블해진 응원복 패션

‘효리 패션’처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여성스럽고 패셔너블해진 응원복 패션.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전문 스포츠브랜드들은 월드컵을 기념하는 특별아이템들을 내놓고 있는데 그 중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을 위한 월드컵스포츠룩은 탱크탑, 원피스 등 여성 전용 응원복으로 한층 세련된 스타일로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는 유니폼에 있는 호랑이 엠블렘을 그대로 옮겨 놓았거나 호랑이를 자수로 표현한 브이넥, 피케 셔츠 및 후드 티와 태극마크, KOREA 등이 새겨진 탱크탑 등으로 패션 리더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하의는 로라이즈(Low Rise) 트레이닝팬츠나 스커트를 맞춰 입으면 S라인 섹시룩을 즐길 수 있다. 한창 유행 중인 끈 원피스도 월드컵 섹시패션에 한몫을 한다. 허리 살이 드러나는 것이 어색하다면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셔츠나 민소매 후드티를 입고 그 위에 짧은 티를 겹쳐 입는 것도 좋다.

감동의 6월을 재연할 붉은티셔츠엔 저마다 한국축구 4강 진출을 기원하는 특별한 문구를 새겨 넣었다.

붉은 악마 공식 응원복 위탁 생산/판매업체 베이직 하우스의 응원복은 2006년 붉은악마의 슬로건인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를, FnC코오롱의 월드컵 티셔츠에는 ‘컬러 유어 라이프(Color your life)’ 슬로건을, 휠라코리아는 ‘고 코리아 위드 필라(GO COREA with FILA)’라는 문구를 넣어 한국팀의 선전을 응원하고 있다.

이 티셔츠들은 운동복과 같은 고기능성 소재로 제작됐다. 땀을 신속하게 말려주고 체온은 유지해 주는 ‘쿨맥스’, ‘쿨론’ 등 고기능성 섬유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2만원 안쪽의 저렴한 가격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응원 코디네이션을 완성하고 싶다면 다양한 소품도 챙겨보자. 무릎까지 오는 축구 양말, 응원 수건, 손목밴드, 모자, 두건, 가방, 축구화를 변형한 운동화 등 다양한 월드컵 상품이 나와 있다.

공식 응원복을 맡은 베이직하우스 매장에는 붉은악마 티셔츠와 함께 코디하면 좋은 다양한 소품이 비치돼 있다.

FnC코오롱의 헤드는 축구화 느낌을 최대한 살린 스니커즈 ‘풋스발(FUSSBALL)라인’과 국기 컨셉의 스니커즈를 내왔다.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인 캔버스도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87개 국가별 국기를 상징하는 ‘플래그(flag) 컬렉션’을 출시했다.

세계인들과 어울리는 축제, 레플리카 티셔츠

월드컵은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 골수 축구팬이라면 이 참에 한국뿐 아니라 세계 축구팬들과 함께 하나 되는 패션 연출도 의미 있다. 독일월드컵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 마련돼 있으니까. 한국 축구를 대변하는 붉은색처럼 세계 축구 강호들은 자신들을 대표할 색을 가지고 있다.

브라질의 노란색 셔츠, 우승을 노리고 있는 네덜란드의 오렌지색 셔츠, 짙은 자주색에 노란색 선이 적용된 포르투갈 선수복 등 축구 강호들의 레플리카 셔츠가 나와 있다.

여기에 그 나라의 국기와 엠블렘, 문장이 응용되거나 유명 축구선수들의 이름이 프린트된 패션 상품들은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더라도 월드컵의 열기에 흠뻑 취할 수 있게 돕는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