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운동 중 사망한 코미디언 김형곤 씨. 많은 사람들이 김형곤 씨의 사망 원인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 중 유력한 것이 바로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뇌동맥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머릿속에서 점점 부풀어 오르다가 터져 뇌졸중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한다. 주로 뇌혈관이 갈라지는 부분에서 많이 부풀어 오르며 장기간 방치해 터지게 되면 발병자의1/3 정도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숨진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고는 해도 식물인간,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 중1/3 정도는 정상생활을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게 된다.

이 같은 뇌동맥류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크며 정상인들 중에도 약 5% 정도는 뇌 안에 뇌동맥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로나 스트레스, 음주나 흡연 등 후천적인 요인도 뇌동맥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뇌동맥류가 부풀어 올라 결국 터지게 되는 것을 흔히 뇌졸중, 즉 중풍이라고 말한다. 뇌졸중은 화장실에서 쓰러지거나 추운 새벽에 운동을 나간 후 쓰러졌다고 말할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이다.

뇌동맥류가 터지며 생기는 뇌출혈로 인해 뇌에 혈액순환장애가 생기는 것인데, 이것이 곧 몸 전체 기능을 담당하는 뇌 기능 정지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심장이 멈추고 돌연사로 이어진다.

뇌졸중은 평소 증상을 거의 느낄 수 없으며 가벼운 운동 후에도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뇌동맥류가 터지지 않고 부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평생 뇌졸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그러므로 고혈압이 있거나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의 크기가 5mm 이상인 경우에는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자 중 약 1/3 정도는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감각이 둔해지거나 시야가 좁아지고 팔다리 저림, 기분 나쁠 정도의 두통, 일시적인 언어곤란 등 경고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뇌동맥 중 하나가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다시 풀릴 때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증상이다. 이런 땐 1년 내에 뇌동맥류가 터져 뇌졸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시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가 터질 때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정도의 심각한 두통을 유발하며 목 부위가 굳어 움직일 수 없거나 구토를 하기도 한다. 주로 대소변을 볼 때, 새벽에 운동할 때, 무거운 것을 들거나 몸을 굽힐 때, 흥분했을 때, 성교할 때 등 순간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행동을 할 경우 뇌동맥류가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뇌동맥류의 진단은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를 이용하면 간단히 발견할 수 있다. 4시간 정도 금식하면 30분 이내에 뇌동맥류나 기타 뇌혈관 기형을 진단할 수 있다.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을 일으키기 전에 조기 치료도 가능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CT로 뇌동맥류의 위치를 확인하고 현미경과 특수 제작된 클립으로 뇌동맥류를 묶어주는 것이다.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의 환자들이 95%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안전한 수술법이다.

수술 직후 보행이 무난하며 일주일 지나면 퇴원도 할 수 있다. 퇴원 후 일주일 정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 일상생활 복귀까지 가능하다. 이 외에도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백금 코일을 이용해 동맥류를 막는 방법 등 다양한 시도가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


조태구 세종병원 신경외과 과장 sjhosp@sejong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