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내의 서로 다른 느낌, 대화와 이해로 공통점 찾아야

최근 다국적제약사 화이자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들 중 멕시코인들이 가장 만족스런 성생활을 누리고 있는 반면에 한국인은 8%만이 “만족스럽다”고 응답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시카고대학도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 국민들의 성생활 만족도가 남녀 평등 사회의 사람들보다 크게 뒤진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생활이 ‘자식낳기’에 치중되어 있는 남성 중심의 사회는 여성의 성생활 만족도에 대해 그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여성이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면 남성 또한 만족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당수의 중년부부들이 성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다. 의도적으로 아기를 갖지 않는 ‘딩크족(Duble Income No Kids)’이 생겨날 만큼 성생활을 포함해 부부 중심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신세대 부부들과는 달리, 전통적인 가부장 사회의 사고방식을 지닌 한국의 중년부부들은 성생활에 불만이 있더라도 말도 못하고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제 자식들도 어느덧 커서 부부만의 인생을 찾아야 할 시기가 중년이다. 남편과 아내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젊은 시절에 느끼지 못한 행복한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과 아내는 성에 대해 서로 다르게 느낀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아내는 '시간'보다 분위기를 원한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은 유교적,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 대부분이 권위적인 면모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태도는 성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성생활 자체를 리드하게 되고, 아내에 대한 배려보다는 ‘사정’ 중심의 부부관계를 맺기 쉽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의 남성들은 섹스를 느긋하게 즐기기보다는 ‘의무 방어전’ 치르듯 대충대충 끝내고 만다. 남성들은 아내의 성생활 만족 정도를 ‘회수’와 ‘시간 끌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내는 ‘사랑한다’라는 로맨틱한 대화를 원한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 보통 여성들의 공통된 심리다.

여성은 ‘시간 끌기’보다는 로맨틱한 분위기나 감정 상태 등이 혼합적으로 작용할 때 성적인 흥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남편의 배려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 애정이 담긴 키스, 그리고 충분한 전희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이렇듯 중년부부 간에는 분명히 ‘성’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

남성은 40대 이후가 되면 남성갱년기, 발기부전 등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쉽고 그에 따라 ‘아내가 샤워만 해도 두렵다’고 느낄 만큼 아내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반면, 아내는 젊을 때부터 그랬듯이 성생활의 즐거움을 위해 남편이 깊은 사랑으로 배려해주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중년부부들은 이러한 ‘성’ 인식 차이를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철저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편과 아내는 근본적으로 서로가 사랑 받기를 원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남편은 아내가 배려 받고 싶고 부드럽고 로맨틱한 성관계를 갖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아내는 남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랑 표현에 쑥스러워하고 ‘성생활’도 예전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적극적인 자세로 즐겨라

중년부부들은 특히 ‘성’에 대한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부부 간에 있어 대화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대화를 하면 서로에 대한 불만과 오해를 풀게 되고,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중년은 생각만큼 길지 않다. 중년을 넘어 노년이 되면 성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성생활 없이 무미건조하게 사는 중년부부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젊을 때에는 오로지 돈을 벌고 자식 키우기에 급급해 부부 중심이 아닌 자녀 중심의 생활을 해오다, 자녀들이 성장해 정작 부부만의 생활을 찾아야 하는 중년이 되었지만 소통할 대화의 기술도, 섹스의 기술과 지식도 터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게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중년부부들에게 성에 있어서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권고하고 싶다. 중년부부에게 성생활은 그 어떤 건강음식이나 보약보다도 몸과 마음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성생활을 하면 엔도르핀과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엔도르핀은 스트레스 완화를, 성장호르몬은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려주어 결과적으로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심폐기능을 높여주고 통증을 완화시키며 글로불린A가 분비되어 면역성을 높여준다.

이뿐인가. 성행위로 감정이 고양되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고, 자신감과 삶의 의욕도 고양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부부 간에 애정을 확인함으로써 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중년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중년부부들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면 서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고, 나이 들어서 오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극복하고, 노년을 함께 늙어갈 삶의 동반자라는 애정이 더 강해진다.

그러니 건강한 중년의 삶을 위해 성생활을 즐기자. 세계 각국 장수노인 건강비결을 분석한 자료들에 보면 행복한 부부관계와 장수는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부 금실이 좋아야 건강하게 장수하고 행복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중년부부들이여, 오늘 밤 아름다운 성생활을 위해 침실에서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해보는 게 어떨까.


이무연 아담스 클리닉 원장 mylee@adamsclinic.net